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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16호] 기업의 투자자보호, 성장기회 및 위험선호에 관한 연구

                                                                                                                            강윤식(경영학과 박사)
1. 연구의 목표

일반적으로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가치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투자를 수행한다. 정부 또한 경제가 불황일 때는 경기부양과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 독려한다. 그런데 기업의 투자는 기대수익뿐만 아니라 항상 그에 상응하는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모든 기업에서 투자의 결과가 동일하게 긍정적으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위험을 고려한 최적의 투자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업의 투자위험은 기업이 가지는 성장기회(growth opportunities)에 따라 의의가 달라질 수 있다. 가치있는 성장기회를 가진 기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기회를 개발하여 기업가치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은 반면 성장기회가 적은 기업에서의 투자는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투자위험의 선호는 그만큼 기업의 전반적인 위험수준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즉 기업은 성장기회에 따라 최적의 투자위험을 선택하여 기업가치를 높이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할 수 있지만, 이와 달리 기업이 가지는 성장기회와 무관하게 투자를 공격적으로 실시하거나 또는 보수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기업가치 저하로 이어져 투자자의 이익을 훼손하게 된다. 이와 같은 왜곡된 투자정책은 투자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의 사적이익(private benefits) 추구 유인에 기인하게 되고, 이러한 점은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발생하게 만든다(John, Litov and Yeung, 2008). 따라서 효율적인 투자자보호(investor protection) 장치를 통해 투자위험 선호와 관련된 대리인 비용을 통제하여 기업이 성장기회에 따라 최적의 투자위험을 선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때 실제로 투자자보호 장치가 경영자의 사적이익 추구행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여 성장기회에 따라 기업이 최적의 투자위험을 선택할 수 있는가를 규명하는 것은 실증연구의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수행되지 않았으며, 관련된 소수의 연구는 성장기회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투자자보호와 위험선호간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기업의 주요 특성인 성장기회에 따라 최적의 위험선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 투자위험 선호의 가치를 모든 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기업의 성장기회에 따라 최적의 위험선호 수준이 달라 질수 있고 그로 인해 대리인문제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 투자자보호의 효과는 성장기회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와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본 연구는 투자자보호와 투자위험 선호 간의 관계가 기업의 성장기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만약 투자자보호가 경영자의 투자위험 선호에 미치는 영향이 성장기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면, 성장기회를 고려하지 않은 회귀식에서 투자자보호의 영향은 희석되어 유의하지 않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실증분석에 이어서 성장기회에 따른 투자위험 선호가 기업가치 및 기업성과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서 실증분석을 수행하였다.

2. 연구의 결과

분석결과에 따르면 본 연구의 가설과 같이 성장기회가 큰 기업의 경우에서는 투자자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기업의 경영위험 선호가 높아지지만, 성장기회가 낮은 기업의 경우에는 투자자보호 수준이 경영위험 선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적어도 경영위험을 선호하게 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성장기회가 큰 기업에서는 경영위험 선호가 기업가치 제고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영향을 끼치지만, 성장기회가 낮은 기업에서는 경영위험 선호가 기업가치 제고에 미치는 영향이 작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종속변수, 주요 설명변수, 통제변수 및 성장기회 측면에서 수행한 강건성 분석(robust test)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성장기회와 잉여현금흐름을 통해 과대투자(over-investment)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군을 선별하여 이 경우 투자자보호가 위험선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과대투자 가능성이 높은 기업군에서는 투자자보호 수준이 우수할수록 위험선호가 낮아지거나 또는 적어도 투자자보호가 위험을 선호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과대투자 가능성이 높은 기업군의 경우 위험선호가 기업의 가치제고를 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를 보였다.

3. 연구의 의의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첫째 본 연구는 투자자보호의 효과가 모든 기업에서 일률적으로 나타난다는 기존의 실증연구와 달리 투자자보호의 효과가 기업의 성장기회 특성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영자는 외생변수인 성장기회에 따라 투자정책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외생변수인 성장기회에 따라 투자정책과 관련된 대리인 문제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투자자보호의 효과도 성장기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본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성장기회가 낮은 기업에서 투자자보호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위험선호가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기업특성에 따라 우수한 투자자보호가 기업가치 또는 기업성과 제고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여 투자자보호의 필요성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기업지배구조 분야의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둘째 본 연구는 투자자보호와 기업의 투자위험 선호 간의 관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증분석을 통해 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투자자보호 이슈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국내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투자자보호가 투자위험 선호에 미치는 영향에 관련된 연구는 없었다. 이러한 점은 우리 자본시장에 국한하여 기업별 투자자보호 관행의 차이에 따른 투자위험 선호의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 본 연구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셋째 기업의 최적투자정책은 성장기회와 같은 기업특성에 따라 결정되어져야 하는데, 그 방안으로 본 연구에서는 투자자보호 장치의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침체기에 경기부양 및 실업난 해소를 위해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기업마다 상이한 성장기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왜냐하면 기업마다 성장기회가 달라서 모든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여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기업의 성장기회를 파악하여 투자를 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가 성장기회에 따라 효율적으로 수행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기업내부의 투자자보호 메커니즘, 즉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