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7.06.08 12:15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정치와 예능, 그 시대와의 싸움
- 지금은‘대중정치(정치예능)’의 시대

 

바야흐로,‘ 정치예능’1)의 시대라고들 부른다. 종편의 출범과 함께 범람하고 있는 정치예능은 연일 화제 속에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능과 정치. 전혀 친하지 않을 것 같은 둘의 만남이라니…. 상반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두 분야의 협업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나는 정치예능에 대해 파헤쳐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예능은 한 번도 정치를 외면한 적이 없었다(!). 다만 시대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 해왔을 뿐이다. 예능과 정치의 만남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정치예능’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어떻게 변해 온 것일까. 제대로 된 기능은 하고 있는것일까.‘ 정치예능의 시대’라는 것은 바로‘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는 어떤 시사점을 주는 것일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들을 따라서 정치와 예능의 콜라보레이션을 추적해보기로 했다.

글 신윤희

 

 

시대가 바뀌면 많은 것이 변한다.


여기 두 가지 장면이 있다. 두 장면 모두에 한 여자와 남자가 있고, 배경이 되는 시대는 다르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 그러니까 다시 말해‘커플’이다. 첫 번째 커플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걷고 있다. 반면에 두 번째 커플은 서로 팔짱을 낀 채 걷고 있다. 이따금씩 뽀뽀도 한다. 첫 번째 커플이 보면 아주 놀랄 장면이다. 그들이 두 번째 커플과 같은 애정행각을 하려면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이 안 보는 곳에서 은밀하게(?) 했어야 할 것이다. 두 장면 사이에는 시간의 흐름이 있었다. 이에 따라 두 커플의 행동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사실 그 저변에 그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과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예능과 정치, 이 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위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처럼, 둘은 어떤 때에는 몰래 숲 속에서 만나야 했을 것이고, 어떤 때는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하는 길거리에서 손잡고 다니기도 했을 터이다. 물론 그와 동시에 그들의 만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변화가 있었다. 사회는 생각보다 급작스럽게 변화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진단하고 비평하던 이들과 그들에게 공감하는 여러 사람들이 만나야 비로소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예능과 정치의 만남 사이에도 이러한 변화과정이 있었을까?

 


시대 속의 오래된 친구, 정치와 예능


예능과 정치. 이 둘 사이에는 아주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웃음과 정치, 이들은 사람들의‘일상’이다. 즉, 사람들의‘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퍽퍽한 사회에서 웃음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고, 퍽퍽함의 강도가 셀수록 예능에게는 그 임무가 가중될 것이다.
그러는 한편 사람들의 웃음을 앗아는 것은 정치이고, 또 앗아간 웃음을 되찾아주는 것 또한 정치이다. 정치는 사람들의 일상을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웃음은 자기 존재의 유무를 좌지우지하는 정치를 늘 감시해야한다. 잘못하고 있을 때는 풍자로 꾸짖기도 하면서…. 그러한 측면에서 예능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이들처럼 붙어 있는데도 함께 의식하지 못하는 관계도 드물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고, KBS TV가 개국(1961년 12월 31일)한 지도 60여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텔레비전은 우리사회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밀접한 영향을 끼쳐왔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텔레비전은 사회기관의 일종으로서 사회를 반영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사회의 변화에 의해 바뀌어오기도 했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텔레비전은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다 같이‘근(根)의 공식(*‘그네 공식’으로 들리기도 한다)’을 외워 보죠.”

“이 반에서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린 학생이 있어요. 다시는이런 일이 없도록 학교 창문을 없애버리겠어요”
- KBS <개그콘서트>‘ 닭치고(高)’코너 중 약속을 지키는 교장 ‘꼭이오’의 대사 (2014년 7월 6일/ 7월 20일 방송)

KBS <개그콘서트>‘ 닭치고’의 한 장면 [제공: KBS 화면캡쳐]

 

