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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17호] '섹스 앤 공부' 공부를 잘하기 위해 아껴야 할 것

김태진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

 

섹스와 공부라고? 섹스에 고픈 대학원생들이 일순간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입에 침이 고이며 달려들었을 모습이 눈에 밟힌다. 하지만 죄송. 읽다보면 별로 섹스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글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제목에 낚이셨다^^ 그래도 한 번 속는 셈 치고 읽어보시길.

섹스와 공부라고? 제목만 보고 혹하신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남세스럽게 벌건 대낮부터 웬 섹스 이야기?

우선 섹스하면 뭐가 생각나시는가? 남세스럽게 벌건 대낮부터 웬 섹스 이야기냐고? 그럼 부끄럽지 않게 학술적으로 접근해보자. 과학적으로 보자면 성교 1회시 소모되는 총 에너지양은 6~7Kcal에 불과하다. 그리고 남성의 경우 쏟아 내는 정액의 80% 이상은 수분으로, 기타 약간의 유기물질 그리고 단백질로 구성된다. 양도 고작 5~6ml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섹스시의 몸의 반응은 발기로 시작해서 사정으로 끝나는 신체 일부의 국소적인 변화로만 볼 수는 없다. 상상들 해 보시라! 몸은 잔뜩 굳어져 간간이 경련을 일으키고, 전신의 핏줄은 터질 듯이 팽창되며, 비 오듯 흐르는 땀에 뒤범벅된 상태에서 쿵쾅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죄라도 지은 듯 시뻘겋게 달아오른 자신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했나? ㅎㅎ 그런 점에서 성행위는 무척이나 고된 육체노동이다. 이런 까닭에 몇 방울 되지도 않는 정액을 배출하는 걸로도, 몇 칼로리 채 되지 않는 에너지를 소모하는데도 복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양에서 섹스는 공부에 직빵(!)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단지 과한 육체노동이라는 의미에서 뿐만이 아니다. 그럼 여기서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동양에서 신체를 바라볼 때 기본이 무엇인지 아시는지? 띵똥! 정(精)이다. 흔히 업계용어(?)로‘정력세다’고 할 때의 그 정이다. 동양에서는 이 정이 충만해야 공부도 잘한다고 보았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닌데 정충의 수가 지혜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정(精)은 지혜뿐만 아니라 몸의 기본이 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한 방울이라도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이 동양에서의 신체관, 생명관에 근간을 이루고 있다. 오죽하면 동의보감에도 뜸을 뜨는 것보다 오히려 혼자 자는 게 더 효과가있다고까지 나와 있겠나. 요즘 들어 책을 읽어도 잘 들어오지 않고, 이상하게 머리가 안 돌아간다고 생각되시는분들은 너무 정을 많이 소모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일단 생각해 보시길. ㅡㅡ; 특히나 요즘 머리가 많이 빠진다든지, 충치가 자주 생긴다든지, 허리가 계속 뻐근하다든지,조그만 일에도 깜짝깜짝 잘 놀란다든지 하는 분들은 더더욱이 정을 소모하는 일이 많아서 공부가 안 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일이다.

섹스를 바라보는 동양의 관점, 아껴야 잘 산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식인 서양의학에서 섹스를 보는 관점과 동양의학에서의 관점은 크게 다르다.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의 몸에 총 1되 6홉의 정이 있다고 한다. 보통 한 번 섹스를 하면 반 홉 가량 잃는데, 잃기만 하고 보태주지 않으면 정액이 줄어들고 몸이 피곤해진다고 서술하고 있다. 서양의 관점에서 정액은 쓰면 계속 보충되는 것이지만, 동양에서는 선천적으로 받고 태어난 양이 정해져 있다고 본다. 물론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긴 하지만, 이 역시도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것이아니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에서 정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양생(養生)의 도(道)는 정액을 보배로 삼는다. 이 중요한 보배를 고이고이 간직하라. 여자 몸에  들어가면 아이가 태어나고, 제 몸에 간직하면 자기 몸을 기른다. 아이를 밸 때 쓰는 것도 권할 일이 아닐진대 아까운 이 보배를 헛되이버릴 수 있는가. 없어지고 손상함을 자주자주 깨닫지 아니하면 몸이 약하고 쉬이 늙어 목숨이 줄어들게 되리라.”

