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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37호 특집] 서강대 대학원생 연구환경 및 인권실태 라운드테이블

서강대학원신문 136호에는 지난 3월에 실시되었던 <대학원생 연구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의 결과가 보도되었다. 흔히 대학원생은‘공부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직업 환경 내‘복지’와‘인권’문제 또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이에 대한 조사결과에서 더 나아가 관련 문제들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만들어졌다. 대학원생의 현실과 정체성을 논하기 위해서 학내 구성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연구환경, 그리고 대학원생
신윤희(이하 신문사)> 많은 원우들이‘대학원의 연구 질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으로“대학원생의 학비 및 생활비 지원(75%)”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등록금 및 생활비 관련] 결과를 보면, <대학원 등록금>은 조교(48.1%) 및 연구보조활동(12.5%)을 통해서. <생계유지 비용>은 조교(24.3%) 및 연구보조활동 (12.6%)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과는 대학원생들이 시간을 어디에 할애하고 있는지, 또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조교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학업 및 연구시간이 감소되는 것(52.9%)”을 꼽기도 했습니다. 결국 학업보다는 타 업무에 집중하게 되는 즉, 연구자로서의 정체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창호> 실제로 저희가 이 조사를 진행했을 때, 저희는 이런 결과가 나온 수치 중에서 상당 부분이 이공계분들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사회과학대학이나 인문대학 쪽 같은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조교 업무라는 부분이 어떤 리서치를 들어가기 보다는 TA활동 정도로, 시간이 뺏기기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과중하지는 않은‘장학금 혜택을 받는 수준’에서의 활동이라고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이공계열 같은 상황은 어떻게 보면‘랩(lab)’ 이라는 특성, 어떤‘장’안에 들어가 있어서 그 안에서 활동이 제한이 되는 이런 부분들이 많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거든요. 특히나 자기 학업연구라는 영역을 정해서 진행을 쭉 해나갈 수 없는, 그 안에서의 틀을 따라가야 되는 거죠. 이런 것 외적으로도 이공계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진행하는 활동들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지난 학기 시작 전에 대표자들이랑 회의를 통해 했었는데요. 거기서 나온 내용들도 전체적으로 이공계학생들이 시간을 할애해서 총학생회의 행사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강을 해도 그렇고 이틀 간 진행되는 어떤 프로그램들은 거의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한 것들을 통해서 그런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김형욱> 정책국장님께서 말씀해주셨지만, 이공계열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도 보면 오롯이 학업에 집중할 수 없고 또, 등록금을 어쨌든 감당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다른 활동을 통해서 학비를 충당하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공부를 하는 것 보다는 다른 일에 몰두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져서 정작 공부에는 몰입을 할 수 없는 대학원생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주변 동료들을 보니까 한 두 케이스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우리학교 대학원생들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심종혁> 대학원 생활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나도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대학원을 다녔는데. 그때 지도교수가 말씀하신 게 뭐냐면, 대학원에서 하는 학문 활동이 사실 실질적인 ‘연구 활동’과, 연구와 공부를 위한‘행정’이라고 이야기하죠. 이런저런, 잡일이라고 하는 것들이요. 이런 것들의 비율이 4:6정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뭐냐면 연구비를 따려고 하면 연구 계획서를 써야 되고, 여기저기 회의에 가야되고, 그래서 실질적으로 연구하는 행위의 40은 실제연구고, 60은 그런 연구활동과 관계된 부수적 활동이 라는 거고. 그럼 대학원 공부라는 게, 석사와 박사는 다를 텐데. 1/3, 1/3, 1/3로 본다고 하면 1/3은 공부하고 수업 따라가는 것이고, 1/3은 지도교수와 프로젝트 하는 것이고, 그다음에 1/3은 자기가 실제로 하고 싶은 공부 하는 것인 이런 구성이 있죠. 대학원이라는 것은 학부랑 달라서 진학하게 되면 일종의 학문이라는 세계에 발을 딛는 행위잖아요. 그런데 학문이 라는 세계가 지금 얘기한 것처럼 앉아
서 공부하는 것만은 아니고,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학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여러 가지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냥 이상적으로‘대학원이니까 공부에만 집중하자’고 한다면 이건 현실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 변화된 세계 상황에 대해 교수님들도 조금 수정도 해야 할 테고. 학생들은 학생들 입장에서 학문세계에 발 들여놓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현실인식이 조금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김도석> 물리학과 경우에는 조교라는 것이 다른 학과와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원장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조교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실제 자기가 몰랐던 학부 과목이라든지 대학원
과목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아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교육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는 진짜 조교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그런 입장에서 생각하
게 되면 조교업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중요하지 않나 말하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조교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지급하는 장학금이 많았으면 하는 것인데. 아까 말씀하신 대로 현실적으로
(장학금 수혜가) 부족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기대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민아> 제가 알기로는 지금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현실 인식은 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1/3, 1/3, 1/3씩 나눠가지고 현실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고, 각 파트별로
자기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지나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우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이 정도의 설문조사로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구체적 사례라든지 주관식
항목을 보면 어느 정도 불쑥불쑥 그런 것들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그 가운데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저희가 발견을 해서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느끼는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차적으로는 지금
이 정도에 그쳤지만 대학원장님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면밀히 조교실태에 대해서 단순히 어떠한가를 묻는 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심종혁> 그런 측면에서 교수님들은 교수님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해야겠죠. 하지만 어떤 온도가“춥다”, “덥다”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잖아요. 춥다고 얘기하는 사람의‘춥다’라는 체감이 얼마만큼 정
당한가, 아닌가를 따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황민아> 그렇죠. 그런데 무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심종혁> 그러니까 본인도 바꿔야 할 여지가 있다는 거죠.