디자이너:“ 젊은 애들이 돈이 뭐가 필요해? 열정만 있으면 되지?”
인턴:“ 최저 임금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디자이너 :“ 너희들이 배우겠다고 온 거 아니야? (뺨을 때리며) 가세요, 집에 가세요! (곧 이어) 남의 가게에서 잘렸는데 왜 여기 있느냐!”
인턴: (표정을 바꾸며 디자이너의 뺨을 때린다)“ 옷사러 왔어요”
- tvN <코미디빅리그>‘ 갑과을’코너 중 디자이너와 인턴의 대화 (2015년 1월 18일 방송)


 위 두 프로그램 속 일부 대사만 봐도 코미디·오락 속에는 우리사회의 시사적인 이슈와 사회적인 이슈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불통의 어느 권력자를 떠올리기도 하고, 일상 속에서 경험한‘을’의 사례에 공감하기도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부하직원에서 손님으로 뒤바뀌는‘갑과 을’의 관계를 그려내면서 통쾌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그 상황이 현실과 얼마나 합치하는 내용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잠시나마 권력을 비판하고 전복된 상황을 제시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곧 풍자 코미디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면 그 중에서도 예능·오락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당시의 사회·문화와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열악해지면 오락 프로그램이나 오락 요소가 많아지는 반면에, 권위적인 정치 분위기가 확산·정립되면 오락적 요소보다는 체제를 옹호하는 내용의 교양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는 점을 짚어내기도 했다.2) 실제로 유신체제의 1970년대 중반의 거의 모든‘프라임 타임’에는 반공이나 새마을 운동과 관련된 교양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했고, 민주화운동이 팽배했던 1980년대와 양적 경제 성장이 활발했던 1990년대에는 오락프로그램이 양적으로 팽배해졌었다.
그러나 코미디 프로그램과 사회적 상황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양적 개수와만 연관되지는 않는다. 그 내용과 다루는 소재에 있어서도코미디·오락 프로그램은 사회적 상황과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아왔다. 권력을 향한 비판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던 시절을 지나, 최근에대두되고 있는‘정치예능’의 시대까지. 그동안 코미디·오락 프로그램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그 변화는 시대와 사회적 상황에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정치예능’은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전혀 새로운 소재라거나 급작스러운 포맷의 변화는 아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사회를 진단하고 비평하던 이들과 그에 공감하는 대중이 만나 프로그램이 흥망성쇠를 겪으며 점진적으로 변화해온 산물이다. 그렇다면 국민 정서와 가장 밀접하다고 할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변화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사회, 적어도 정치에 대한 국민 정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 예능 이전에 있었다.‘ 텔레비전 풍자 코미디’


정치예능의 시작을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정치예능을‘종편 장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정치와 예능의 만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가면 나라님과 양반님에 대해 풍자하던 탈놀이‘양주별산대놀이’도 있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텔레비전에서 정치와 예능의 만남은 풍자 코미디를 그 시작으로 볼 수도 있다. 군부독재 시절 이른바‘3S정책3)’은 국민들의 정치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일환이었다. 이때 예능PD들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임무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전두환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을‘3S정책’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비난하기도 했다고 한다.4) 그런 정치적 상황에서도 계속 권력을 견제하고 이를 풍자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서강대학원 신문 138호에서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장덕균 코미디 작가가 극본을 쓴‘변방의 북소리’도 그 시대의 대표적인 정치풍자 코미디였다. 또 다른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KBS <개그콘서트>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내보낸 <개그콘서트>는 오랜 시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속 시원한 풍자를 일삼으며 시청자들에게“코미디가 웃음을 주지 않으면 웃을 일이 없다”는 정서를 전파하고 지지받았다. 물론 <개그콘서트>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그에서 권력에 대한 비판이 다소 사라져갔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MBC <PD수첩>, KBS <추적60분>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크게 축소되는 상황에서 예능PD들도 덩달아 위축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개그맨 김학도는“도전을 같이 할 만한 PD가 없고,‘ 저랑 같이 하실래요’하는 연기자도 없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또 개그맨 김한석은“5공화국 당시에는 소재의 제약은 많았지만‘네로25시’ ‘변방의 북소리’등 사회 풍자 개그가 넘쳐났다”며“지금은 표현의자유가 보장되는 시기인데 정작 이를 다루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5) 그러나 뒤이어 서수민PD가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닭치고’등은시청자들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며 풍자 코미디로서의 역할을 재개했다. 그 후로도 여전히 정치풍자 코미디는 정치와 예능 콜라보레이션의 한 기둥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 2012
년 이후 tvN <SNL 코리아>에서는 대선과 같은 굵직한 선거철마다‘여의도 텔레토비’코너를 통해 여의도 동산에 사는 텔레토비(정치인)들의 관계를 그리며 정치풍자를 말 그대로 ‘대놓고’ 했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현실 정치를 반영한 센스 있는 대사와 출연진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여의도 텔레토비’를 잇는 tvN <SNL 코리아9>의‘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제공 : tvN 화면 캡쳐]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공익프로그램의 등장

