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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30호]죽음의 변증법, 사선(死線)에서

 

 

 

 

 

 

 

 

  죽음의 변증법, 사선(死線)에서

침몰하는 감각은 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감각은 죽음 앞에서 부상한다. 분노, 슬픔, 공포, 증오 등의 감정이 떠오르고 단절, 분리, 상실 등의 날() 감각이 뒤따른 뒤에야 죽음()은 완성된다. 따라서 어떤 죽음 앞에서 우리가 무감각하다면 그 죽음은 미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상조회사라는 신() 비지니스의 출현과 죽음과 우리를 잇는 일을 방해하는 것들 때문에 죽음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고 애써 죽음을 감각할 필요가 없어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획은 과거와 동시대에 이어지는 한국인의 전통과 의식 속에 남겨진 죽음에 대한 기억/기록을 되살려 죽음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고자 한다.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는 죽음에 대한 기억/기록은 지금 우리가 맞닿은 미완의 죽음들을 완성시켜줄 것이다.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이 변증법적 시도가 삶을 삶 속에서만 의미를 찾으려 했던 이 시대의 환상을 깨고 삶을 사실 그대로 마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편집장 박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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