황민아> 그런데 그 전에 어느 정도 들어봐야 하는 기회가 있어야 되는데, 나는 춥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 그런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창호>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는 그‘조교 업무’라는 부분, 실제적으로는 그게 이상적으로, 원래 규칙대로 맞춰진다면 매우 좋은 연구의 기회이고, 더 나은 단계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보는데. 지금 여기서 나오는 것들은 연구 외적인 부분에서 시간할애가 많다는 것이죠. 선생님의 가외의 행정업무 같은 부분을 학생들이 넘겨서 받는다던지, 아니면 선배들과의 관계에서 학생들이 부담을 많이 가지게 된다는. 그래서 저희가 최초로 문제제기한 부분도 그러한 불합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부분에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이고요. 실제로 (설문지) 후반부에 다른 질문들이 있는데. 물론 온도차를 개별로 다르게 체감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 도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많은 케이스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종혁> 당연하죠. 올바르지 못한 상황들도 많죠. 그래서 내가 학생들이 뭔가 고민이 많겠다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부터도 대학원 다닐 때 선생님 말씀은 하늘처럼 여겼고, 1년에 이틀만 쉬었어요. 설날이
랑 추석 때. 그리고 대학원의 삶이라는 것은 물론 석사와 박사는 다른데. 대학원에 들어서는 순간 이건 직업이다 이거에요. 풀타임으로 공부하는 거지. 지금도 이공계 어떤 교수님들은 운동이나 산보도 학생들
이 함께 하기도 해요. 운동하면서도 토론을 해야 되니까.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의롭지 못한 것들도 있어요. 이런 건 고쳐야죠. 당연히.

신문사> 앞서 이야기된 대학원생들이‘조교 및 연구보조 활동’으로 학비 및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은‘장학금 제도’와도 연관되는 문제 같습니다. 장학금이 충분히 보급 된다면 알바 등 외적 활동 시간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특히 [교육여건 만족도] 항목을 보시면‘교육을 위한 충분한 학비(장학금)를 지원하고 있냐’는 항목에“그렇지 않다(53.9%)”고 대답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2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먼저 이에 대한 첫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 학교의 장학금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이재관> 등록금 총 수입의 절반은 장학금으로 나가고 있어요. 장학금 제도에 관한 건 일반대학원 장학금 지급 규정이 있으니까 지금 물어보시는 것 보다 한번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것 같고. 일단 저희가 2014년도 장학금 지급을 타 대학원과 한번 비교해봤는데, 이게 교내장학금, 교외장학금으로 나누어져요. 이렇게 따지면 1인당 장학금이 교내, 교외해서 지금 서강대, 연대, 고대, 이대, 성균관대 이렇게 5개만 뽑아봤
을 때, 1인당 장학금이 총액을 따졌을 땐 2등이고, 교내 장학금만 따지면 1등이에요. 결코 적지 않은데, 문제의 핵심은 제가 생각하기에, 각 학과별로 배정이 되었을 때 수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학과로 배
정되면 학과장님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거든요. 거기서부터 누구는 몇% 주고, 이런 것들은 학과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알지 못하죠. 배정만 해드립니다 각 학과에 얼마 얼마씩.


