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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38호] 신경생리학과 웃음의 '추상기계'_김효(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 학부 교수)

신경생리학과 웃음의 '추상기계'

 

 

 

_김효(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 학부 교수)

 

 

 

1. 웃음 담론의 화두: 웃음의 발생 동인은 무엇인가?
서구에서 웃음에 관한 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으로부터 로마의 키케로와 호라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칸트와 쇼펜하우어, 바흐틴, 베르그송, 프로이트, 니체와 최근 들어 들뢰즈 등 그 이름을 낱낱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사상가들에 의해, 다양한 관점에서 전개되어 왔다. 요컨대 웃음을 다루는 담론의 핵심 논제는 웃음의 본질과 원리를 밝히는 것일진대, 그것은‘웃음을 일으키는 동인은 무엇인가?’하는 문제로 수렴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철학자, 소설가, 시인, 극작가, 평론가, 유머작가, 정신분석가 등 수많은 석학들이 앞 다투어 담론을 내놓았지만 그 누구도 웃음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포착하지는 못하며 다양한 논자들의 담론들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유효할 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보편적인 유효성을 갖는 웃음 이론의 출현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보다도웃음의 현상이 어느 하나의 동인으로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양상을 취하기 때문일 터이다. 통쾌한 웃음, 수줍은 웃음, 비웃음, 헛웃음, 쓴웃음, 냉소적 웃음, 어처구니없는 웃음 등 웃음의 종류는 너무도 다양하다. 말하자면 우리는 기쁠 때도 웃지만 어이가 없을 때도 웃는다. 만족스런 웃음이 있는가 하면 공격적인 웃음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연발생적인 웃음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웃음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심리적인 반응과 무관한 간지럼은 순전히 물리적인 반응에 의한 신체적인 자극의 속성을 갖는다. 이처럼 그 동인을 어느 하나로 통일시켜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웃음이다 보니 다양한 웃음의 담론들이 전개되어 왔다.
하지만, 들뢰즈와 가타리의 노마드적인 사유 방식을 참고한다면 다양한 웃음의 현상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 들뢰즈/가타리의 사유 방식이 노마드적 성격을 띠는 것은‘기관 없는 신체’와 같은 원형질적인 것을사유의 출발점으로 포착하여 그것의 무한한 변화와 변용을 추적해 나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마드적 사고는질료적 차원의 것을 인식의 출발점으로 삼기 때문에 대상과 현상의 원리와 본질의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보다근본적인 통찰을 유도하는 이점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할때, 들뢰즈가 가타리와 함께 제시한‘추상기계’의 개념을참조하여 웃음의 문제를 다루어 본다면, 웃음의 원리와 본질의 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다.


