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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31호] 세대와 빈곤

 

 

 

세대와 빈곤이라는 기획은 후속 세대에 관한 우려 섞인 관심에서 시작했다. 후속 세대라는 이름으로 조명 받는 학문의 하위 계층들은 지식 생산의 수직 구조에서 가장 아랫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후속이라는 지난한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파편적인 양성 기간들을 보낼 때 그 순간 잊혀지는 것은 그들의 육체와 정신을 거쳐 만들어진 노동이다. 이렇게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채 상실되는 노동은 빈곤의 출현을 부른다.

이제 세대의 이름을 사회에 펼쳐보자. 사회의 지속과 안정을 위해 궁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여성, 비정규직, 청년실업자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후속 세대라는 훈육 프로그램 속에서 노동이 비자발적으로 상실됐다면 미래 설계의 사회적 프로그램 속에서 상실되는 노동은 더 멀쩡하고 조용한 빈곤을 출현시킨다. 우리는 한 사회의 빈곤을 가늠하지 못한다. 세대 안의 빈곤을 알아채지 못하듯 사회에 퍼져나가는 빈곤의 규모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본 기획은 이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체감하기 위해 마련했다. 빈곤을 서둘러 해결하려는 그 태도가 지금의 빈곤을 보이지 않고 숨어버리게 했고, 빈곤을 말하려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부담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편집장 박경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