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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7호] 소수학과의 설움? 학교의 따뜻한 애정이 필요해요.

김나연 독문과 조교장

독문과에 진학한 계기는?


제가 독문과 석사에 입학할 때, 주변에서 모두 축하해 주었던 것만은 아닙니다. 삶에서 돈이 최고의 가치 중 하나인 요즘,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을 시간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학과 같은 순수학문 분야의 경우 그에 대한 편견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문학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지금도 대학원 입학 결정에 후회 없이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 대학 중 서강대를 선택한 이유는 인문학 전통과 학구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마음껏 학문의 길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대로 학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주는 열정적인 교수님들을 만나 제 꿈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비록 학생 수는 소수이지만 수십 명의 학생을 가르치실 때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수업을 준비해 오시고 강의를 해 주십니다. 소수학과의 장점 중 하나는 교수님과의 유대감입니다. 수업 시간 외에도 제가 공부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때면 언제든지 시간을 내 주시고 지도해 주시며 공부 외에도 여러 가지 조언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학과 내에서는 제가 생각했던 대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지만 인문학을 대하는 학교의 입장은 외부에서 바라볼 때의 시각과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자본주의 논리에서 벗어나 중립적 위치를 지켜야 하는 곳이 학교입니다. 특히 대학은 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가기 전 순수하게 학문에 전념해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제 2의 가정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은 대학들이 인문학과를 축소하거나 통합하여 학생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역시 졸업 후 취직이 어렵고 오늘 날의 자본주의 가치관에 맞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독문과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는 제 자신에 행복해야 할 지, 슬퍼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올 2학기부터 사용하게 될 국제 인문관을 생각하면 이런 마음입니다. 입학 전 국제인문관이 지어지는 걸 보면서 인문학의 가치를 여전히 중요시 하고 지원해 주는 서강대를 보며 뿌듯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수학과라는 이유로 독문과의 단독 연구실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날벼락과 같았습니다. 단지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학생이 언제든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한다는 것은 당장 눈앞의 숫자, 이익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물질적인 부분은 당장 의식주를 해결하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정하는 더욱 중요한 문제입니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좌절하고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을 키워주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요즘 서점에 가면 인문학과 다른 다양한 분야를 통합한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문학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소통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 해결책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진정한 교육 기관으로써, 학생을 키워내는 제 2의 가정으로써 서강대학교가 소수학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