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5.06.22 15:40

혐오를 멈춰라. 광장을 열어라. 




  이종걸_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아이다호(IDAHO)의 의미와 목적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입니다. ‘International Day Against of HOmophobia’ 란 영문명에서 머리글자를 따서 ‘IDAHO(아이다호)’ 로 줄여 부르기도 합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연출하고 세상을 떠난 배우 리버 피닉스가 출연한 영화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퀴어 영화로도 사랑받은 영화<아이다호>를 떠올리며 이 날을 기억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2004년부터 ‘IDAHO’를 논의해온 아이다호 위원회(http://dayagainsthomophobia.org/)에서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인 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정하였습니다. 




 2014년 여름 아이다호 전언 (사진_저자제공)


이 날의 목적은 이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억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시민사회와 언론 그리고 주요 정책입안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를 알려 공론화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행동하는 날입니다. 매년 5월 17일만큼은 가족, 직장, 학교 등에서 존재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혐오, 그리고 사회적인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인 차별과 혐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각국의 현실에 맞게 주도적이면서 집단적인 대응을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총 130여 개국, 1280여 개 단체의 1600개의 관련 행사가 5월 17날 동시에 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혐오


한국 사회에서의 혐오의 양상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보수 기독교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 세력들은 집단적으로 혐오와 차별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결국 동성애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러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주요 활동을 보면 동성애만을 문제시 하는 것이 아닌 인권문제와 차별금지라는 논의 자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2007년 10월 31일 참여정부시절 법무부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초의 기본법이라며 강하게 추진하려던 차별금지법안 중 성적 지향, 병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언어, 출신국가, 범죄 및 보호처분 등이 포함된 원안에서 이 7가지 항목을 삭제하고 국무회의에 제출했습니다. 이유는 보수기독교 단체, 경총을 비롯한 재계와 보수 언론의 강력한 반대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2001년에 통과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포함된 차별금지 사유임에도 말입니다. 그 이후 인권기본법이자 포괄적인 차별금지를 실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과정에서 이들 보수 기독교 세력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고 축소시켜놓고 이 법안들이 동성애를 조장할 것이라고 잘못된 주장을 하면서 이후 국회를 통해 입법 발의된 제정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재계는 멀찌감치 팔짱을 끼며 이 상황을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입니다. 



2013년 아이다호 레인보우 액션 (사진_ 저자제공)

2011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남성동성애자들의 성행위를 계간이라는 혐오적인 언어로 차별하고, 형벌로 처벌하며, 성폭력이라고 할 수 없는 개인 가장 내밀한 영역인 성적 접촉까지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보수 기독교계들은 이 법안이 없으면 군대에 동성애가 합법화될 것이라는 사실과는 다른 주장을 하여 기독교인들을 호도하였으며 국가인권위가 위헌 결정을 내야한다는 의견을 발표하자 국가인권위 앞에서 국가인권위를 마치 동성애를 조장하는 기관인 것처럼 매도했습니다. 이들은 그 이후에도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거나 차별하는 법조항 폐지 운동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2014년 11월부터 보수 기독계는 성적 지향이 포함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 부분을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개정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11월과 올해 3월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복귀할 수 있다고 단정하며 동성애 전환치료를 위한 <탈동성애인권포럼> 행사를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버젓이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결국 동성애자들은 사랑하지만, 동성애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죄이기 때문에 법으로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일방적인 관점에서 보편적 인권의 가치는 무시하며,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의 시선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 보수기독교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3월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교육지침을 각 교육청에 하달하면서 성교육 중에 '동성애' 및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도록 지시했습니다. 보수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정부 안에서도 성소수자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들을 버젓이 벌이고 있습니다. 


혐오와 맞서 싸우기 위한 노력


한국에서 진행한 동성애 혐오 반대를 위한 첫 번째 행동은 2007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후보의 동성애 비정상 발언에 대한 규탄 사이버 시위였습니다. 그 후 2009년에는 시민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캠페인, 게이 프리허그, 게이 코러스의 공연, 커밍아웃 캠페인, 플래시몹 등 가시적인 활동을 통해 아이다호를 알리고 기사화하였으며 SNS와 해외 뉴스를 통해 한국에서의 활동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사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양상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고 있는지를 알리고자 기획된 것입니다.  


지난 12월 서울시청을 점거한 무지개 농성장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혐오세력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서울시가 정작 시민인권헌장을 폐기한다고 하자 그에 비롯된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농성 현장에는 수많은 시민 사회 단체들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자들이 함께 하였으며,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함께 모여 권리와 변화와 사랑을 원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올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이 열린 5월 16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그 농성에 함께 한 힘들이 다시 결의하는 마음으로 모여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함께 맞서 싸울 것인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천여 명이 서울역광장에 모인 지난 5월 17일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단지 성소수자의 문제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이며 노동, 여성, 빈곤, 평화, 이주, 장애 등 다양한 인권의 현장에서 느끼고 고민했던 서로의 힘을 모아 연대해야 하는 문제임을 인식하고 함께 투쟁해야하다는 결의를 맺었습니다. 그 결의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였으며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 언론들에게는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요구였습니다. 또한 연대의 힘을 통해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5월 16일 서울역광장에는 전국의 무지개가 함께 모였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전주, 대구에서 혐오와 맞서 싸우기 위해 희망을 담은 무지개버스들이 서울역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우리는 그 무지개가 우리 사회의 희망임을 확인했습니다. 다양성과 인권의 광장이 열리는 순간에 모인 무지개들이 인간의 존엄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희망임을 확인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인권이 후퇴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더 이상은 혐오가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리게 할 수 없습니다. 내년 아이다호 때 다시 만나 인간의 존엄을 위해 각각의 현장에서 함께 싸운 이야기를 다시 나누면 좋겠습니다. “혐오를 멈춰라. 광장을 열어라” 



 2015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 문화제 (사진_ 저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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