김형욱> 저도 막연하게 이공계는 프로젝트를 많이 따오잖아요. 그래서 실제적으로는 자기가 내는 등록금 이상으로 인건비를 받으니까 자부담은 없다시피 학교를 다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알음알음으로 물어보니까 안 그런 연구실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 연구실에 대한 것들이 문제가 되는 것 같고요. 인건비 지급 문제에서도 인건비를 법적으로 정한 (최저)시급보다도 못 받는 게 문제고. 그걸 법적시급으로 정해서 주는 게 아니라 교수님의 재량에 따라서 주다보니 거기서 대학원생이 느끼기에 자기의 노동 가치에 턱없이 모자라게 받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심종혁> 그게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면 고쳐야죠. 그렇지만 이제는 사회가 많이 개방된 사회라 그렇게 못할 거예요. 과거에는 그렇게 많이 했지만.


김도석> 이게 과마다 다른 것 아니에요? 과마다 전달되는 채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황민아> 저도 채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과마다 특성이 다르고, 교수님마다 생각하시는 게 너무 다르니까 총학 입장에서는 전체를 다 보는 학생 대표인데, 모든 과를 어떻게 맞춰야 될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공계 같은 경우는 학생들 자체도 말할 수 있는 통로가 폐쇄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게, 인문대 학생끼리는 어느 정도 학생회 사업 등을 통해 소통 기회가 있고 상대적으로 열려있는데, 이공계열 학생들은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김도석> 이런 건 제도가 뒷받침되는 게 아무래도 도움이 되죠.


황민아> 그 제도라는 게 저희 학생들끼리 만들 수 없는 거니까 대학원장님과 부원장님이 제도적인 부분을 신경 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신문사>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인데요. 이와 같은 것들은 전체적으로 장학금 수요는 많은데 그 수혜는 적은‘수요-공급의 불균형 현상’인 것 같습니다. 한계가 있겠지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방법이, 장학금
을 늘리는 측면도 있겠고요. 아니면 대안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활동을 통해서 충당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심종혁> 우리 학교의 경우 대학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이 대략 70%이고, 대학원 총합 등록금 수입의 50%를 대학원 장학금으로 간다고 그러잖아요. 그러다보니 외부 장학금을 많이 늘려야 되겠고, 그것은 이
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노력해야 되죠. 총장도, 행정도, 나도, 학과장님들도 노력을 해야겠죠. 또 다른 건 교수님들이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거죠. 어쩔 수 없잖아요.
순수하게 등록금만 가지고선 대학원 장학금을 늘려달라고 말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학부와 대비해서 볼 때 정의롭지 못한 거 아닌가요?

김형욱> 학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이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어서 정착이 잘 되고 있는데 대학원은 대학원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아직 사회로 공론화까지는 안 된 것 같은데 이제 그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여기 주관식 답변에서도 대학원 등록금이 학부보다 왜 비싼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있었거든요. 수업의 질 같은 경우도 온도차가 있을 수 있지만, 수업의 개수도 과마다 다르겠지만, 선택의 폭에 한계가 있어서..


