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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35호] 2015년 12월. 국가란 무엇인가?

2015년 12월. 국가란 무엇인가?

 

 

1.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남쪽으로 튀어>는 주인공 최해갑과 그의 가족들이 국가가 요구하는 불합리한 의무를 피해 저 먼 남쪽 섬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를 본지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뇌리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자신의 뒤를 캐는 사복 경찰의 주민등록증을 최해갑이 과감하게 종잇장처럼 구겨서 강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이다. 항상 지갑에 넣어서 지니고 있는 내 주민등록증이 뜨끔 떠올랐다. 어쩌면 주민등록증은 국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존재 증명서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주민등록증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미리 정해져서 당연하게 요구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국가라는 시공간은 나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일까?’ ‘나를 국민으로 명명한 것은 무엇인가?’ 곧바로 영화 속 주인공 최해갑의 대사가 떠오른다. “멋대로 정해놓고 국민의 의무다? 좋소. 그럼 난 오늘부터 국민 안 합니다.”


2.
국가에 대한 사유와 의문은 국가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자들,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로 곧 이어진다. 얼마 전 민중 총궐기에서 경찰의 국가폭력이 행사한 냉철한 물줄기로 인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 유신정권이 억압한 기지촌 여성들, 자식들과 가족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바라는 세월호 유가족들, 점점 사라져 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 기억되지 않은 채 소외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많은 사람. 이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답답함과 분노가 언저리로부터 치밀어 오른다. 나를 직시하고 있는 송곳과도 같은 날카로운 감정을 품고 이번 신문을 기획하였다. 기획 내내 국가의 자격에 대한 질문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꽤 불편한 질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면들을 통해 국가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필요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장 황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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