2. 들뢰즈/가타리의 추상기계
추상이란, 공통성의 추출이다. 근대적 패러다임에서 추상은 형식적 공통성으로 정의된다. 즉, 형식적인 유사성을 기준으로 추출된 공통성이 추상이다. 그러한 추상은 형식에 의거한, 형식규정적인 추상이다. 형식은 일종의 고정된 틀이다. 고정된 틀은 마치‘프로크루테스의 침대’처럼 현상을 재단한다. 따라서 형식이라는 추상을 통해 우리의 의식 속에 포획되는 현상은 불구적으로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형식규정적인 추상은 현상을 온전한 방식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영역과 장르, 분야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도 없어 적용의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새롭게 제시하는 추상은 형식규정적인 추상이 갖고 있는 한계를 초극한다. 즉 들뢰즈/가타리가 제시하는 추상은 다양한 현상들을 온전한 방식으로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공통성이며 적용의영역과 관련해서도 노마드적인 성격을 띠는 공통성이다. 그러한 공통성을 들뢰즈와 가타리는 추상기계라 부른다. 즉 기계처럼 작동할 수 있는 추상이라는 것이다. 기계가
기계인 까닭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추상-기계는 형식이 아니라 기능을 근거로 추출되는 추상이다. 기능은 형식 외적인 차원에 속한다. 즉 기능은 비형식의 심급에 속한다. 요컨대, 기계로서의 추상은 형식적 공통성이 아니라 비형식적 차원에서의 공통성을 가리킨다. 들뢰즈/가타리는 추상기계를“비형식적으로 작동하는 내재적인 공통 원인”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그것은“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다이어그램”이라고 덧붙인다. 힘은 분명히 존재하는 실재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힘을 느끼거나 인식하는 것은 그것이 시각화 되거나 청각화 될 때, 혹은 (권력으로 나타난다면) 언표화될 때이다. 즉 우리
가 힘을 지각하는 것은 시각화, 청각화, 언표화 등과 같은 형식의 옷을 입고 나타날 때뿐이다. 바꿔 말해서, 시각화, 청각화 혹은 언표화 되지 않은 힘은 느낄 수도 인식할 수도 없다. 하지만 힘 자체는 시각화 혹은 청각화 되거나 언표화 되기 이전의 그 무엇이다. 그런 점에서 힘 자체는 질료이되 형식을 입지 않은 순수 질료인 것이다. 바꿔 말해서 힘 자체는 형식을 초월해 있다. 따라서 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다이어그램인 추상기계는 형식적 공통성이 아니라 비형식적 차원에서의 공통성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웃음을 발생시키는 공통성으로서‘힘의 관계도’로 표현되는 원리를 도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웃음의 추상기계가 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보다 포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웃음의 원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3. 신경생리학과 웃음의 추상기계
추상기계는 힘의 관계도이다. 웃음이 작동할 때 어떤 힘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계도를 그려 낼 수 있다면 그것을 웃음의 추상기계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웃음의 문제를 접근하는 논자들은‘신경 에너지’를 매개로 웃음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자 한다. 에너지는‘힘’을 이르는 다른 명칭에 불과하다. 웃음의 담론 중 특히 스펜서와 프로이트, 모롱으로 이어지는 신경생리학 적 담론은 웃음을 신경-에너지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웃음의 추상기계를 파악하고자 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스펜서Herbert Spencer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정이 신경에너지를 발생시키고 그 에너지는 특정한 근육운동에
의해 해소된다는 입론에 토대하여, 웃음을 신경에너지의 방출로 본다. 말하자면 감정이 발생할 때는 신경에너지가 발생하는데 그것이 (비극의 경우처럼) 상당한 긴장과 관련된 것일 경우, 거대한 양의 신경에너지가 발생된다. 그런데 그것이 곧바로 유사한 정도의 긴장도를 갖는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 못할 경우 외부로 방출되는데 그것이 웃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웃음의 발생 원리와 메커니즘을 신경(생리)학적 에너지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잉여와 방출로 파악하는 입장은 특히 프로이트와 모롱Charles Mauron에 이르러 심리에너 지의 측면에 대한 고려가 보강되면서 보다 정교한 설명의 틀을 갖추게 된다.

