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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33호] <서강대학교, 서강대학원 총학생회> 라운드 테이블

본교의 학생 대표자로 학교 문제에 큰 관심을 가져 온 서강대학교, 서강대학원 총학생회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강대학교(원)에서 각각 대체불가능한 존재이지만 그동안 존재감에 걸맞는 발언권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그런 학내의 한계를 지적하고 학내 사안들을 자유롭게 돌아보며 학생 사회의 진솔한 생각과 고민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였다.


<서강대학교, 서강대학원 총학생회> 라운드 테이블 


진행 : 박경룡 서강대학원신문 편집위원

토론 : 김진석 서강대학교 대학원 28대 총학생회장

       김민건 서강대학교 45대 총학생회장 

       이하나 서강대학교 45대 부총학생회장

기록 : 황민아 서강대학원신문 수습 편집위원




총학생회 활동의 어려움, 소신과 중립 사이에서

 

신문사> 서강대학교(원)에서 학생 자치 기구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 해봤으면 합니다. 학생 대표로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이하나: 사실 (총학생회 활동의) 어려움들을 항상 느껴요. 학교에서 어떤 사안이 있거나 행사가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의견을 내야한다는 고민들이죠. 그 의견이 전체 학우들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총학생회에 들어오는 요청들을 개인적으로는 내리고 싶은 결정이 있지만, 그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거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가 조금 결단력이 부족한 걸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의견을 받아들여야 될지가 늘 어려운 부분입니다.


김민건> 같은 연장선에서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해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중앙운영위원회 위원의 한 명으로서 학부의 의견을 제시했을 뿐인데, 전체를 총괄하는 의장이 되다보니까 개인의 생각과 중앙운영위원회의 의견들 중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저희 집행부 내부에 있어서도 사소한 단어 하나를 쓰더라도 어감, 어조 갖고 국장들끼리 얘기가 많아요. 아무래도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욕은 먹기 싫고 둥글둥글하게 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제가 생각한 바와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내적 갈등들을 느껴요. 그래도 제 바람은 기본적으로는 학내 사안에 힘쓰면서 마땅히 지성인으로서 낼 수 있는 사회적인 목소리도 갖는 합리적인 총학생회가 되고 싶어요.


김진석> 대학원 총학생회가 학교에 있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자치 단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마치 국가 조직의 축소판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말 하나도 조심해야 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어떠한 의견을 전체 의견으로 표명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는 거죠. 특히나 대학원 학생회 같은 경우에는 학부 학생회처럼 정기적으로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서 단대 학생회장들이나 과 대표자들의 의견을 물을 수 없는 구조이거든요. 한 번이라도 모이게 만들기 힘들고 학생회 임원들끼리만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해서 사안들을 합의해야 하는 상황인거죠. 지난 해,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서 학부 학생회랑 이야기를 해서 시국선언을 같이 하자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총학생회가 대학원 학생들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어서 결국 못했어요.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아닌 거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브레이크를 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 하거든요. 단체를 이끌어 가는 입장에서 그런 부분에서는 강단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죠.  


