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7.04.08 16:20

재원의 성격으로 충족되지 않는 공공성 - 자율과 참여로 공공의 가치 구현해야

 

 

 

김소연_연극평론가

 

 

대학로X포럼은 페이스북 그룹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극 및 공연예술인들의 토론 플랫폼으로 현재 뜨거운 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 중 하나인 지난 해 국립극단에서 진행된 창작극 개발 프로젝트작가의 방’. 논쟁은 한겨레 기사, “[단독] 국립극단도 검열했다... “‘개구리같은 작품 쓰지 말라강요”(2017316.)에서 촉발되었는데, 이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계간 [연극평론] 2017년 봄호에 발표된 고연옥의 기고국립극단 작가의 방’, 왜 극작가를 교육, 교정하려 하는가?”에서 있었다. 두 글의 제목에서도 대비되듯이 지금 논쟁은 국립극단이 운영한 특정 프로그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공공극장의 공공성에 대한 여러 쟁점들로 전개되고 있다.

 

 

검열과 공공극장

 

검열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시작되어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비록대통령(박근혜)탄핵소추안에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이 포함되지 않아 탄핵심판에서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김기춘, 조윤선이 구속되었고 앞으로 진행될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서도 검열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주요한 사건으로 다뤄질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여론은 박근혜 정부의 검열이 밝혀질 만큼 밝혀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김기춘, 조윤선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검열의 기획, 실행, 지시를 밝혔다고 하지만, 그 구체적 실행과정까지 밝힌 것은 아니다. 또한 특검의 수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작가, 단체, 작품에 대한) 직접지원에 한정되어 있을 뿐, 국공립기관단체의 검열 정황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이것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잇단사과에 대한 예술계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다. 사과 받고 싶어도 무엇을 사과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겨레 보도는 검열이 국립극단, 즉 국공립기관단체에서도 이루어졌다는 증언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보도 이후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홈페이지를 통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 있었지만 직원 개인의 견해라는 사과문을 발표한다. 곧이어개인의 견해로 지목된 정명주 국립극단 공연기획팀장은“(국립극단은) 소수의 편향적인 의견으로 비판받지 않을 수 있는 다수의 보편성을 획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는 해명을 대학로X포럼에 게시한다.

이에 대해 처음 문제제기를 기고한 고연옥 작가‘( 작가의 방책임작가)를 비롯해 구자혜, 김슬기 등 참여 작가들은작가의 방에 대한 논란이 검열이냐 아니냐에 대한 사실 확인으로 축소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글을 각자의 페이스북에 게시한다. ‘개구리같은 작품은 쓰지 말라(이든 그런 논란을 국립극단은 피해야 한다이든)는 검열 혹은 가이드라인만이 아니라 모호한 계획, 급작스러운 프로그램 변경 등등 국립극단 측은 작가들에게는 내내 불편한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국립극단은 모호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성과(그런데 그 성과의 기준 역시 모호하다)만을 암암리에 재촉하는 무례하고 무책임한 권력이었던 셈이다.

한편, <개구리> 논란이 검열 사태로 이어지는 동안 이 작품의 제작자인 국립극단은 어떠한 책임 있는 태도를 취했는가[김재엽], 검열 논란에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공공단체인) 국립극단의 책임방기이다[임인자], 국립극단이 (공공단체로서) 객관적인 공론을 중시한다면 먼저 공론장을 만들어라[이연주] 등등의 의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각주:1]

 

 

공공극장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들

 

다소 길게 국립극단작가의 방논란을 소개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검열이 박근혜, 김기춘, 조윤선 등의 불법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 공공극장 공공성의 허약한 토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검열이냐 가이드라인이냐, 강요냐 의견제시냐는 문제를 회피하는 의도적 논란이다. 직원 개인의 견해라는 해명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연옥 책임 작가를 비롯하여 참여 작가들의 증언 그리고 국립극단 측의 해명에서 드러나듯이 국립극단에서 공연하고 싶으면 논란을 일으키는 작품은 쓰지 말라는 메시지로 발화되었고 그렇게 수용되었다. 이는 근거 없는 모호한 기준으로 창작을 제한하는 검열이다.)

작가의 방참여 작가들을 비롯하여 이번 논쟁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국립극단의책임이다. 왜 국립극단은 작가를 존중하지 않는가, 왜 국립극단은 제작한 작품의 책임을 예술가 개인에게 떠넘기는가, 왜 국립극단은 검열이라는 사태 앞에서 명백한 해명과 입장을 제시하지 않는가, 왜 국립극단은 예술에 당연히따르게 마련인 서로 다른 견해의 충돌을 건강한 공론장으로 수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이러한 문제제기에는 국립극단이 국가의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공단체로서, 특히 연극계의 공적자원의 상당 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공공단체, 공공극장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공적 의무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극장을 공공극장이라고 부른다. 직접 공연을 제작하지 않고 공연단체들에게 발표공간으로 제공되는 대관 중심 공공극장(대표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을 들 수 있다)이든 직접 공연을 제작하고 자체 제작공연으로 극장을 운영하는 제작 중심 공공극장(대표적으로 국립극단이 운영하는 명동예술극장, 국립중앙극장 등을 들 수 있다)이든 대관료와 티켓 수입이 있지만 운영의 대부분은 공적 자금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공공극장은 공공재원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정부 행정조직에 준하는 운영규칙을 따른다.