심종혁> 그것도 어려운 문제가 있어요. 여러 가지 학비 조달을 하는데 정책적으로는 장학금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거고. 그럼 등록금이 비싼지, 싼지는 따질 수 있는 것인가. 한번 계산해보세요.
여러분들이 한 학기에 500만원을 낸다고 치면 수업을 듣는 경우 여러 가지 부대비용들이 있잖아요? 그걸 가져다 한 학기에 3학점짜리 4개를 듣는다. 12로 나눠서 계산해보세요. 선생들은 등록금이 싸
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등록금이 싼지, 비싼지 질문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학교가 대학원 학문들이 학문 연구 활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재원을 확대해나갈 수 있는가가 합당한 질문이죠. 교과과정에 대한 만족도들은 나는 대학원에서‘선생이 잘 가르친다, 못 가르친다’는 판단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원은 자기 공부 하는 건데, 이게 가이드라인을 선생이 지도해주고 도움을 주는 스타일이지 그냥 강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학부에서는 이런 만족도가 중요해요. 그런데 대학원에서는 선생이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고가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비싸다 싸다 이야기도 어렵고요.


김도석> 한 가지 제안은 연대 이대 공동 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아요. 우리학과도 선생님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한 과목 정도는 계속 한 학교에서 열고 다 같이 가서 듣는데, 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신문사> 네. 말씀하셨듯이 흔히 대학원생은‘full-time students’라고 하는, 이게 직업인 학생들이라고 말하는데. 대학원생들이 그런 정체성을 스스로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것들에 앞으로도 계속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권, 그리고 대학원생


신문사> [교육여건 만족도] 항목을 보시면, ‘소속기관 내에서 처우와 관련된 갈등이 발생하여 해결이 어려울 때 이를 중재하고 상담해줄 수 있는 담당부서 혹은 담당자가 있냐’는 질문에“있으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에 불과했습니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우선적으로 어디를 찾아야 하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심종혁> 제도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은 대학원장실로 많이 와요. 실제로 여기가 대학원 행정실이 아니라 민원부서 같은데. 우리도 선생님들이 한 사람 한 사람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정작 자기
과에서 발생한 문제들로 여기 와야 할지 안 와야 할지 본인들은 모르는 거죠. 오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지도교수와 발생한 문제, 혹은 자기 과의 학생들과 발생하는 문제, 이런 것들을 지도교수에 갈지, 학과의 담당교수에게 갈지, 학장한테 갈지 이런 게 어렵잖아요. 제도나 장학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도 충분히 (대학원장실로) 많이 와서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비와 관계되는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현재는 제도가 없어요. 앞으로 찾아봐야겠지만 행정체계와 구조를 만들려면 거기엔 비용이 들어가요. 비용이 들어가면 그만큼 등록금이 또 올라가게 돼요. 그런 문제들에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그냥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신문사> 만약에 그런 일이 생겼을 때 행정팀쪽으로 오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해도 되나요?


심종혁> 당연하죠. 그리고 또 많이 오기도 해요. 박사과정 학생들도 많이 와요 나한테.


신문사> [구체 사례 공감도]에서‘지도교수와의 문제’, ‘연구개발활동과 관련 없는 업무에 대한 강요’, ‘군대식 상명하달’등의 문제에 대해“경험을 한 적이 없다(84.3%)”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응답 자체에
서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 다수이기는 했으나, 주관식 문항에서는 몇 가지 사례들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그런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100%로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습니다. 또 반대로 해석해보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들이 (더) 있으며 쉽게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음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심종혁> 통합적인 문제인데 분명히 학내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에 인권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어야 해요. 그러고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까‘경험이 없다’에 100이 나와야겠지만 이게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제도적으로 끊임없이 이런 상황에 대해서 계속해서 교수들에게 (이야기해서) 인지하도록 해야 해요. 작년에 대학원 학생회 주도로 대학원 권리장전을 작성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죠. 근데 뭐가 잘
못돼서 안 됐잖아. 이런 측면에서 좀 전체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교수는 교수대로, 행정실은 행정실대로 노력을 많이 해야죠.


황민아> 총학생회에서 진행하려 했던 대학원생 권리장전은 왜 무산되
었나요?