총학생회와 학교 본부를 잇는 열쇠, 소통하는 총학생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신문사> 학생과 학교의 중간에 있으면 대학 본부를 직접 만날 일이 많아 보이는데, 대학 본부를 만나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민건> 제가 받은 느낌은 대학 본부의 문이 분명 닫혀 있다는 거예요. 근데 분명히 그걸 열 수 있는 열쇠가 있는거 같아요.그래서 그걸 찾으려고 뛰고 있는 중이에요. 대학 본부에 어떤 이야기를 하면 우선은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와요. 대표적인 문제가 재정상의 문제, 행정 절차상의 문제들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과거 공학부 학생회장을 하면서부터 느꼈던 것이 이 열쇠를 찾아보려고 열심히 뛰면 되더라고요. 대표적인 예로 이번 축제 같은 경우, 제가 생각한 그림을 만들려면 대운동장을 열어야 했어요. 근데 안 된대요. 여태껏 인조 잔디 깔고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 적이 없으니까 무조건 안 된대요. 근데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설사 잔디가 조금 눌리더라도 나중에 피는 작업을 하면 되는데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열쇠를 찾으려고 뛰어다녔어요. 총장님도 찾아가고, 학생문화 처장님한테도 찾아가고, 학생지원팀에도 부탁하고, 여기저기 말씀드리니까 되더라고요. 교육, 복지 같은 다른 안건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예요. 항상 먼저 돌아오는 말은 ‘안 돼.’, ‘재정이 안 돼.’, ‘절차가 안 돼.’예요. 근데 그 열쇠를 찾으면 되더라고요. 부딪혀 보면 되는 것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노력을 하고 있고 그게 총학생회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김진석> 저희도 이냐시오 성당 강당이랑 다산관 1층에 있는 강당조차도 교수님을 동반한 과행사가 아니면 안 빌려 준다고 해서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준비한 기획 특강을 못할 뻔 했었어요. 계속 안 빌려준다는 거를 직접 얘기하고 부딪히면서 결국은 했어요. 저도 처음에 생각했을 때는 학교 측이 되게 닫혀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 학교에서도 학교가 잘 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면 결국 닫혔던 문이 열리는 것 같아요. 저희가 보다 체계적으로 잘 준비를 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죠. 무턱대고 찾아가는 것보다 우선은 설득과 이해를 위해 잘 정리를 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김민건>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올해 학교 관계 부처들과의 다리를 많이 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몇몇 학생들은 그런 게 있더라고요. 학교를 나쁜 존재로 보고 학교와는 투쟁을 하고 부딪쳐야 한다는 생각들이요. 저는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요. 근데 저는 아무래도 둥글둥글한 학생회를 지향하다보니까, 강하게 하든 약하게 하든 어떤 부탁을 하기 전에 먼저 다리를 만드는 방법을 많이 취해요. 개인적으로 느꼈던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총장님한테 처음 인사드리러 갔더니 표정이 딱 바뀌세요. 저 혼자만의 느낌일 수도 있는데 총장님도 조금 편하게 대하지 못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비서실에서도 꺼려하고 약속을 안 잡아주시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불쑥불쑥 찾아가기도 했어요. 그리고 다른 부서도 다니면서 다리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잘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어요. 앞으로 남은 임기 6개월이 지나고 다음 총학생회에서 이 방법이 효과적이었는지 보고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만약에 다음 총학생회에서 봤을 때 효과가 떨어졌다는 판단이 들면 다시 투쟁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거고 제 방법이 좋다고 생각이 들면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뭐가 답인지는 모르겠어요. 제 공약이나 학교와의 대화와의 과정에서 얼마나 이루어내었는가를 평가한 후에 나올 것 같아요.


신문사> 지난 5월, ‘전체학생총회(이하 ’전학총’)가 4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내 이슈나 학생회 활동에 무관심하고 참여 의지가 약하다고 대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민건> 2011년에도 (전학총이) 한번 성사가 됐었는데, 그때도 제가 알기로는 2, 30년 만에 성사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이번이 아마 2번째로 성사된 걸 거예요. 우선은 말씀하신 게 맞아요. 요즘 대학생들 본인들의 스펙 쌓고 취업 준비하기에 바쁘지 누가 뜻을 갖고 학내 이슈에 의견을 표명하고 그러겠어요. 저도 사실은 당선되고 나서 신입생들을 많이 봤는데 모르는 건 둘째 치고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반드시 이것을 성사시켜서 학교에 ‘이게 우리 전체 총회에서 나온 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보니까 학교에 행사가 너무 많은 거예요. 응원제전, 해오름제, 단대별 축제, 서강 문화제까지 다 따로 있고, 그러다보니 2학기의 경우에는 매주 금요일이 행사예요. 너무 난잡한 거예요. 그래서 이럴 바에는 하나로 몰아서 성공시켜 보자고 해서 전학총회와 합친 거죠. 결과적으로 천 명 정도 모여 성사를 했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었어요. ‘전학총’의 본질이 학생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토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인데 다른 행사랑 섞이면서 그런 부분이 약화됐다는 느낌이 든 거죠.


이하나> 저는 전학총회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보고 있어요. 저희 학교 장점이 소수정예잖아요. 직접 민주주의까지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거의 그런 게 가능했던 거잖아요. 중앙운영위에서 학내 사안을 대표들한테 받아서 직접 서강 학우들에게 의견을 묻고 투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니까요. 다만 공간상의 문제도 있었고 이런 사안들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기는 해요. 


신문사> (대학원 총학생회장님께) 학부와 같이 대학원에서도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현재는 대학원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지 말씀 해주세요. 