- 동의보감


시간이 없어서 여자 혹은 남자 만날 일도 없는데 무슨소리냐고 반문하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을 소모하는 일이 비단 밤일(?)만은 아니다. 일단 가장 큰 것으로는 자위! 사정의 그 황홀한 순간 내 몸의 정이 날아간다. 이 자위의 사정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대표적인 순간이다. 그리고 이 때 몸 안에 있던 정이 날아가 버리는데 실제로 섹스를 할 때보다 더 많은 정을 소모하게 된다. 아이를 갖기 위해 쓰는 것조차 아까운 정을 그렇게 헛되이(?) 낭비할 것인가? 자신만의 성적 판타지에, 야동에 빠져 있는 원생들 뜨끔하지 않으신지.^^ 그런 점에서 흔히 우리가 아는 동양 고전 속의 방중술이라고 하는 것 역시 어떻게 쾌락을 증진시킬 것인가의 문제보다 어떻게 하면 사정을 하지 않을까라는개념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헛되게 정을 소모하는 일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그렇지만 이렇게 정(精)을 성적인 것과 관련하여 사용하는 것 말고도 우리도 모르게 소모되는 경우도 많다. 기본적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하는 것들이다 정을 소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쩌라고? 대학원생이 그럼 책 안 읽고 말 안하고 낮잠만 자라고? 물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ㅡㅡ; 그렇기 때문에 정을 소모하는 일이 많은 원생들은 더더욱 평소에 정을 보충하고, 헛되게 정을 소모하는 일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라고 꼭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별로 없는 듯..하지만 정을 지켜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여자도 마찬가지. 그럼 이쯤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 있을게다.‘그래당신이 무슨 말 하는지 알겠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뜩이나 수업 리딩 따라가느라 바쁜데. 프로포절이 눈앞 이라시간도 없는데. 시간 내서 운동하는 게 원생들한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당신이 알아? 요즘 프로젝트도 줄어서 품위유지비도 모자란 판에 한약이라도 지어먹으라고?’아니다. 그래서 준비했다. 실생활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정을 키우는 방법! 이름하야 머리가 좋아지는 초간단 생활 비법! 짜잔~



이름하야 머리가 좋아지는 초간단 생활 비법! 짜잔~

죽이나 밥이 거의 끓어갈 무렵에 가운데 걸쭉하니 고인 밥물, 이것이 정의 농축액 우선 먹는 것부터 시작하자. 정력에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해구신? 웅담? 산삼? 다 틀렸다. 이런거 보다 더더더 좋은 것이 있으니... 두둥~ 밥물이 되시겠다.‘에게, 고작 밥물이라고?’그렇다. 죽이나 밥이 거의 끓어갈무렵에 가운데 걸쭉하니 고인 밥물. 이것이 정의 농축액이다. 그러니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그냥 단순한 비유나 부모님들이 한약 값 아끼려고 하는 말 아니다. 매일 먹는 음식이 정(精)이 되기 때문에 쌀 미(米)자에 푸를 청(靑)자를 합해서 정(精)자를 만든 것이다. 달고 향기로운 음식에서는 정이 잘생기지 않는다. 오직 보통 맛을 가진 음식물이라야 정을 보충할 수 있다.

매일같이 끼니 때 놓치고 빵으로 피자로 치킨으로 삼시세끼를 때우는 원생들이시여. 부디 새겨들으시길. 꼭 그러고 나서‘아, 왜 요즘 이렇게 힘이 없니, 공부가 안되니, 나이가 들으니 집중력이 떨어졌느니’한다. 먹는 것도 달달한 것만 찾고, 어쩌다 한 번 기름진 것이라도 먹으면 한이라도 풀겠다는 듯이 먹는다. 그게 엄청난 에너지가 될 것으로 착각하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담담한 것에서 정이 나온다.

그럼 또 이렇게 말할 사람도 있을 거다. 밥이 좋다는 것 알겠지만 바빠 죽겠는데 삼시세끼를 어떻게 챙겨 먹냐고. 수업시간 혹은 세미나 시간에 딱 맞춰 일어나서 곧장 학교로 달려가느라 바쁜 거 다 안다. 하지만 아침식사로 뭐라도 먹는 게 중요하다. 단 콩 한 조각이라도. 가능하면 검은 죽을 추천한다. 검은콩, 검은깨, 검은 팥, 검은쌀 뭐 이런 거면 좋다. 검은 색은 오행상 수(水)의 기운에 배속되어 있고, 이는 오장육부 중에 정을 담당하는 기관인 신장에 배속되기 때문이다. 너무 복잡한 이야기는 패스하고.^^ 하여튼 검은 색 음식이 유행하는 게 다 이유가있는 거다.

음양탕(陰陽湯), 음과 양의 기운이 위아래로 섞이면서 음양의 기운을 전달

그리고 몸에 좋은 보약 한 가지. 음양탕(陰陽湯)! 이름에서부터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돈도 없는데 무슨 한의원이냐고? 하지만 음양탕이라 하니 뭔가 거창한 거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 별거 아니다. 음양탕은 그냥물이다. 근데 그냥 물이 아니라 물을 받는 법이 조금 다르다. 일단 뜨거운 물을 적당량 넣은 다음 차가운 물을 보충한다. 동의보감에도 끓인 물 반 그릇과 새로 길러온물 반 그릇을 합한 것을 음양탕이라고 한다. 물 한잔을 마실 때도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우선 받고 나중에 찬물을 받아서 마시자. 이 때 음과 양의 기운이 위아래로 섞이면서 자신의 몸 안에 음양의 기운을 전달해 몸속의 기운을 순환시킨다.

