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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30호]죽음의 변증법, 사선(死線)에서 죽음의 변증법, 사선(死線)에서 침몰하는 감각은 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감각은 죽음 앞에서 부상한다. 분노, 슬픔, 공포, 증오 등의 감정이 떠오르고 단절, 분리, 상실 등의 날(生) 감각이 뒤따른 뒤에야 죽음(死)은 완성된다. 따라서 어떤 죽음 앞에서 우리가 무감각하다면 그 죽음은 미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상조회사라는 신(新) 비지니스의 출현과 죽음과 우리를 잇는 일을 방해하는 것들 때문에 죽음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고 애써 죽음을 감각할 필요가 없어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획은 과거와 동시대에 이어지는 한국인의 전통과 의식 속에 남겨진 죽음에 대한 기억/기록을 되살려 죽음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고자 한다.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는 죽음에 대한 기억/기록은 지금 우리가 맞닿은 미완의.. 더보기
[129호]상상의 텍스트, 교환하기 더보기
[128호] '함께' 하는 삶을 위해 더보기
[127호] 무정형의 실험들 더보기
[126호] 전체 혹은 소외 전체 혹은 소외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관계'라고 단정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삶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꼭 나오고야 마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진부한 표현까지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매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어떤 관계에든 반드시 따르는 것, 또 그 관계를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권력'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 사회와 인간의 관계, 심지어 동물과의 관계에서도 권력은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 권력 작용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의해 더욱 공고해지겠지요. 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권력의 메커니즘에 종속되어 전체가 되거나, 거부해 소외가 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 더보기
[125호] 서강에 없는 것 scene 1. 이제 누구도 커피전문점에 가는 사람을 ‘된장녀’라고 비하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커피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한 존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수년 전부터 동네와 골목 상권을 접수한 커피전문점은 ‘코피 터지는’ 전쟁 가운데 시장의 마지막 보루인 대학교를 선택했습니다. 매년 쏟아지는 50만 명의 대학 신입생 모두가 커피의 신규 고객이라고 하니 그럴 법도 합니다. 그나마도 취업 하려면 남들보다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지요. 일요일이 오고 또다시 일요일이 와도 고단한 논문을 써야하는 대학원생들에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본 메이지 대학 문학부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말마따나 “커피는 ‘잠들지 않는’ 근대의 .. 더보기
[124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그림_박혜민 作 episode 1. 최근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엄청나게 복잡한 휴대폰 잠금패턴 화면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그 휴대폰의 주인이 지나친 보안의식으로 인한 강박장애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현대인들이 가진 여러 가지 강박장애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불안’이라는 보편적 심리상태에 직면하게 됩니다. 저는 불안할 때면 손을 자주 씻는 버릇이 있습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행동 또한 불안으로 인한 강박 증상의 일종이라는군요. 이를 의식해서인지 얼마 전부터 손 씻고 싶은 욕구를 애써 외면했더니 이제는 온갖 키워드로 논문을 검색(만)하는 횟수가 잦아집니다. 또 다른 강박일까요. 왜 이리도 불안한 걸까요? 생각과는 자꾸만 어긋나는 현실 때문일까요? 열심.. 더보기
[123호] 笑 웃자고 사는 세상, 정색은 언행 총량의 2%면 족하다는 신념으로 살았습니다. 그 신념 덕분인지 다행히 별일 없이 삽니다.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도 이야기 하지 않던가요. 고.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사는 게 재밌다. 뭐 별다른 걱정도 없고 하루하루 즐겁다. 매일매일 아주그냥 신난다.” 사실 이 가사 속엔 ‘별 일 많음’에 대한 역설적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콘셉트에 변화를 좀 주었습니다. 힘은 빼고 유연해지자는 것입니다. 물론 내용의 연성화를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생각이 유연해야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수많은 별일들을 견딜 힘이 생긴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돈 없어도 굶어 죽지는 말자, 기막혀 죽지도 말자, 자꾸 나이만 먹는다고 우울해 죽지도 말자, 논문 때문에.. 더보기
[122호] 사회적인 것(The Social) 10월과 11월은 쓸쓸한 달입니다. 아 외로워, 라는 연락들이 부쩍 늘어난 탓입니다. 발제다 논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념일 챙기듯 겨우 만나는 친구인데. 누구라도 소개하지 않으면 친구랄 게 없겠다 싶어 부지런히 카카오 리스트를 살펴봅니다. 까다로운 친구의 성향을 감싸줄만한 건실하고 너그러운 후보자를 물색해 살포시 다리를 놓아줍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인연이 그리 재깍 닿는 것이라면 이 중매쟁이도 일찌감치 솔로를 면하고도 남았겠지요. 혹시 또 다른 사람이 있느냐는 친구에 말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을이 주는 사색의 특권을 누려보라고. 사실 우리를 파고드는 외로움의 근원은 비단 솔로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도 소위 밥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 아니었던.. 더보기
[121호] 취중진담 우리는 취했을 때야말로 진실할 수 있을까요. 눈이 반쯤 풀리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이것과 저것, 자와 타의 구분이 희미해질 때 쯤, 짐짓 술기운을 빌려 그동안 하지 못했던 혹은 할 수 없었던 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어, 마치 이 모든 게 술 때문인 듯 알리바이를 대면서 그토록 쉴 새 없이 떠들었던 건, 아마도 진실을 토하게 하는 마력이 그 곳 어딘가에서 우리를 조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술 먹고 거짓말하기 힘든 건 혀가 꼬이는 마법에 걸렸기 때문이(라고들 하)지요. 용케도 잘 저며 놓았던 내밀한 이야기들이,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혀 언저리까지 넘어오더니 이내 술과 함께 미끄러져 나와 한바탕 향연을 벌입니다. 항상 진지하던 당신도 얼굴 가득히 웃음을 지으며 연거푸 술을 들이킵니다. 공부하는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