김진석> 일단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원우들께서도 느끼다시피 개개인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투자하기를 바라지 시간을 따로 할애해서 학내의 이슈를 논의하자는 건 지나친 기대인 거 같아요. 분명 이러한 부분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근데 대부분은 저희가 자주 연락하는 거에 피로감을 많이 느끼세요. 직접 연락을 해서 홍보를 하려는 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과 전체 차원에서 막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 판단하기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원우들은 아닐 수 있다고 설득을 많이 하려고 해요. 그렇게 원우 분들을 계속 만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원은 학부와 경우가 다른 거 같아요. 학부 같은 경우는 4년이지만 대학원은 코스웍 안에 빨리 끝내고 나가려고 하고 박사분들은 더 바쁘시고 그러니까 그 안에서 추억 쌓기 같은 시간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거 같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행사를 기획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에게 직접 필요한 게 아니면 잘 안 오죠. 저희도 학부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적극적으로 원우들이 필요한 게 뭔지 잘 파악해서 참여하게끔 노력하는데 사정이 다른 거 같아요.


신문사> 8, 90년대의 정치적이고 투쟁적이었던 학생회에서 비정치적. 반운동권적인 총학생회의 모습이 최근 대세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부 총학생회의 경우도 그런 갈림길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지 말씀 해주셨으면 합니다.


김민건> 우선 기자 분들이 오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비(운동)권이에요?, 운동권이에요?, 반(운동)권이에요?, 아니면 전대 학생회 이어 받았어요?, 연관 있어요?’예요. 근데 제가 그런 질문을 제일 싫어해요. 굳이 이야기를 하면 저희는 ‘비(운동)권’인 게 맞아요. ‘비(운동)권’이긴 한데, 저는 ‘비(운동)권’, ‘운동권’, ‘반(운동)권’을 구분 짓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학생회라는 존재가 학생들의 의견을 얼마만큼 잘 대변하고 지지를 받느냐가 중요한 문제지 어떤 성향인 지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과거 비(운동)권과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그렇게까지 정치적인 학생회를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부총학생회장님은 주거권 네트워크에 참여하시면서 기숙사 문제, 특별히 이번에 고려대 기숙사 문제도 같이 참여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마땅히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어요. 굳이 정치적인 학생회를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정치적이려고 해요. 모호한 말이기는 한데 중간의 접점을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하나> 여기에서 말하는 정치적이라는 게 어떤 당의 이념을 갖고 그런 것들을 말하는 거라면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만 사회적인 현안에 대한 관심이라고 한다면 또 반대로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제 자신의 신념보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려고 노력하려는 측면에서 그 결과가 정치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총학생회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문사> 본교 ‘등록금 심의 위원회(이하 ‘등심위’)‘에 참여했던 경험을 나눴으면 합니다. 실제 ‘등심위’를 참여하고 어떤 생각들이 드셨나요?


김진석> 전 ‘등심위’를 두 번 들어간 경우에요. 첫 번째 들어갔을 때는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 혼자 고군분투한 느낌이었어요. ‘등심위’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고 알아보기도 힘든 회계 정보를 보고 설명을 하시는 데 적절히 반박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낀 건 공식적으로 ‘등심위’를 개최했지만 정말 뻔해 보이는 자리 같았다는 것이었어요. 맞춰진 대로 진행되는 ‘보여주기식’ 행사 같았다는 거죠. 올해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미리 학부 총학생회장님이랑 이야기도 하고 ‘전원협(전국대학원총학생협의회)’ 차원에서도 같이 논의를 해서 들어갔는데, (그렇지만) 여전히 학교가 만들어 놓은 판에서 끌려가는 느낌이었어요. 


김민건> 사실 ‘등심위’를 처음 참여하면서 기대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학교 구성원으로서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주체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에 (그렇기도 해서,) 꼼꼼히 살펴 볼 생각으로 갔어요. 그런데 막상 가니까 무기력하더라고요. 정보력의 격차가 너무 크다 보니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요, 그러니깐 우리 말을 따라야 되요.’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다 찬성을 못하겠고 반박을 해야 하는데 막상 반박을 하자니 (등심위) 기간도 부족했고 힘의 균형도 맞지 않았어요.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저희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계절학기 인하는 소폭이지만 인하를 시켰어요. 몇 년 동안 동결 됐던 거였거든요. 그렇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에요. 왜냐하면 학교의 적립금은 점점 떨어져가고 있어요. 그런데도 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은 계속 또 있다 보니까 학교 측에서는 ‘우리가 돈이 많이 필요해’라고 제시할 근거가 너무 많은 거죠. 근데 제가 이거를 잘 볼 줄 안다면 잘못 됐다는 걸 조목조목 반박을 할 건데, 그렇지 못하니 더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이하나> 전 ‘등심위’에 참여 하진 않았지만 외부에서 보고 있으면 그냥 형식적인 위원회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요. 사실상 등심위에 학교 측 위원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경영학과 교수님들, (전문적으로) 회계를 하시는 분들인데 아무리 학생들이 몇 달 밤새워 본다고 해도 그분들이 짜놓은 거에 빈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겉으로 ‘우리는 민주적으로 (등심위를) 했어.‘라고 말을 하기 위한 의례라고 생각해요.