 

정치인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나 예능적인 편집 요소를 쓰는 시사·정치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정치 진입장벽을 낮춰준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예능은‘제도 정치’에 치우쳐진 경향이 있다. 김성윤 문화사회평론가는 최근의 정치예능의 대두 현상을 보며“논의가 제도 정치에 집중돼 있다”며“성, 인종, 민족 등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생활정치라고 해야 할까. 이런 부분은부차적으로 다뤄지거나 아예 다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정치예능 이전에 이미‘제도 정치’보다‘생활 정치’에 더 집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공익 예능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불리는 <!느낌표>
가 그것이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표현의 자유가 피어나면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었다. MBC의 <!느낌표> 또한 그러한 시도 속에서 탄생했다. <!느낌표>를 연출한 김영희PD는 당시 시대
상을 반영하여 21세기에 주목받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며‘공영 (共榮)적 오락’을 선보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느낌표>는 21세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을 주요 아이템으로 다루고 있다. 환경, 청소년, 노인, 책 등을 주요 아이템으로 다룰 것인데,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며 이를 위해 거창한 담론이 아닌“작고 사소한 문제로부터 진지한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라고 했다.6) <!느낌표>는 지금도 정치를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면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예능프로그램으로 자주 회자된다. 책을 읽는 문화를 장려하고,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칭찬합시다’를 통해 서로 배려하고 칭찬하는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아침을 굶고 다니며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의 삶을 비추기도 하고, ‘양심 냉장고’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이 <!느낌표>는 사람들의‘생활 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며, 궁극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공익(共益)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공익 예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이 이따금씩 나오기는 했지만 <!느낌표>만큼 사회적 호응을 이끌어 내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프로그램은 드물었다.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의 한 장면 [제공: MBC 화면캡쳐]

 

 

현실/정치풍자를 하나의 긴 서사로

 

공익 예능의 연장선에서 <무한도전>의 이야기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한국갤럽 조사에서‘한국인이 사랑하는 TV프로그램’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국민예능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 또한 <!느낌표>처럼 사람들의 일상에 관한‘생활 정치’를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여내며 사회적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공익 예능으로서‘생활 정치’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제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전면적으로 정치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을 보며 정치적 메시지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평론가들은 <무한도전>이 이미 예능 장르 차원의 영향력을 넘어섰다고 평가한다. 가까운 예로 무한도전은 미래 예능을 이끌 차세대 예능주자를 뽑는‘선2014’방송을 통해 현실 정치를 재현하며 이미지정치의 허상을 풍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정 치성이 가장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는‘좀비특집’은 5·18민주화운동의 분노 바이러스를 다루며 풍자했다. <!느낌표>가 공익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생활정치를 다루었다면, <무한도전>은 앞서 언급한‘풍자 코미디’의 한 코너를 긴 서사로 늘어트리며 하나의 스토리이자 이미지로 현실을 풍자하는 셈이다. 그러는 한편 무한도전은 점차 풍자를 넘어서 제도 정치를 전면에 다루기도 했다. 지난 4월 1일 국정농단 사태 이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방송된‘국민의원특집’이다. ‘국민위원’200명을 뽑아 국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법안을 만드는 특집이었다. 정치와 국회, 법안의 발의 과정 등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면서, 열악한 노동 처우, 청년, 육아, 환경 문제 등이 언급되며 이에 대한 실제 입법을 예고하기도 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무한도전> ‘국민의원특집’은 예능이 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정치에 대한 문턱을 낮춰주었고 법안이 라는 것이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며“정치인만이 아니라 국민들 역시 함께 머리를 모을 때 더 좋은 사회를 위한 아이디어들이 나올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MBC <무한도전> 국민위원 특집 [제공 : MBC 화면 캡쳐]