음양탕(陰陽湯).
뜨거운 물 먼저, 그 다음에 차가운 물. 순서를 기억하시길~

모세관운동, 심장과 신장이 좋아지는 효과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법. 이름하여 모세관운동! 모세관운동이 뭐냐 하면 누워서 등을 땅에 대고 손발을 하늘로 처들고 떨어주는 것이다. 흡사남들이 보면 파리 흉내 내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니 남들 앞에서는 쪽팔릴 각오를 하지 않는 한 하지 않는 게 좋다. 약 2분 30초 정도 떨어줘야 좀 떨어줬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움직이지 말고 침대에서 하는 게 가장 좋다. 몸속의 혈액은 3분의 1 정 도가 팔다리에 분포되어 있는데, 모세관운동을 통해 혈액이 몸통으로 모이게 됨으로써 심장과 신장이 좋아지는 효과를 낳게 된다.

고치법(叩齒法), 사람의 침은 진액의 일종으로
생명수에 비유할 수 있어

그러고 나서 고치법(叩齒法). 이게 뭐냐 하면 입 안에 침을 고이게 해서 다시 마셔주는 것이다. 인상 찌푸리지 마시라. 침이 더럽다는 것도 선입견이다. 동양의학에서는 사람의 침은 진액의 일종으로 이를 생명수로 비유한다. 동의보감에는‘사람이 늘 옥천을 마시면 오래 살고 얼굴에서 빛이 나는데 옥천이란 입속에 있는 침이다’라고 설명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수양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를 쪼아 침으로 양치하며 입 안에 가득 차게 한다.이것을 삼킨 다음 숨을 멈추고 오른손을 머리 위로 넘겨 왼쪽 귀를 14번 잡아당기고 또 왼손을 머리 위로 넘겨서 오른쪽 귀를 14번 잡아당긴다. 이렇게 하면 귀가 밝아지고 오래 산다”              - 동의보감

아침에 일어나서의 생긴 침으로는 눈을 닦아주어도 눈이 맑아지니 눈이 안 좋은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 입을 헹구어 눈을 비벼주는 것도 좋다.

신선 자세,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45분을 버텨야

마지막으로 학교에 갈 때 할 수 있는 운동 추천 하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선 자세로 있기. 이거 꽤 효과 있다. 신선 자세가 무엇이냐 하면 무릎을 굽히는 기마 자세이다. 그러나 아무리 얼굴에 철판 깔고 있더라도 지하철에서 기마 자세로 서서 간다는 건 보통 철판 아니고서는 힘들다. 지하철 한복판에서 기마자세로 서서가고 남들이다 쳐다보는 상황,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가. 그렇다. 하지만 걱정마라. 그렇게 티 나게 안 해도 된다. 허리를 펴고 약간만 무릎을 구부리는 것으로 된다.

사람들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티 안 나서 더 좋다. 출퇴근, 통학 시간에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신선 자세로 서있자. 단 이때 발끝은 평행으로 나란히 유지하는 것에 주의한다. 그리고 상체가 앞이나 뒤로 치우치지 않게 똑바르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체를 단련시키는 것은 신장을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이는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자 또한 정력 감퇴, 무기력, 치아 부실, 탈모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45분을 버텨야 한다. 조금 힘들다고 다시 기대거나 할 생각들 마시라. 물론 5분만 해도 허리가 뻣뻣해져 옴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다는 것! 그것은 진리!!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무릎을 약간 굽히시고 허리는 꼿꼿하게 펴고!


이 자세보다는 허리를 조금 더 꼿꼿이 피고,
양발은 나란히^^


안 써지던 논문이 써지고 안 읽히던 리딩이 술술 읽히게 되는 그날까지 고고고! 원생들이시여. 공부를 잘하고 싶으신지? 그렇다면 헛 힘 쓰지 말고 정을 아끼고 보충하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쓰시길^^ 그럼 내일부터 속는 셈치고 아침에 일어나서 음양탕 한 컵 마셔주시고, 침대에서 나오기 전에 팔다리 한 번 떨어주시고, 침으로 이 한 번 닦아서 마셔주시고, 든든히 검은 곡식류의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올 때 신선자세로 이동해 보시라. 혹 누가 아는가? 안 써지던 논문이 써지고, 안 읽히던 리딩이 술술 읽히게 될지 말이다.^^


※ 이 글은 수유너머 위클리(http://suyunomo.net)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바탕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