등록금 심의 위원회, 핵심 쟁점



신문사> 지난 ‘등심위’에서 실질적으로 쟁점 사항이 됐던 것들은 무엇이었나요?


김진석> 가장 쟁점이 됐던 거는 학교 재정 악화 때문에 예산 삭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는 동결이고 대학원은 인상을 했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받는 비용들 중에서 장학금은 깎이지 않았지만 학과를 운영하는 비용이라든지 전체 돌아가는 비용들의 2, 30% 삭감 됐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등록금이 인상 된다면 그에 합당한 해명을 해야 한다는 건데, 그에 대한 요구를 계속 했어요. 예산 삭감이 됐다는 거는 우리가 내는 등록금에 비해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올릴 건지 학교 측에 물어봤는데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또 한 가지 쟁점이 됐던 거는, 남양주 캠퍼스의 경우는 조금 장기적인 이야기라서 다를 수 있지만, ‘교내에서 계속해서 지어지는 건물들이 있는데 그런 건물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들 중에서 등록금 중 일부가 쓰여서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되지 않는가?’였어요. ‘그럴 경우, 건축을 천천히 진행한다든지 아니면 기부금을 더 꾸준히 모아서 적립금으로 진행한다든지 해야지 학생들 등록금 올린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얘기를 했었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서도공감을 하죠. 학교 기획팀 담당자분이 이야기를 하셨는데 ‘최근 임용된 교직원이나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다. 이전부터 운영을 잘해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여태 그것이 이어져 여기까지 왔다.’라고요.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재정적인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안정적으로 받아야 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물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학부는 올리지 말라고 정부에서 압박을 주니까 대학원이 조금이라도 양보를 해줘야지 학교 재정의 숨통이 트인다’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김민건> 저희도 같은 쟁점이었어요. 큰 틀에서 보자면 이번 등심위에서 학교는 우리가 얼마나 힘든 지를 어필하는 자리였고 우리는 ‘학교 본부에서 이런 것도 안 해주는데 왜 무조건 동결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등록금) 낮춰주세요.‘하는 싸움의 연속이었어요. 구체적으로 보자면 J관, R관, 베르크만스 우정원, 남도 경제관까지 신축 대형 건물들이 몇 개씩 올라가고 있어요. 지금 J관, R관 빚낸 것도 다 못 갚고 있어요. 몇 년 동안 십 몇 억씩 갚아야 해요. 근데 과연 건축 비용에 등록금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지, 설사 건축 비용에 등록금이 안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결국 건물을 운영하는 비용에 등록금이 들어가는 거잖아요. 세금, 내부 인테리어, 용역비 다 등록금에서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걸 고려해서 운영을 했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그걸 고려하지 않고 운영한 거니까 잘못된 건데 그걸 왜 학생들한테 전가하냐고 따졌죠. 그렇게 물으면 인정해요. 근데 어쩔 수 없대요. 왜냐하면 백억씩 적립금이 깎이고 있기 때문에 라는 거죠. 그게 참 답답한 상황인 거죠. 


김진석> 학교가 했던 말로 이야기 하자면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 최소한의 등록금 수준을 유지해달라는 거예요. ‘정상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요정도의 등록금이 필요하다. 이해해 달라. 적립금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차차 해결해 나가겠다.’, 이런 식이었어요. 


김민건> 학부 같은 경우에 또 문제가 됐던 게, 저는 계절 학기를 많이 물고 늘어졌거든요. 그동안 등심위에서는 계절 학기를 심도 있게 다룬 적이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제 공약에도 계절 학기 수업료를 낮추겠다는 공약이 있어서 나름대로 대학 알림이 보면서 가공해서 표 만들고 다른 학교 꺼 조사하고 그래서 ‘우리 학교가 비싸다. 근데 왜 비싼지 모르겠다.’라고 제시 했어요. 사실 그거 인하 해봤자 몇 천 만원 밖에 안 될 거에요. 근데 학교에서 그것도 아깝다고 안 된다고 그랬어요. 근데 계속 얘기하고 하니깐 기획처장님이 기획 예산팀 쪽에 그냥 해줘라 하신 거예요. 기획 예산팀에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처장님이 학생들이 열심히 준비 해온 거니까 해줘.’라고 하셨대요. 그렇게 들었어요.


