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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08호] 소통을 허하라!

을 허하라!

서강에는 대학원 신문이 없다. 신문이 없다는 것은 각 단과대학의 소식을 간추려 전할 매체가 없음을, 연구동향과 성과를 알릴 수 있는 소통(疏通)의 장(場)이 없음을 말한다. 소통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단절을 낳고, 이러한 단절은 분과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학문적 요구에 장애로 작동한다. 대학원의 목적이 지식인의 양성이라면, 그리고 이 지식인이 결코 고립된 영역에 한정된 기능인이 아니라면, 소통의 단절을 극복하고 틀지어진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소임이 아닐까. 때문에 신문을 만드는 것은 단지 하나의 매체를 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 그대로 서로를 통(通)하게 하는 길이며, 동시에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작지만 견고한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신문이 소통을 저절로 담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신문을 둘러싼 권력 다툼과 소통의 부재를 목도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할수록 더 치열하게 소통의 장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소통이야말로 공감을 가능하게 하고 너와 나를 조우하게 하는 최소한의 그리고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해서 서강 대학원 신문은 ‘소통을 허하라’라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올 수 있는 마당을 펼쳐보이고자 한다. 가르치는 자의 목소리와 배우는 자의 목소리가 한데 엉겨서 밤하늘의 별 마냥 성좌를 이루어갈 때, 바로 그 곳에 꿈이 있으리라 믿는다.  

서강 안에 무수히 많은 얼굴을 담는다. 어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이질적인 얼굴들이 교차되고 중첩되어 흐릿하지만 얼핏 형상을 이룬다. 말없는 목소리들이 부활하고 얼굴 없는 면(面)들이 의미를 얻는다. 하지만 결코 하나는 아니리라. 때문에 하나로 응축되어 있는 지층의 한 허리를 버혀내어 그 속에 켜켜이 담긴 목소리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은 다자들의 말을 복원시키는 정치적 울림을 얻는다. 그것은 말을 통하게 하는 ‘소통의 정치학’이자 잊혔던 존재를 상기시키는 ‘기억의 정치학’이다.

거창한 의도로 신문을 발간한다. 봄날의 노곤함과 존재의 피로함이 작업을 더디게 만들고 열악한 환경이 손끝을 무디게 만들지만 첫 술에 배 부르려는 욕심을 떨쳐버리고 여기 재창간호를 발간한다.  

편집장 박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