김형욱>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라는 정부기구가 있는데, 처음에는 그 기구 측에서 적극적으로‘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제정하려고 했는데, 권리장전 선포식을 개최하려고 하던 부분에서 직속위원장(장관급)의 전 문제를 가지고 다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담당 사무관이 이 문제를 가지고 저희가 판단했을 때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서, 학생회 차원에서 논의한 결과 굳이 저런 모습을 내비치는 곳과 같이 권리장전 선포식을 하기 보다는 우리학교 자체적으로 순수하게 진행하는 것이 취지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종혁> 아! 그렇다기보다, 좋은 의도로 했어요. 위원장은 장관급의 예우가 관례인지라 총장님과 학교 본
부 보직자들도 함께 참석하는 행사로 준비했죠. (그런데) 거기에 국장인가 사무관인가가 바뀌는 바람에
그동안 논의하고 합의한 내용들이 원점으로 가서 학생회가 벙 떴던 거지. 어떻게 보면 바보가 된 거죠. 그
러면 싸울 수도 있었을 텐데 권력이 되어서 그런지 싸우지도 못하더라고. 저도 정말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벙 떠서 (많이 아쉬웠죠).


황민아> 이후의 진행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나요?


김형욱> 잠정적인 상태입니다.


심종혁> 왜냐하면 그때는 명분이 되었는데 지금은 대학원 학생회 입장에서 이것을 해야 할 만큼 긴박성이라는 게 없을 거예요. 긴박성이 있으면 했겠지. 어쨌든 그때는 우리가 못 한 게 아니었고, 앞으로는 총학생회 문제에 달려있죠.


김형욱> 만약 진행하게 된다면 저희 학교 차원에서 진행을 하려고 생각중인데,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고... 노력을 계속 해보겠습니다.


신문사> 인권 문제 해결 방안의 제도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면, ‘인식적 측면’또한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대학원생과 교수의 관계가 그 핵심이 될 텐데요. 아까 인터뷰에서 대학원장님이 이야기해주셨던 것처럼 지도교수님과 운동까지 같이 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그 시간에도 교수님과 토론하면서 함께 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그 관계 설정에 이상적인 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 그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부조리가 발생할 경우 대학원장, 부원장으로서 원우들이 이른바‘을의 위치’로 학교생활을 하지 않도록 어떻게 문제들을 대처하고 해결해나갈 것인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심종혁> 대부분의 선생 학생관계는 건강하다고 봐요. 그런데 이상한 선생님을 만나면 골치 아픈 거잖아요. 선생 입장에서도 이상한 학생 만나면 골치 아픈 거고. 그런 측면에서 선생도 바뀌어야 되고 학생들도 거기에 따라 성숙해야 되고, 어느 한 쪽이 아니라 (같이 가야 되는 문제 같아요). 그 다음에 대학원생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첨예하게 연결이 되는데 대학원생이 독자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자질이나 훈련이 아직 안 되어 있거든요. 박사과정은 몰라도.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지도교수 밑에서 부수적으로 프로젝트같은 것에 참여하며 배우게 되고, 점차적으로 박사 들어가면 교수 지도하에 독자적인 연구를 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학문세계라는 것도 역시 인간사회고, 독특한 것이 있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고. 좋은 것만 보고 살 수는 없잖아요. 부정적이고 어려운 걸 상대해 나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존감이거든요. 그러니까 선생에게도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야죠.

 

황민아> 자기의 성숙함도 중요하겠지만 대학원장님이 말씀하셨듯, 일부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찾아와서 상담도 했었는데, 그런 것들을 언제까지 대학원장님 개인으로 상담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대학
원장님이 대학원 학내 리더인 위치에 있어서 실질적 제도 개선이나 과 대표님들과 회의를 해서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심종혁> 그렇죠. 긴박성이 문제인거죠. ‘시스템이라든가 채널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판단까지는 그만큼 소위 말하는 (긴박한) 사건들이 많이 생겨야 되잖아요.


황민아> 예방 차원에서, 잘못하면‘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대학원생 한명이 연구실에서 자살을 하는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 그래서 긴박성을 느끼고 하기보다 그런 걸 예방하는 차원에서 제도적인 개선을 실질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요.

