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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36호] 이주노동자로서 나는 외친다

이주노동자로서 나는 외친다



우다야 라이 _ 이주노조 위원장 



고령화와 저출산 때문에 한국 산업 현장에서 노동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 현장에 투입되어 노동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하루하루 부족한 상태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경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부족한 노동력를 채우고자 이주 노동자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한국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데려올 수 있는 방안을 찾았지만, 이 주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데려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현지 법인연수생1) 외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미등록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이주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로 장시간 동안 저임금 노동을 시키는 사장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다치는 이주 노동자들도 늘어났습니 다. 하지만 다쳐도 산재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보상까지 아무 것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이주 노동자들도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몰아세웠고, 단속을 통해 강제 추방하는 형식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박탈시켰습니다.

한국정부와 사장들의 착취와 탄압이 계속되자, 이주 노동자들은 점차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우리를 노 동자로 인정하라, 단속 추방 중단하라, 노동 3권 보장하라, 노동 허가제를 실시하라!”라고 목소리를 내며 투쟁을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이주노동의 제도적 현실

결국 정부는 사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1994년도에 산업연수생 제도를 실시했습니다. 이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실시하기 전에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을 모두 강제추방하고, 새로 데리고 온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닌 학생신분으로 데리고 오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제도는 노동자로 서의 아무런 권리도 보장해주지 않았습니다. 이 제도는 말 그대로 노예 제도였습니다. 이 제도에 반대하는 이주노동자 들이 정부를 상대로 또 다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산업 연수생제도가 실시되었던 94년도에 최초로 명동성당에서 쇠사슬 농성을 시작했습니다.“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우리 를 때리지 말라! 산업재해를 인정하라!”와 같은 요구사항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를 개선하기 보다는 이주 노동자를 산업연수생 신분과 그렇지 않은 노동자로 분리하면서 미등록 노동자를 계속 추방했습니다. 산업연수생제도는 산업재해 불인정의 문제, 퇴직금 미지급의 문제, 사업장 이동금지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출발부터 이런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인권단체와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반대했습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노동허가제를 실시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업장 변경 문제

2004년도에 정부는 산업연수생제도 대신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에 관한 제도를 바꾸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였고, 겨우 최저 임금이 적용되었지만 그 밖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3번을 초과하여 직장을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동할 때마다 사장의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3년 이상 일을 하려면 사장의 고용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이 제도 역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나라를 불문하고 사업 장 변경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사업주의 허락 하에만 사업장을 변경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저임금, 강제 노동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사업주들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임금 채불 문제, 폭행, 폭언, 산업재해, 성희롱, 성폭행 문제들 또 한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근로 기간 문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주가 원하면 1년 10개월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기간 연장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에 이주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면 사업주가 노동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는 문제도 발생합 니다.왜냐하면 사업주들은 그 기간을 연장해줘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은 착취를 당하면서도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한 사업장에서 4년 10개월을 일한 후 사업주가 재고용을 원할 경우 3개월 이후에 다시 계약할 수 있는 성실근로자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서야 이주노동자들이 그 사업장에 돌아와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주들은 이주 노동자가 받아야할 퇴직금을 나중에 지급하기도 하며, 일부 사업주들은 재계약을 해놓고 계약을 해지해 버리기도 해서 이럴 때 이주 노동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퇴직금 및 산재보험 문제

보통의 노동자들은 1년을 일하면 퇴직 후 14일 이내 퇴직금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2014년 8월 이후 한국을 떠나야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법으로 제시된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뺏겼습니다.이것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명백한 차별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제조업, 농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농업에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법인 형태인 주식회사 또는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고용농가의 상당수는 5일 미만 소규모 농장이며, 이런 농가에는 산업재해 보상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주 노동자들이 일을 하면서 다치는 경우 산재보험 해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산재보험이 적용되어 이주 노동자들이 산재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다 다치면 산재 보험 신청을 해주지 않는 고용주들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이주 노동자들은 언어적인 장벽에 부딪치거나, 노동 기간 연장 문제로 인해 고용주에게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고 자비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미래

그동안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자기의 권리를 실현하면서 노동자답게 살기 위해서는 노조 활동과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가 강행한 이주 노 동자 정책을 반대하면서 투쟁하던 이주 노동자들은 2005년도에‘이주 노동자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노조 활동을 하는 간부 조합원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도 있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영세 중소기업들은 이주 노동자들 없이 운영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뿐더러,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칭하며 차별적인 제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일을 할 수 있 는 여러 조건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1) 현지법인연수생제도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세운 법인의 외국인 노동자를 국내에 일정기간 연수 후 현지법인으로 돌려보냄으로써 현지법인의 기술력을 높인다는 취지하에 지난 199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