어떤 움직임에 감정이입 한다는 것은 그 움직임을 나의 신경 세포 속에서 시뮬레이션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들의 반응인 표상작용을 위해서는 일정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즉‘에너지-비용’이 든다. 프로이트는 지각작용에서 일어나는 표상작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모방적 표상작용’과‘기대적 표상작용’이 그것이다. 우리가 어떤 인물의 움직임에 직면할 때 우리의 신경세포 속에서는 우선, 그 움직임의 외연을 시뮬레이션 하는 모방적 표상작용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동시에 제2의 표상 작용이 진행되는데, 나의 신경세포는 나의 관찰 대상이 되는 인물의 움직임을 무시하고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내 스스로 알고 있는 지각의 정보를 이용해 관찰 대상의 인물이 목표로 하고 있는 행동을 나름대로 표상하는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것이‘기대적 표상작용’이다. 헌데 이 두 가지 표상작용이 일어날 때 소요되는 (신경)에너지에 편차가 생긴다면, 특히 기대적 표상작용에 동원되는 신경에너지가 모방적 표상작용의 그것에 크게 못 미칠 경우 에너지의‘절약’이 일어나며, 쓸모없는 절약된 여분의 에너지가 온몸으로 방출될 때 웃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모롱Charles Mauron은 프로이트의 후예로서, 프로이트로부터 표상작용과 그에 따른 신경자극에너지의 발생, 그리고 에너지-비용의 차이로부터 웃음이 발생한다는 기본 틀은 그대로 계승한다. 하지만 모롱은 표상작용에서 발생되는 신경 에너지의 실체를 파악하는 지점에서 편차를
보인다. 프로이트는 표상작용의 종류를 모방적 표상작용과 기대적 표상작용, 두 가지로 나누고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경에너지-비용의 편차가 웃음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프로이트는 표상작용 자체가 신경자극에너지-비용을 발생시키고 웃음 발생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롱이 파악한 웃음의 발생 근거는 표상작용 자체가 아니라 표상작용에 결부된 심리에너지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직면할 때 우리는 그것이 어떤 것이라는 상상 혹은 예측을 하게 된다. 헌데 우리가 대상과 만나면서 하게 되는 예측 속에는 장차 도래하여 현실을 구성하는 대상에‘적응’하기 위한 심리적 차원에서의‘노력’이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방어의 노력으로서‘경계심’이나‘관심’과 같은 심리작용이다. 말하자면 모방적 표상작용이든 기대적 표상작용이든 모든 표상작용에는 적응을 위한 심리적 노력이 결부되며 그 심리적 노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에너지-비용이 웃음을 일으키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모롱은 웃음을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흐름을 전기 에너지에 빗대어 설명한다. 전기에서는 전기에너지의 흐름을 형성하는 두 개의 극점을‘양극’과‘음극’으로 칭한다. 그것을 참고하여 모롱은 서로 다른 표상작용이 발생하는 두개의 국면을“제1극”과“제2극”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 각각의 국면에서 형성되는 신경에너지를“제1포텐셜”과“제
2포텐셜”이라 칭한다. 각각의 포텐셜은 표상작용이 일어날 때 적응을 위한 심리적 노력의 소산으로 발생하는 신경에너지를 가리킨다. 제1차로 형성된 포텐셜이 2차 포텐셜 형성에 모두‘소비’되지 못하게 되면‘잉여 에너지’가 발생한다. 일단 발생된 에너지는 어딘가 소비되어야 하는데, 소비될 용처를 찾지 못한 잉여에너지는 온 몸을 통해 배출된다. 모롱이 펼치는 담론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포텐셜의 실체가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적응을 위한 심리적 노력이란, 심리적 방어와 다르지 않으며, 심리적 방어가 일어난다는 것은 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맥락을 이해한다면 모롱이 말하는 포텐셜이란, 바로 긴장감의 에너지, 보다 정확히 말해서 긴장이 일어날 때 조성되는 신경에너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1차포텐셜과 2차포텐셜은 각각의 표상작용이 일어날 때 우리의 신경세포에 조성되는 긴장과 거기에 수반되는 에너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요컨대 모롱의 웃음 담론은 긴장이 이완될 때 잉여의 신경에너지가 발생하고 그것의 배출이 웃음을 일으킨다는 말로 요약된다. 이처럼, 모롱은 웃음을 일으키는 신경에너지의 실체가 단순히 표상작용에 드는 신경에너지-비용이 아니라 표상작용에 수반되는 긴장이라는 심리적 반응의 에너지라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모롱의 담론은 그 밖에도 잉여에너지의 방출 문제와 관련하여 분산의 속도를 문제 삼음으로써 돌발성을 웃음의 필수 요건으로 제시하며, 에너지가 방출될 때의 정동을 승리감으로 지목하는 새로운 면모를 선보인다. 모롱에 따르면 (잉여의) 에너지가 배출될 때는 근육을 통과하게 된다. 그런데 잉여에너지가 방출될 때 그 속도가 너무 빠르게 되면 분산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하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데, 바로 그것이 웃음 현상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해서 아무리 두 가지 포텐셜의 격차가 크다 하더라도 잉여에너지가 서서히 방출된다면 웃음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도란 시간과 양(􃐎)의 함수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흐름을 형성할 때 그 에너지의 흐름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잉여에너지의 방출 속도는 잉여에너지의 양과 그것이 생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에 의해 좌우된다. 제1포텐셜이 형성된 이후 제2포텐셜이 형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의 간격이 짧을수록 그리고 잉여에너지의 양이 많을수록 에너지의 흐름은 빨라질 것이다. 잉여에너지의 방출 속도의 계수가 높을 때 홍소가 일어날 것이며, 낮을 때 미소가 일어날 것이다. 이처럼 모롱의 담론은 웃음의 양상이 속도의 문제로 수렴된다는 점을시사한다.
