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4.12.31 19:41

 

<서강대학교 대학원 학술단체협의회 학술대회>, 현장사회학회

도시 내부 구성원의 도시재생 욕구 - 성남 원(原)시가지를 중심으로

 

 

지소연 _ 현장사회학회, 사회학과 석사과정

 

고밀도 아파트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1960년대 중반부터 서울 도심 주변과 시 외곽에 무허가 정착지가 급증하였다. 무허가 정착지를 정비하기 위해 고지대 하천변 등지에 대한 철거와 고밀도 아파트 건설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철거 재개발로 더 이상 부동산 수익을 창출할 수 없고 무허가 정착지 주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도시의 외관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주택이나 가로를 조금씩 정비하는 도시재생으로 재개발 형식이 변화하고 있다.

현재 성남 원시가지의 주거형태는 기존에 광주대단지 개발 때 불하받았던 20평의 분양지에 2-3층 정도를 올리는 다세대 주택 방식이다. 정부에서는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 등을 통해 성남 원시가지에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 재생 사업은 일방적인 정책적 동원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대해 이권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의 욕구만 반영되고 있다.

이 논문은 성남 원시가지 주민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내재적 욕구를 고찰하고, 몇몇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주민들이 욕구하는 ‘공동체성’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사진) 성남 원시가지 골목, 저자 제공

 

성남 원(原) 시가지의 역사

성남이 지금과 같은 다세대 주거 형태로 탄생한 배경에는 광주대단지의 조성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서울시는 1966년에 무허가 건물에 대한 억제기본정책을 협의하면서 성남을 집중되는 인구와 도시빈민들의 분산을 위한 대상지역으로 설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강제이주를 통해 천막에 가수용된 철거민들은 고통을 받았다. 때문에 성남 주민들은 불하 가격 인하 및 분할 상환을 골자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주민과의 면담을 약속한 서울시장도 궐기대회에 오지 않자 해방 이후 최초의 대규모 도시빈민운동인 광주대단지사건이 발생하였다.

광주대단지 사건 이후 성남 원시가지는 80년대 초반 건축 붐이 일어나 도시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분당신도시가 재개발되면서 도시 외연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해 원시가지가 쇠퇴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분당에 비해 유입인구가 줄어들어, 원 시가지 거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도시빈민이 아닌 성남 원(原) 시가지 주민들

성남 원시가지 발전의 역사적 맥락을 보면 언뜻 이들을 도시빈민으로 규정하기 쉽다. 광주대단지 자체가 도시빈민을 정착시키기 위해 개발된 신도시이며, 현재 많은 거주민들이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직종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성남 원 시가지의 구성원들은 도시빈민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 우선 성남 원시가지에서는 계층 이동이 비교적 역동적이다. 인터뷰 결과 지역 내부에서 자본을 집적할 수 있는 능력을 토대로 가난을 벗어난 사람들도 존재하였다. 그리고 8평 부지를 불하받았던 다른 도시빈민 주거지역과는 달리 성남은 분양지 자체가 20평이 넘는 비교적 넓은 부지를 제공받았다. 20평은 사람이 살기에 매우 좁은 평수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스스로를 서민층이라고 인식하였다. 따라서 이들을 단순히 도시의 양적 발전만을 욕구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귀인양식과 사회적 성격 :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을 중심으로

기존의 주민들의 공간적 욕구를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귀인과 사회적 성격 분석이 필요하다. 귀인은 한 사건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행위원인들의 선택지 가운데 어떤 원인을 그 사건에 귀속시켜야 할지를 추론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성격과 기질 같은 개인의 내적 요소에 귀인하는 것은 내부귀인이며, 규범이나 운과 같은 상황적 요소에 귀인 하는 것을 외부 귀인이다.

사회적 성격은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에서의 분류도식을 따른다. 리스먼은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행위의 준거점이 형성된다고 본다. 잠재적 고도 성장기에는 권력 관계에서 결정되는 전통을 행위의 준거점으로 삼는다. 과도기적 인구성장기에는 내부지향에 의존하는 사회로 변화한다. 사람들은 가족의 영향을 받아 내면화된 도덕과 가치관의 기준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내부지향적 사회가 관료화되고 인종, 국가, 문화의 접촉이 증가하면 타인지향적 사회로 변화한다. 구성원들은 점차 동료나 이웃 같은 주변 집단의 기대와 선택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미화와 피해의식의 이중주

성남 원시가지에서는 전통/내부지향 - 내부귀인, 타인지향 - 외부귀인 양식이 모두 나타난다. 전통/내부지향 - 내부귀인자들은 성남의 현재 상황을 미화하는 경향을 보이며, 타인지향 - 외부귀인을 하는 사람들은 성남의 개발소외나 고립에 대한 일종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고OO는 이 지역에서 결혼, 출산, 경제활동을 모두 영위하였다. 그는 성남 원시가지가 발전하던 때 가게를 운영하면서, ‘살림이 피는’ 경험을 하였다. 가게운영으로 돈을 많이 번 경험은 ‘스스로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삶이 경제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구체화해준다. 그녀는 전통/내부지향적 사회적 성격을 통해 가족적 배경이나 전통이 요구하는 근면성실을 체화하여 실제로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변화시켰다. 이는 개인에게 주어진 상황을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해준다. 하지만 성남 원시가지가 낙후되어 가는 현재의 상황은 개인의 힘으로 쉽게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 자체를 합리화하여 ‘이 정도면 살만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반면 외귀인성향을 가질 경우 국가 정책과 같은 외부적인 상황에 귀인하기 때문에 사회적 상황의 영향력을 크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강OO은 학창시절 YMCA 활동을 할 때 정부의 탄압을 직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외부적 상황이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구체화되었다. 그래서 성남의 상황에 대한 책임귀인을 국가 정책의 의도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는 성남에 거주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객관적인 거리두기를 통해 타인의 반응을 고려하는 타인지향적 성격도 갖고 있다. 이러한 귀인양식과 성격은 국가가 일부러 성남을 고립시켰다는 피해의식을 키운다.

 

 

저자 제공 표.

 

 

지역적 소속감을 구성하는 환경적 조건

타인 지향적 성격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피해의식으로만 성남의 정체성을 판단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지역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시가지에 소속감과 애정을 갖고 있다.

타인 지향적 성격의 원시가지 주민들도 지역에 귀속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물리적 조건 때문이다. 우선 성남 원시가지의 주거 형식 자체가 얼굴을 자주 보고, 안부를 물어볼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다. 때문에 골목을 단위로 이웃 간의 대화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지역은 주차 문제가 심각하지만, 주차 문제는 서로에 대한 공감과 해결책에 대한 암묵적 합의를 통해 이웃관계를 끈끈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또한 지역 개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이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환기된다.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해 성남의 효율추구적인 재개발 방식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기존의 재개발 방식이 저지되고 주민들도 역시 현 상황에 순응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구성원 스스로가 도시에 대한 귀속감을 통해 급변하는 도시의 흐름에 반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논문은 현재처럼 일부 주민들만을 동원하는 방식의 도시재생에 본질적인 ‘공동체성’을 포함시켜야 함을 드러낸다. 따라서 현재처럼 실용성이 없는 편의시설만을 유치하려고 하거나 주택의 외관만을 변화시키는 도시정비가 이루어져선 안 된다. 또한 주택에 대한 권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을 참여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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