심종혁> 긴박성이라는 말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보면 안 되죠. 긴박성이라는 건‘필요성’이라는 것,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식이 되어야 하는데, 1년에 1, 2건 발생하는 것을 위해서 시스템 만들어서 행정실 같은 것을 만들어 놓을 거예요? 충분히 기존에 있는 것을 통해서도 상대할 수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해야죠.

신문사> 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상적인 관계 설정에 대해서 부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싶은데요. 이것이 특히 이공계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인 게 거기에선 근무형태로 연구실에 학생들이 계속 있
다 보니까 어디까지가 내 일인지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어디까지가 부당한지 잘 모르는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그 부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도석> 많이 바뀌지 않았나요? 저만 해도 옛날에 지도교수가 이사할 때 도와줬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계속 싫어하는 방향으로 나가니까 그런 것 때문에 바뀌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내 주변에는 학생들에게
사적인 부탁을 하는 교수가 안 계시기에 상당히 적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든지, 너무 과도한 단체 생활을 강요한다던지 그런 것은 어떻게 보면 교수님에 따라 다르니
까.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뭐가 바람직한지는, 교수님마다 색깔이 틀리고. 저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지만 그냥 세상이 옛날보다 바뀌었으니까 기준도 바뀌지 않았나 생각해요.


심종혁> 사적인 일이라는 게 경계가 애매한 게 있어요. ‘너 은행 좀 다녀와라, 공과금 내고 와라’이런 걸 시켜서 문제가 된 거 아니에요? ‘너 내 차가지고 내 부인이 어디 가야 되니까 운전 좀 해줘라’이러면
안 되죠. (웃음) 그런데 선생한테 묶여있다 보면 끙끙거리고 그런 걸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건 교수가 해결해야지.


김형욱> 총학생회실로 전화가 왔었는데, 연구실 청소를 하는데 연구실 숫자는 많은데 청소할 대학원생은 부족한데 하라고 했다. 다른 과도 이렇게 하라고 하느냐면서 어이가 없어하는 듯 말하더라고요. 새벽 6시까지 나와서 해야 되는데, 그 분은 집도 먼 것 같더라고요.


심종혁> 과거에 논문 지도 학생에게 제가 노트한 것을 정리하라고 하면 그게 또 그 학생 공부에 도움이 되어서 논문을 쉽게 잘 써요. 그래서 몇 년 전에는 다른 학생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안 한다고 그래요.
제가 만든 노트를 정리하라니까 개인 일을 시킨 것처럼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럼 내가 다음에 어떻게 반응하겠어요? 그 학생에게는 일을 안시키는 거죠. 일 안 시키면 자기 공부할 기회가 줄어드는 거예요. 내가
노트로 해놓은 걸 워드로 정리하라고 그러는데. 그런 게 개인 일이라고 해서 문제제기 하면 자기 공부하는 기회가 떨어지는 거예요.

 


대학원생의 정체성


신문사> 본인의 장래진로(취업, 진학 등)에 대하여 현재 어떻게 느끼고 있냐’는 질문에 과반수의 대학원생들이 대체적으로“불안하다”고 답했습니다(55.8%). 물론 이 질문은 대학원생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단순한 불안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 보자면 이런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은 연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경제적 환경)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서‘대학원생’이 처해 있는 사회적 정체성 또한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생각하시는 대학원생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도석> 대학원생은 늘 그렇잖아요? 세계적으로 대학원생은 자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학교에 풀타임으로 매여 있으니까. 그리고 항상 불안하죠. 과도기 인생이니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졸업 할 때 쯤 되면 석사는 석사, 박사는 박사대로 훨씬 독립적이게 되니까 그건 대학원생의 속성이 아닐까요?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을 갖는 것. 그렇게 생각을 해요.


심종혁> 과거에는 선생, 학생의 관계가 도제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했죠. 인문사회쪽은 잘 몰라도, 이공계나 경상계에서는 지도교수가 졸업하는 학생의 취직이나 장래 문제에 도움을 많이 줬어요. 지금은 일자리
도 많이 줄었고 상황도 많이 바뀌어 어떨지 모르지만 대략 15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그리고 교수 학생의 관계에서 친근하고 끈적끈적한 측면이 사라지면서 교수가 염려해주는 측면이 많이 줄어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