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7.03.06 15:39

 

 

 

“사람은 ‘분노’할 줄 알아야 해.”


 감자탕을 먹다 말고 선배가 말했다. 요는 아주 사소한 일이더라도, 불의와 불합리에 분노할 줄 알아야한다는 말이었다. 선배는 그러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순간에 목소리를 냈던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꽤나 소심한 성정으로, ‘굳이 그렇게 불편한 이야기들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나만 꾹- 참으면 조용히 넘어가게 될 텐데’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며칠 후다. 친구랑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꽤나 유명한 ‘맛집’이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줄의 맨 뒤에 서서 5분 정도를 기다렸을 때다. 뒤이어 온 손님 무리가 우리를 지나쳐, 가게로 들어가더니 ‘waiting list’에 이름을 적어 넣었다. (떡볶이 집에 나름의‘룰’이 있었던 것이다!) 친구와 나는 억울했지만 ‘룰’을 몰랐던 우리 탓이라 여기며 참고 있었다. 처음에는 분명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룰’을 모두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면 더 이상 ‘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장님께 사정을 이야기했다. 사장님은 기꺼이 순서를 변경해주셨다. 그때 어렴풋이 선배가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말이 이해되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무엇도 변하지 않기에, 할 말을 다 하라는 이야기였을 터다.


 지난 7주 간, 나는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끝마치고 광화문에 나갔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을 대면한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했을 것이다. 처음엔‘촛불’을 들고 나갔는데, 바람이 점점 강해지면서는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LED 촛불’을 들고 나갔다. 어떤 날에는 혼자이기도, 또 어떤 날에는 누군가와 함께이기도 했다. 그렇게 1주, 2주, 3주 나가다보니 어느새 당연한 ‘알바 후’의 일정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날 중, 함께 광화문에 갔던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일상’이 안 돼. 만약 주말에 거리로 나와서 ‘분노’하지 않으면 나는 일주일을 망치고 말거야.”


 어느새 습관적으로 광화문에 나오고 있던 내게 그 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나왔던 이유가 새삼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때 불현 듯‘분노해야 한다’던 앞선 선배의 이야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모두가 거리로 나서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 비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각자의 일상을 살아내야 했기에, 대신 맡겨 놓은 우리의 권력, 그리고 대의정치. 그러나 그곳에는 그 대의가 고장 나고 망가지는 바람에 덩달아 망가져 버린 우리의 ‘일상’만이 남아 있었다.

 

 이번 139호의 기획은 그래서 ‘대의(代議)와 재현(再現)’이다. 누군가 나(혹은 우리)를 대신하여 의논한다는 ‘대의’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나를 대신하여 의논하기 위해,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고, 보여주는 ‘재현’ 또한 가능한 것일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재현과 대의’에 언제나 왜곡될 가능성이 내재 되어 있음을 확인한 것은 아닐까. 만약 정말 그러하다면, 우리는 무언가 잘못(재현)되었을 때, “그것이 잘못 되었다”고 분노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분노하며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내가 누구인지’ 말하며, 서로를 지지하고 긍정하면서 포용했다. 나를 둘러싼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삶 전반에 이르는 정치에까지, 우리는 우리가 제대로 재현되고, 대의되고 있는지 늘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지 못 하였을 때,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나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 말하고, 내가 원하는 세상을 외치기위해서 광화문에 나간다.

 

 


편집장 신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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