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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41호] 원우문화기고_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그림으로부터 본 문화(이소라)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그림으로부터 본 문화

-마크 로스코의 전시를 중심으로

 

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이소라

 

관람객과 소통하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그림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시각적으로 잘 나타내는 것은 그림이고, 마크 로스코는 이를 매우 잘 충족시키는 예술가라고 생각하여 마크 로스코전을 문화 체험의 장소로 선택했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주로 추상주의 작품들인데 추상화라는 예술 작품을 매개체로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어떻게 그림 속에 담아냈을지, 관람객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큰 관심이 있었다. 추상화는 외부세계를 나타내는 요소를 제거하고 오로지 예술가의 내면세계만을 표현하기 위해 발전한 양식이기 때문에 화가의 감정을 매우 잘 나타내는 그림이다.

그는 그림에 자기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이를 관람객이 정서적으로 공감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표현성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그림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크 로스코전시는 그의 작품 경향에 따라 초기 작품부터 순서대로 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의 그림이 시작되는 입구 부분의 벽 중앙에는 다음과 같은 마크 로스코의 말이 있었다. “그림은 사람과 교감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며 감상자에 의해 확장되고 성장한다.” 이는 그의 그림에 대한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문장이다.

 

1. 신화제작자(Mythmaker) -신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는 감정

그의 초기작은 주로 신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이 많아서 전시장의 초반에는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과거 고대인의 신화를 이용한 것은 감정적인 부분을 있는 그대로의 날 것으로 더 잘 표현해서 그림에 담긴 감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마크 로스코는 예술가는 아이와 같아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아이들은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는 아이들처럼 자유롭고 순수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중시했다.

또 독일의 생물학자 헤켈(Ernst Heinrich Haeckel)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되풀이한다.”라는 말을 통해 우리는 사람의 유년시절은 인류 역사의 초기 단계를 반복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술가가 아이와 같다면 인류 역사의 초기 단계는 원시인이나 고대인이고 이는 곧 예술가가 이들을 계승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1942년 로스코는 신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거기에 자신이 느낀 불안과 공포를 표현했다. 이는 당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인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의 신화적 그림에는 당시 사람들이 처한 비극적인 사회상을 직시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2. 색채의 시대(Age of Colour)- Multiform

로스코 작품의 세계에서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들을 지나 전시장의 두 번째 구역에 다다르면 색채의 시대에 들어서게 된다. 마크 로스코가 그린 그림들의 대부분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색채이다. 특정한 색을 자주 쓰는 것은 그 사람의 정서를 나타내며 색채는 감정적이기 때문에 그림에 나타내는 색채에 따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캔버스의 크기도 점점 커졌는데 커다란 캔버스 안에서 색채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며 퍼지다가 다시 뭉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림마다 색채가 배치된 방법도 다양하고 색채를 그려낸 기법도 다양해서 그가 전하려는 여러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진1] NO.2 (넘버2) 1947 캔버스에 오일

 

 그의 이러한 형식의 작품들을 사람들은 멀티폼(Multiform)이라 칭하며 종종 살아있는 유기체로 비유한다. 워싱턴 내셔널갤러리의 큐레이터인 해리 쿠퍼(Harry Cooper)는 그의 에세이에서 멀티폼을 생명 기원 이론인 원시 수프(primordial soup)’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과 관람객이 만나 소통이라는 스파크가 더해지면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가 탄생하여 감정이 살아서 전달된다.

 로스코는 그림에 비극을 표현하여 관람객에게 비극적 숙명에 처한 인간을 직시하게 했고 비극, 황홀과 같은 인간 고유의 감정을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다. 비극적인 모습의 그림 이면에는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모습도 존재해서 사람들의 감정을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감정의 소통을 이룬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는 관람객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은 곧 자신이 그것을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는 것이며 자신이 인간의 기본 감정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또한 그는 색채를 통해 자신의 회화 작품에 내면세계의 감정을 표현하여 관람객의 내면과 소통하였다. 그리고 한 곡의 음악처럼,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달하여 관람객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전시장에 자신의 그림을 내걸 때는 그림의 배치에서부터 조명의 밝기와 비추는 각도까지 섬세하게 신경 쓰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서 그가 그림에 담은 감정이 보는 이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그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예술에 있어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여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진정한 예술을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렇게 빚어진 예술은 곧 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