국가가 이렇게 공적 자금으로 극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극장과 예술의 공공적 가치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공공극장을 운영하는 주체들은 극장과 예술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준수하고 (불법 검열을 거부하고), 공적 재원으로 한국 연극의 미래를 발굴하며 (예술가들은 기관의 사업 목표를 수행하는 용역계약자가 아닌 파트너이며), 논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극장이 우리 사회의 이슈에 대해 생산적인 논쟁을 벌이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이것이 공공극장의 공공성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공공극장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

 

지난 가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광화문광장에는 매주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촛불을 들고 모였다. 바로 그 광장 한복판에서 세워진광장극장블랙텐드천막극장에서는 겨울 내내 공연이 올라갔다. 17일 천막극장을 설치하고 16일 극단 고래 <빨간시>를 시작으로 탄핵심판 다음 날인 311일 야외퍼포먼스 <우리가 헌법이다_헌법퍼포먼스>로 마지막 프로그램을 끝낸 후 318일 천막극장이 해체되는 과정까지.. 이 극장은 기부와 후원 등의 자율적 참여로 운영되었다. 한겨울 새벽, 연극인, 동료예술가, 광화문캠핑촌의 해고노동자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자재를 나르고 뼈대를 세웠다. 해체 역시 연대의 퍼포먼스였다. 모든 공연은 일체의 제작비나 개런티 없이 진행되었고, 공연 팀은 공연만이 아니라 극장 운영의 공동 운영자로 극장 관리와 공연 진행을 함께 했다. 극장운영위원들은 보드이자 스탭으로서 프로그래밍을 비롯하여 극장의 운영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하고 실행했다. 직접 공연을 올리지 않았지만 젊은 연출가들은 극장무대감독으로 공연 팀의 공연 진행을 돕고 극장운영에 참여했다.

광장극장블랙텐트의 이러한 경험은 공공극장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넓혀준다. 광장극장블랙텐트 선언문에서는 이 극장이 박근혜 정부의 공공극장이 배제한 약한 자, 억압받는 자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임시 공공극장이며, 시민들과 함께 연극의 미학적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실험극장이라고 선언한다. 비록 제한된 조건이었지만, 극장 프로그램은 물론 운영에서도 공공극장이 구현해야 할 공공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계속 질문하고 그 답을 구하고자 실천했으며 동료들과 시민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그래서 공공극장이라 불리는 우리의 공공극장들이 하지 않았던 질문들을 광장극장블랙텐트는 스스로 던지고 실천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에야 공공극장의 공공성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것이다.

비단 광장극장블랙텐트만이 아니다. 지난 해 5개월간 계속 되었던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비롯하여 검열과 정책파행으로 창작환경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던 박근혜 정부 시절 연극계에서는 무엇보다 연대가 활발했다. 연출가동인제로 운영되는 연극실험실혜화동1번지의세월호를 비롯한 일련의 기획들, 젊은 연극인들의 연대로 운영되고 있는화학작용’, 끊임없이 미학적 급진성만을 요구하는 신진 지원 프로그램들과 달리 혹은 그러한 프로그램들마저도 돌아보지 않는 20대 연극인들의 연대로 치러지고 있는이십할페스티벌등 이미 연극계에는 다양한 이슈와 과제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 네트워크가 활발하다. 앞서 언급한 대학로X포럼은 서울연극제대관탈락 사태 때 공공극장의 공공성 훼손의 문제에 대해 연극인 개개인의 연대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시작되어 연극계의 공론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검열과 문화정책 파행으로 연극계의 창작환경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검열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국공립극장들에서도 배제가 이루어졌던 정황들은 너무나 많다. 국공립극장들에 공적 자원이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진상규명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연극계의 다양한 노력들로 연극의 공공성, 극장의 공공성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공적 제도에 기입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제 공적 재원과 행정조직운영규칙이 아닌 공공적 가치를 묻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공극장을 상상하고 실천할 때다.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야 할 공공극장은 자율적 운영과 참여로 공공성에 대한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그런 극장이어야 한다.

  1. 주1) 국립극단‘작가의 방’에 대한 각 필자들의 글은 페이스북 그룹‘대학로X포럼’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1524165964529525/permalink/189617944399484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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