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4.15 17:27

 

 

[칼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

 

 

 


   우리들의 영웅, 뫼르소

2013년은 프랑스 작가 알베르 까뮈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까뮈의 그림자, 뫼르소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항한 대가로 결국 죽음을 맞은 주인공에 대한 각종 서평과 감상문이 넘쳐 나지만 그의 죽음을 부조리에 대한 투쟁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어쩐지 석연치 않게 느껴진다.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까지도 타인과 타협하지 않는 그의 자아가 극단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세포를 자극하는 건, 사소한 결정에도 타인을 의식하는 우리의 빈약한 자의식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어쩌면 타인이 정해 놓은 신념이나 구조를 의심 없이 신봉하고 그것을 위해 내 목숨까지 버리를 영웅주의에 젖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욕망-불안, 순환하는 삼각의 굴레

현재인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불안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만의 것은 아니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계속 되어왔던 음식을 저장하고, 자손을 호세 뮤노스가 그린 일러스트 이방인의 한 장면. 사진: 책세상낳으며 기록을 남기는 행위도 인간이자신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행위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를 꺼려왔던 불안이라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열렬한 관심을 쏟았던 적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진열장에 불안을 다룬 가벼운 심리학 서적이나 자기계발서가 연일 가장 높은 자리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현대인들의 불안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거싱기에 이렇게도 사업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불안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으레 마주치게 되는 우리의 욕망은 무엇을 지향하는 것일까. 타인이 부재한 욕망은 존재할 수 있을까. 불안, 욕망 그리고 타인은 영원히 순환하는 트라이앵글 구조를 형성하는 듯하다. 마치 신 앞에 죄를 지어 해갈되지 않는 갈증을 형벌로 받은 탄탈로스처럼 불안을 잠식하기 위한 우리의 욕망이 죽는 순간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욕구불만으로 남는 것을 보면.

 

 

타인이라는 지옥

사르트르가 각본을 맡았던 연극 <비상구는 없다>지옥은 결국 타인들이지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우리의 지옥은 결국 타인의 시선에 나의 인생을 저당 잡힌 순간부터 시작된다. 뉴스에서 자주 다루는 스펙 전쟁만 해도 그렇다. 재능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같은 것을 두고 싸운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나를 깎고 붙이고 재단해 타인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아야 일단 안심이 된다. 겨우겨우 기준치에 닿으면 다른 사람들도 나 정도의 스펙은 가지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모든 스펙이 상향평준화 되어 있다. 그러면 또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스펙을 쌓는 데에 시간을 바치지 않으면 또 다시 불안의 상태에 잠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스펙 전쟁의 원인 또한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한다는 것에서 삶의 비극은 지속된다.

최근 뉴스에서 대학원생을 다룬 기사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고생 끝에 학위를 취득한 후에도 진로가 불투명한 대학원생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기사들이다.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아도 대학원은 쓸데없이 긴 가방 끈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닌 여전히 공부를 갈망하는 학생들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나름의 이상과 꿈을 안고 대학원에 진학했음에도 학기가 더해질수록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얼굴은 근심으로 어둡다. 하는 말마다 탄성을 자아낼 만큼 명석한 두뇌의 선배들조차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 문제에 억눌려 있다고 토로한다. 경제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오히려 돈을 들여 학문의 길을 택했던 것에 대한 회한, 결혼적령기임에도 한 가정을 책임지기 힘든 얄팍한 통장잔고, 점점 나이가 드시는 부모님께 용돈을 고사하고 여전히 의지하는 불효 등 대학원생들에게는 너무나 보편적인 근심들이지만 우리가 괴로운 것은 당장의 현실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또래들과의 상대적 간극을 인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불안케 하는 직접적 원인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택한 학문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지금의 선택에 물음표를 던지는 거은 결국 타인의 욕망과 기대를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 때문이 아닐까.

 

낯선 나로의 이행

우리가 대학원생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주제 넘는 장광설을 늘어놓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의 대가를 보장 받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구조는 당장은 어쩔 수 없다 쳐도, 타인의 기준으로 세워진 기준 앞에 좀 더 힘을 빼고 내 삶의 이유만을 추구한다면 우리의 하루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의식해야 할 타인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주관하는 자아와 분리된 낯선 나이다. ‘낯선 나로의 이행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의 삶을 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끊임없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내 선택이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살피는 것이야말로 불안에 정면으로 마주한 우리의 유일한 대처법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달이냐 6펜스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그나마 한줄기 위안이 되는 것은 타인의 모든 계명을 조롱한 영웅적인 사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외친다.

 

붓다, 하느님, 조국, 이상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지 못하는 자에게 화 있을진저.”

김하늘 기자

 

 

 

 

[기자수첩] 당신의 OK사인을 기다리며

 

 

 

지난 322, 인터뷰를 위해 부산 동아대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처음 활짝 핀 벚꽃과 개나리꽃을 보고는 문득 사진에 담아 누군가에게 보냅니다. 말로만 듣던 낙동강 줄기를 캠퍼스에서 내려다보니 지친 심신에 생기가 도는 듯했습니다. 동아리 방마다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새어나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당당했습니다. 자기계발이다 취업이다 바쁜 생활로 동아리 활동은 뒷전이라는 요즘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틀렸지 싶습니다.

사실 인터뷰는 여러 취재방식 중 가장 맨 윗자리에 두어야 하는 심리적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인터뷰이의 눈빛과 표정을 주시하는 게 중요하지요. 권명아 선생님의 눈빛에서 더없는 진실함을 느꼈습니다. 특정 이슈가 아닌 한 사람의 연구 인생과 삶, 그리고 체험에 대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자리에 서기 위해 끈기 있게 달려온 리얼 스토리였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으니 훗날 지식의 씨앗을 뿌리는 채무자가 되어 그 빚을 갚아야겠습니다.

성숙한 인격도, 뛰어난 재능과 실력도 뚱보 앞에선 무용지물인 계절, 봄입니다. 예쁜 여자가 되는 일은 거의 모든 여성들의 숙명이자 굴레 같은 것이지요. 20세기 직전만 해도 소문자 b라인에 가까운 상박하후(上薄下厚)의 실루엣을 아름다운 몸으로 여겼다는데, 세기를 잘못 타고 태어났나봅니다. 봄은 스치듯 지나갈 것이고, 여름은 속히 다가올진대, 남은 건 겨우내 찐 살들뿐이니 겁이 날 수밖에요. 오늘은 이래서 운동을 못 하고, 내일은 저래서 먹어야 한다는 데. 줄넘기의 장인 김수열씨의 가훈이 떠오르네요. “오늘 넘지 않으면 내일은 두 배로 넘어야 하리.” 공부도 마찬가지겠지요. “오늘 (논문) 보지 않으면 내일은 곱절로 봐야 하리.” 생업과 연루시키니 일견 명문입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슨 일이든지 꾸준한 실천의 최대 복병은 핑계거리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계간지 서강대학원신문사는 일간지 언론사처럼 치열한 승부의 세계는 아닙니다. 교내의 이슈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싶지만, 계절이 바뀔 때에야 만날 수 있으니 웬만한 이야기들은 모두 옛날 일이 되고 맙니다. 그렇지만 대학원신문사에도 집념과 펀치력, 생생한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능력이 진정으로 필요하지요. 미국 CBS 앵커맨 1호 월터 크롱카이트 역시 가죽구두가 닳도록 발로 뒤는 끈질김(shoe-leather reporter)의 소유자였다고 하거든요. 공부를 시작하면서 ‘arm chair social scientist’는 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신문 만드는데도 엉덩이가 너무 무거웠던 건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여러분의 OK사인이 떨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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