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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21호] 생협, 우리가 만드는 복지

생협, 우리가 만드는 복지

부단히 지켜내야 하고 결연히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전리품

 

신혜원 기자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협은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소비생활의 합리화를 이루기 위해 소비자들이 서로 단결하여 공동으로 경제 사업을 운영하는 비영리 협동단체이다. 조합원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뿐만 아니라 직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모두를 조합원에게 환원하여 궁극적으로는 소비생활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생협의 목적이다.

현재 서강을 제외한 여러 대학들은 대학 구성원의 후생과 복리 증진을 위해 생협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생협은 대학 내 합리적인 소비생활과 교육환경 개선뿐 아니라 대학문화 창출과 사회봉사기능의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생협은 조합원인 대학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하고 주도적으로 운영 및 이용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이익과 복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운영 및 정책 결정자로서의 조합원은 생협의 모든 활동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데 이로써 학내 경제활동 가운데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자연스레 정착될 수 있다.

성공적인 생협의 사례로 꼽히는 연세대 생협은 캠퍼스 복지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매년 2억원 상당의 생협복지장학금을 조합원에게 지급할 뿐만 아니라 150명의 자취생·하숙생들에게 월 15만원의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조합원에게 필요한 물품의 구입과 공급사업, 생활개선과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 외에도 자원 재활용과 같은 환경보호 사업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시설보수, 학생 관련 비품의 구입, 교수 연구 및 직원 교육훈련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두 번째 모범적인 사례로, 조합원들이 게시판 댓글과 트위터로 소통하면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세종대 생협은 학내에 식당 4, 매점 5, 카페 2곳을 운영하면서 이와 함께 자판기 사업, 도서관 사물함, 학교 안의 물품대여 사업 등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생활문화 사업과 여행사, 화장품점, 이발소, 공구 및 기자재 대여, 택배 수령 대행서비스, 우산 무료 대여 및 팩스 수·발신 서비스 등 조합원들의 학교생활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생협 직영 식당과 카페 사업의 경우, 조합원들에게 안전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 손으로 창조적이고 신선한 서강만의 복지를 만들고자 합니다.”

 

   서강에는 생협이 없다. 하지만 생협 창립을 위해 현재 생협추진위원회(이하 생추위)가 조직되어 세미나와 교육, 홍보를 위주로 자금 마련과 공감대 형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추위 이지환(국어국문학과) 위원은 생협이 들어서면 서강대만의, 서강대에 의한 경제주체를 형성할 수 있으며 조합원이 원하는 복지를 유연하게 마련할 수 있고 경제적 이익도 챙길 수 있다, 서강에도 복지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생협만큼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잘 반영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서강은 1988년 최초로 학생소비자협동조합을 설립한 바 있다. 하지만 1992년 해산된 이후 지금까지 생협을 만들기 위한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는데, 2012년 등록금 인하 요구가 대학 내의 전반적인 복지 문제로 발전하면서 생협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빠르면 올 가을에 만들어질 서강의 생협은 곤자가 플라자 한 가운데에서 저렴하게 생필품을 판매하는 곤자가 아큐파이(occupy)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물품 임대, 학내 매장 운영, 장학금 지원 등을 포함하여 학내의 전반적인 경제활동을 기획하다가 점차 생협의 규모가 커지면 조합원의 의견을 담은 서강만의 브랜드를 창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위원은 학생과 교수, 직원이라는 세 주체를 모으기가 매우 힘들다며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생협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200912월 생협에 일방적으로 사업권 회수를 통보한 세종대 본부의 처사는 생협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익 창출이 최우선인 학교는 학생들의 권리와 복지를 보장하는 것 이상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유통 구조를 확보하려고 하기에 생협은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학교의 수익 구조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세종대의 생협 조합원들이 생협을 지키기 위해 범대위를 구성하고 법적 투쟁까지 돌입했다는 사실은 생협이 마치 선택사양처럼 단순히 좋다고 도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즉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지켜내야 하고 결연히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전리품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생협이 서강의 기회일 수 있다면 그 기회는 우선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학교는 동지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