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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36호] 몸과 노동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근황을 물으면서 신문편집회의를 시작했다.‘다들 어떻게 지냈어요?’
최근 주말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편집위원 한 명이 아르바이트하면서 느꼈던, 전혀 시시콜콜하지 않은 한풀이를 늘어놓았다. 나의 언어로 대신 전하는 것보다 당사자의 언어로 직접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편집위원에게 카페 아르바이트하면서 겪었던 일과 느낀 점에 관한 글을 부탁하였다.

“나는 왼손잡이다. 반면 우리 사회에는 오른손잡이가 많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느낀 점은 이 불균형이 가지고 오는 파급이 생각보다 만연하다는 것이었다. 커피 원두를 가는‘그라인더’에서 원두 가루를 뽑아내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전에 이 분쇄된 가루를 다지는 과정을‘탬핑(tamp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라인더에서 탬핑까지 모든 과정은‘오른손’위주이다. (심지어 교본에도 오른손으로 하라고 쓰여 있었다!) 습관처럼 왼손을 쓰던 나는 사장님께‘작업 효율성’을 문제로 한 소리 들었다. 문제는 카페의 모든 시스템과 동선이 그렇게 오른손잡이 위주였다는 것이었다.

내게 하나하나 일을 가르쳐주시던 사장님은 왼손이 먼저 나가는 나를 보며 종국에는‘왼손잡이랑 일 같이 못하겠다’고 하셨다. 정말 진심으로 답답해서였거나 사실 대수롭지 않은 농담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했던 나에게 그 일은 일종의 폭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틀 뒤, 나는 오른손으로 탬핑을 하고 있었다.”

이번 신문 기획은 노동에서 소외당한 왼손에 관한 이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기획을 준비하는 내내 자문해보았다. 노동환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놓이는 내 몸은 과연 나만의 것인가? 


편집장 황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