정치예능의 전성시대

 

<무한도전>이 긴 서사의 풍자와 국민 참여를 정치로 이끄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정치예능’은 본격적으로 정치 안건을 다루고 토론한다. 지난해 12월 JTBC <썰전>은 한국갤럽이 발표한‘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조사에서 2위(9.2%)에 올랐다. 1위 MBC <무한도전>과 0.2% 차이였다. 올해 초 무한도전이 7주라는 휴식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표적 정치예능 장르인 <썰전>7)이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정치예능의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대표적인‘정치예능’이라 불리는 JTBC <썰전> [제공 : JTBC 화면 캡쳐]

 

 그러나 범람하는 정치예능 속 그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볍게 인식할 우려나, 정치인들이 이미지 정치로써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부작용을 무시할 순 없다. 그들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실제와 다를 때가 많고, 때로는 정치에서 실패한 이들이 재개의 일환으로 방송에 나와 비판받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 <썰전>에 출연한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에게 대두된‘이미지 세탁’에 대해“저는 방송을 통해 정치계에 복귀하려는 사람이다. (이를) 숨기지 않겠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치예능은 종편 출범 등으로 미디어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뉴스에 오락을 접목시켜 시청률을 높이고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의 일환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정보처리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 쉽고 재미있게 포장된 정보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8) 이러한 정치예능은 다매체 시대 시청자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하여 지적인 통찰력을 재미있게 제공한다.이렇다보니 정치예능의 가장 큰 순기능은 무엇보다도 정치가 쉬워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번 대선에서는 대선후보들을 ‘취업준비생’으로 가정하는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이 방송되기도 했다. 굵직한 대선후보들이 출연해 예능의 형식으로 면접을 받고, 후보자 자신에 대한 ‘악플’을 읽기도했다. SBS 모바일채널<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출연해 양세형을 두손으로 안아 들고 귓속말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정치인들을 가까이, 친근하게 느끼는 것과 어렵게 느껴지던 정치 사안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은 정치예능의 가장 큰 장점이다.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안희정 편 [제공 : 유투브 화면 캡쳐]

 

 한편 정치예능은 제작진이 필터링한 관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정치예능에는) 제작진이 의도한 강조점과 자막,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가이드를 해주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예능에는 확실히 어렵고 딱딱한 정치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점에서 시청자들은 정치예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치예능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은교·금희조9)에 의하면 정치적 관심이나 뉴스 선호도와 관계없이 정치예능토크쇼를 많이 시청할수록 정치 참여 의사가 많아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나 오락적 콘텐츠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오락과 정보를 함께 전달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정치예능은 더 진중한 행보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정치와 예능의 만남이 남긴 것

 

채널A에서 방송하는 <외부자들>에 출연하는 전여옥(전 새누리당 의원)은 프로그램 출연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사하느라 글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분이 저더러 TV에 나와 정치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러면 올바른 투표를 할 수 있을 것같다고 하더라고요.”


왜 사람들은 정치예능을 보는 걸까? 문화사회학자 엄기호10)는“20대 청년들이 언제 정치적으로 움직이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정치가 사기라는것을 잘 아는 이들이 정치적으로 움직일 때는 정치가 오락이 되거나 혹은 정치가 오락을 방해할 때이다.” 우선 첫 번째의 사례로는 이명박 정부의‘꼰대스러움’을 봐줄 수가 없어서 2010년 지방선거 투표장으로 달려갔다는 이,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폐지해야 한다는 국회의원을 보고 투표장으로 향한 이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이 오락을 방해하고 금지할 때,
“이들은 자신의 일상이 정치에 의해서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정치적으로 움직인다”. 두 번째로는 정치가 오락이 될 때이다. 트위터를 통해 투표 인증샷을 남기는 행위 등은 정치가 일종의 오락이 된 사례이다. “정치적 냉소에 맞서는 것은 진정성이 아니라 재미, 오락이다”11). 정치예능은 국정농단과 조기대선을 치르며 유례없이 높아진 정치적 관심도에서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엄기호의 분석도 (비록 20대에 한한 분석이긴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예능의 붐 현상과 맞닿아 있다. 정치예능은 정보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정보와 관점을 제공해준다. 일부 분석에서는 정치예능의 인기가 언론이 그 역할을 충실히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전통 시사교양 프로그램 사이의 틈을 새로운 정치예능이 메꾸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를 분석하는 예리함을 아주 쉬운 말로 풀어내는 것도 정치예능이 인기를 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간적으로는 애처가이고 자식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에요."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그게 한나 아렌트가 말한‘악의 평범성’이죠
. 나치도 훌륭한 버지고 남편이고 성실한 직장인이었다는 거잖아요.”-진중권 동양대 교수
- 채널A <외부자들> 중