신문사> 합리적인 등록금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실제로 등록금을 부담하는 학생들 경우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등록금 결정 과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나요? 





이하나> 등록금에 대해 관심은 있는데, 제 주변에서는 두 가지로 갈려요. 첫 번째는 등록금, 생활비를 벌려고 알바를 많이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대학 공부를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많아서 대학에서 그런 거(등록금 부담)를 완화시켜줘야 된다는 친구들이 있어요. 두 번째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인하는 경쟁이 치열한 지금 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대신 등록금을 올리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어떻게 돈을 썼는지에 대해서 재정 투명화를 해라.‘고 요구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김민건> 대체적으로 봤을 때 열에 여덟은 무관심하고 한 두명 정도가 관심을 갖고 의견 표명을 하고 저희와 같이 직접 활동을 하고 그래요. 등록금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깐 학우들이 ‘등심위’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을 못하는 거 같아요. 왜 인하를 해야 되는 지에 대해서 자기들도 아는 게 없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학부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부모님이 등록금을 많이 내주시잖아요. 저도 사실은 이걸 공부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있는지 알았지, 그전처럼 부모님이 내주시는 대로 그냥 지냈다면 잘 몰랐을 거예요. 그러니 일반 학우들이 어떻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다 알겠어요?


신문사> 마지막으로 대학생, 대학원생으로서의 자신을 삶을 돌아봤을 때 어떻게 느끼는 지 이야기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하나> 저는 대학에 와서 정말 제가 생각했던 대학 생활을 했거든요. 제가 대학에 왔을 때는 대학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학생들이 정말 많았는데 지금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보면 대학이 아니라 사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1학년 때는 학점 관리를 하고 대외 활동을 하고 인턴을 하고 제 2외국어를 해서 취직하는 것이 정석인거고 엘리트인거고 생각이 있는 거다. 근데 거기에서 벗어나게 되면 철이 없고 틀리다.‘라고 치부해버리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조금 아쉽죠.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같은 것들도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순수한 기쁨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하는 것 자체를 낭비라고 생각하거나 스펙 쌓기로 생각한다는 게 아쉬운 거죠.


김민건>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사회적인 흐름이, 시대상이, 이렇게 만든 거 같아요. 요즘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취업 전문학교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제법 많아요. 저도 계속 대표를 하면서 매년 신입생들을 만나보면 만날 때마다 애들이, 조금 나쁘게 얘기하면 개인주의가 좀 강해지고, 그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본인 공부, 본인 학점, 본인 스펙, 본인 취업에 목숨을 거는 학생들이 좀 많아지더라고요. 그걸 보고 있으면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요. 저는 하고 싶은 대학생활을 했거든요. 4년 동안 학생회 활동을 했는데 저는 이게 좋아가지고 하고 싶은걸 해서 후배들한테도 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거든요. 학생회 회장이나 뭐를 하고 싶은 애들이 항상 저한테 와요. ‘저는 이런 학생회 활동하고 싶은데 집에서 하지 말라고 해요. 어떻게 해야 되요?’라고 많이 질문해요. 곧 있으면 11월 선거철이 될 건데, 그때 되면 애들이 또 찾아 올 거예요. 저는 그러면 하고 싶은 거 하라고 그러거든요. 하고 싶은 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하고 싶은 거를 하고 있고 물론 학점은 잘 못챙겼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김진석> 맨 처음에 대학 들어왔을 때는 ‘대학만 들어가면 다 해결 되겠지.‘라고 생각 했었는데 넘어야 할 게 너무 많은 거 같아요. 도전해서 깨부수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저는 취업을 한번 하고 대학원에 들어 온 입장이거든요. 회사를 한 번 들어가 보니까 회사에  들어간 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는 회사에서 승진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또 결혼을 하려고 해도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더라고요. 저는 무슨 대단한 연구자가 되겠다 싶어서 들어온 거는 아니었어요. 학부도 스펙을 위해 개인주의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대학원이 개인주의의 끝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거 보면 아 이 사람들 정말 왜 이렇게 바쁜 걸 까? 바쁘게 살아가면서 과연 이 안에서 뭘 배워 가는 걸까. 조금 회의감도 느꼈어요. 그래도 저는 그 안에서도 공부 외적으로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하는 경험이나 조금씩 만나는 인연들을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