한 마디로 웃음의 핵심 동인은 급격한 긴장완화 즉 이완작용이다. 헌데 모롱에 따르면 이완작용의 정동은 승리감이다. 웃음이 주는 쾌감의 본질이 승리감이라는 것인데
그 근거를 모롱은 어린아이의 웃음에서 찾는다. 예를 들
어, 어머니가 금지시킨 행동을 하게 된 아이가 그에 따른
처벌이 면제되었음을 확인할 때 아이는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 경우, 아이는 금지된 행동을 할 때 그에 대한 처
벌을 예상하며“불안에 대한 방어”로써 그에 상응하는 에
너지를 저축하게 된다. 이후 처벌이 면제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저축되었던 에너지가 소모되지 못하여‘절
약’되고 곧바로 그것은 방출된다.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
을 정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모롱은, 불안의 국면에
빠져 있던 어린이가 그 상황을 극복하게 될 때 자기 자신
에 대해 과대평가를 내리게 되고 그 우월감에의 도취가
웃음으로 현상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때의 우월감을
‘승리의 판타지’라고 명명한다. 그때의 승리는 객관적인
차원에서의 승리라기보다는‘주관적인 상상’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웃음이 정서적인 차
원에서는 - 객관적인 현실 인식의 결과이든 주관적 판타
지에서 비롯된 것이든 - 불안을 이긴 승리감의 소산인 것
이다. 그런 까닭에, 모롱은“웃음은 불안의 가장자리에 위
치한다”고 말한다.
이상에서 언급된 모롱의 웃음 담론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다. <아래 다이어그램 참조>
이 다이어그램은 웃음을 발생시키는 힘의 관계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웃음의 추상기계’라 할 만하다. 이 힘의
관계도가 웃음의 추상기계라면 모든 웃음의 현상은 이
다이어그램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즉, 이 다이어그램은
다양한 웃음의 메커니즘을 포괄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
어야 한다. 헌데, 개개의 웃음 현상을 일일이 적용시켜보
는 것보다 기존의 웃음이론 중에서 이 도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론이 과연 있는지 검토해 보는 것이 이 다이어
그램의 보편적 유효성을 검증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웃음 담론은‘우월이론(격하이
론)’과‘불일치론(대비이론)’이 양대 산맥을 형성한다.
불일치론은 칸트의 유명한 명제, “웃음은 하나의 긴장된
기대감으로부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하는 갑작스러
운 변화의 느낌이다”라는 입장에 기초해 있다. 불일치는
두 가지 상황의 대조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불일치론
은‘대조이론’이라고도 불린다. 불일치론은 위의 다이어
그램에서 포텐셜의 격차와 잉여에너지의 속도와 관련된
측면을 포착하고 그것을 언어화 시킨 명제라는 점이 드
러난다. 한편, 우월이론의 요지는 우월한 감정이 웃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웃는 사람의 우월함은 웃음거리가
된 사람의 입장을 비하하거나 격하시키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우월이론은‘격하이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홉스
를 비롯하여 보들레르와 같은 논자들의 담론이 우월이론
의 계보에 속하는데, 이는 위의 다이어그램에서 긴장이
이완될 때의 정동, 즉 웃음을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결을
지목하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펼치는 담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신경에너지에 기초하여 도출된 웃음 발생의 다
이어그램은 적어도 가장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두 가
지의 웃음이론을 모두 포괄하면서 동시에 웃음의 동인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드러내 보여준다. 즉 그것은 우리
가‘왜 웃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을 뛰어넘는 보편적
인 설명을 제공하고, ‘우리가 그래서 웃었구나!’우리가
웃어 보인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비형식
적인 차원에서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이
다이어그램은 웃음의 추상기계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다
만, 이 다이어그램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웃음 현상
에 한해 적용 가능한 웃음의 발생 도식이다. 인위적인 웃
음과 간지럼처럼 신체적 자극으로 인해 일어나는 웃음은
논외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