오락 프로그램은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에 한 줄기 웃음을 주는 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다. 시청자는 그런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속 시원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공익적 메시지와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한다. 정치적 사안을 비평하는 레비전 속 평론가들의 말에‘좋아요’를 누르기도 하고, 실제 예능프로그램에 참여해 법안을 발의하기도 한다. 처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오락 프로그램은 포맷과 소재 면에서 화를 거듭해왔다. 지금까지 추적해 본 정치와 예능의 콜라보레이션이 다양한 형태의 결합관계를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예능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 프로그램 나름의 흥망성쇠를 겪으며 보존되고 변형된 형태들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는 꼴이다. 풍자 코미디, 공익예능 등의 잔재가 남아 사회적 환경과 맞닿을 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정치예능’형태라면, 앞으로도 이 모든 다양한 형태의 정치예능이 모두 공존되고 유지, 변형,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선 <무한도전-국민위원특집>과 같은 정치예능이 남긴 것은 더이상 정치가 남의 것, 즉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지점이었다. 우리가 직접 참여하고 논의할 때 정치는 오락이 되고 재미있어진다. 정치와 관련된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의 환경 변화는 어쩌면 그동안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대중들의 원이 만들어낸 변화는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정치예능은‘대중정치’현상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복잡한 정치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로서 정치예능이 계속해서 활성화된다면, 정치를 다시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고 우리들의 정치로 남기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주1) 정치예능에 대한 보편적·학술적인 정의가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정치예능은 정치 현안을 놓고 여러 전문가 패널들이 나와 입담을 겨루는 토크쇼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에 정치예능은 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팽창했다. <외부자들>(채널A), <강적들>(TV조선), <썰전>(JTBC) 등 이른바‘정치예능’을 표방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매주 요일별로 방송되고 있다.


주2) 강태영·윤태진(2002),『 한국TV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변천과 발전』, 서울: 한울, p.23.

주3) 3S, 즉 스크린(screen:영화), 스포츠(sport), 섹스(sex)에 의한 우민(愚民)정책. 대중을 이와 같이 3S로 유도함으로써 우민화하여, 대중의 정치적 자기 소외,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지배자가 마음대로 대중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말한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주4) 이채훈,「 정치와 예능, 시너지는 가능한가」,『 PD저널』, 2014.8.28.기사.


주5) 원성윤·김도영,「 코미디의 탈정치화“MB는 재미없어요”」,『 PD저널』, 2009.4.21.기사.


주6) 이채훈,「 시대정신을 담아낸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저널』, 2014.9.5.기사.


주7) <썰전>은 사회정치 이슈를 안건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의 패널들이 각 1명씩 나와서 사회자를 중심으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썰전>은 방송사 측에서 시사·교양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예능이었을 뿐만 아니라 <썰전>을‘정치예능’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썰전은 새로운 방식의 예능 혹은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평가받으며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는데 이에 따라 평론가들은 정치예능이 <썰전> 이후부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주8) 이하늬,「 “어제 썰전 봤냐? 정치예능 전성시대」,『 미디어오늘』, 2017.1.12.기사.


주9) 정은교·금희조(2014),「 정보인가 오락인가: 정치예능 토크쇼의 정치적 효과」,『 한국언론학보』제58권 5호, pp.362-390.


주10) 엄기호(2010),『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경기: 푸른숲, pp.91-93.


주11) 엄기호의 같은 책.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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