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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40호] "온전한 나로 받아들여지는 것" - 이명선 기자 인터뷰

 

 

진실탐사그룹 <셜록> 이명선 기자 인터뷰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

 

다음 스토리펀딩에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알았으니까 사직서 놓고 나가요

3년 세월을 정리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허망함에 헛웃음과 함께 눈물이 동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기자 준비 3, 기자였던 3년이 그렇게 1분의 사직서로 막을 내렸습니다

 

 

뭘까. 종편과, 사직서. 두 단어에 시선을 빼앗긴 저는 빠른 속도로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막내 기자인 저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습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과연 기자란 어떤 존재일까감춰진 진실을 끝까지 추적해 밝히고,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대리인이 바로 기자입니다. 그렇게 배웠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단 한번도 기자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서강대학원신문에서는 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의 자신이 겪은, 종편의 실체를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명선셜록기자를 만나보았습니다. 쉽지 않았을 듯한 선택의 순간들.

그때마다 스스로 어떤 의미를 추구해왔던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물음을 주는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를 만나

종편의 민낯과 삶의 의미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및 편집 신윤희, 정재원

 

 

 

 

. “저는 오늘 종편을 떠납니다.”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신문의 기획은 각자가 추구하는 의미가 사회의 의미들과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묻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자님께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더 기대되네요. 반갑습니다.

이명선(이하 이)> 기획에 대한 질문, ‘과연 인생을 살면서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 게 맞을까? 의미라는 게 뭘까?’를 듣고, 저는 아주 훌륭한 고민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고민조차 안 하니까 (언론이) 이 지경이 된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사실 이런 고민을 (기자들이) 술자리 같은 데서는 되게 편하게 말해요. “이게 언론이냐?”이러면서. “우리가 사실 돈 벌려고 기자하는 거지, ‘까지 들을만한 일이냐이런 말을 하는데. 이렇게 제가 (회사를 나오고) 아예 노선을 정해서 말하기 시작하니까 (그랬던 기자들도) 저를 비난하는 거예요. 이렇게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 있는 건 맞지만, 표면에 드러나기까지는 본인의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데. 심지어 저를 지지하면서도 지지조차 대놓고 못하는 거예요.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개인의 사정은 다 있잖아요. 아이가 아픈 선배도 있고. 그러면 일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또 생업이 달린 문제도 있고. 저처럼 경력이 단절될까 두려워하는 친구도 있고. 이해하려 하지만, (저를) 비난까지 하는 것은 화가 나더라고요. 이런 고민들은 계속 안고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언론인이라면 펜으로 사람 죽일 수 있는 (일이니까). 자기 성찰도 많이 하게 되고. 책이나 다른 사람 말에도 귀 기울여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고민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서강> 얼마 전 종편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스토리펀딩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셨어요. 스토리펀딩[각주:1] 기사를 올린 후 주변이나, 인터넷의 반응은 어땠나요?

> 먼저, 인터넷 반응은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초반에는 악플4-50%정도 됐던 것 같아요. “너는 왜 지금 와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느냐.”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연재글 자체를 제가 (채널A)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썼어요. 안에 있는 사람들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회사에 있는 것과 나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러다보니까 피해자 코스프레 해서 뭐하려고 하느냐’, ‘ 돈 벌려고 하느냐이런 비난도 많았고. 나머지 반은 그런 저의 행간을 읽으셨는지지금이라도 이렇게 고백하는 게 참 고맙다는 차원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펀딩 금액도) 거의 하루만에 40%가 모였고, 빠른 시간에 70%까지 찬 것 같아요. 삼일 안에? 그것도 의외였죠. 저는 1화는 무조건 비판 받을 줄 알았거든요. 4화까지는 가야 아 그래도 얘가 하고 싶은 말이 있나보다이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는데, 초반부터 계획 의도를 알아주셨다는 점에서 감사했죠. (반면에) 저한테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욕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 사람들의 논리는 이거에요. 첫 번째는 왜 이걸(스토리펀딩)로 돈을 버냐’, 네가 고작 3년 일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냐’. 그리고 세 번째는 너도 3년 동안 같이 했으면서 왜 이제 와서 그러냐는 배신감? 그런 게 종합적으로 섞여있는 것 같아요. 그 모든 말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감당해야죠.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어떤 구체적인 근거와 목적을 설정하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슨 연유로 저를 응원해주시는지 잘 몰라요. 아마 시원한 것도 있겠죠. ‘누가 그래도 이걸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는데, 네가 말하는구나.’ 사실 한국 언론 자체가 문제에요. 종편의 민낯인거죠.

서강> 스토리펀딩 연재하시기까지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셨을 것 같아요. ‘내부 고발이라는 시선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시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그런데 제 글이 내부고발이라고 할 정도로 톤이 강한가요? 묻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100에서 10도 얘기 안했거든요. 지금 제가 쓰는 글은 제가 경험한 것만 쓰고 있어요. 타인이랑 엮여 있는 문제는 타인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100에서 10도 못 쓰겠는 거예요. 그런데 방송은 팀워크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제 이야기만 할 수 없는 거예요. 답답하죠. 오프 더 레코드로 할 이야기는 이만큼 있는데, 대놓고 쓰자니 쓸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글이 빈약해지고. 그러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돌려봤는데도 맹점이 생기고. 저는 누군가 내부고발을 하면 일단 박수쳐주고 싶어요. 다만, 정말 대단한 결정이지만 정신 승리 방법을 강구하셔야 된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당신의 선택에 지지하는 사람 못지않게, 비난하는 사람도 많을 거다. 왜냐하면 사람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고 싫음에 더 많이 휘둘리기 때문에. 그걸 외면하고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나갈 것이냐, 아니면 수용하고 그걸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화시킬 것이냐. 이건 개인의 역량차원의 문제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아요. ‘내부고발 힘들고 필요하지만. 글쎄요. 보호받지 못할 거다, 절대로. 그걸 감당하셔야 된다.’ 어렵네요.

서강> 종편기자가 된 후, 취재 시 시민들의 안 좋은 시선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셨어요. 그때의 기분은 어떠셨는지. 억울하기도 했을 것 같은데, 뭐가 제일 억울하셨나요?

> 맞아요. 왜냐하면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이런 거죠. (기사를 쓰는데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100% 선택할 수 있었다면, 저는 제가 썼던 그 기사 안 쓸 거예요. 그런데 너 이 아이템으로 기사 알아볼래?”라는 (현재) 방식에서는, 정해진 옵션 안에서의 선택을 100% 자기 자유의지로 착각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친구들이 지금 (회사에) 대다수 남아있게 되고. 저도 취재하고 방향은 이렇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쓸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어요. 그런데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 제 자율성은 보장되는 거죠. 1-2년 차에는 그 자율성만 보였던 거예요. 3년차가 되니까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기사는 내가 100% 주도해서 쓰는 게 아니라, 위에서 판을 만들어 놓고 자 이 안에서 이 일은 네가 맡아서 해라였던 건데, 제가 그걸 몰랐던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나는 열심히 하는데 시민들은 왜 몰라주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3년차 즈음에는 (시민들이 제게 물건을) 던지든 욕을 하든, ‘당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 장면을 머릿속에 넣어야겠다. 언젠가 이 순간을 기억해야 할 순간이 오겠구나.’ 생각했죠.

서강> 그런 상황에서 발견하신 종편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요?

> 핵심은 시청률 지상주의’. 종편이 이미 과포화 된 언론시장, 즉 레드오션에 뛰어들다보니까 더 시청률, 특히 클릭유도처럼 [단독]을 막 붙인다거나, 시청률을 높이려고 어떤 방법이든 취하는 거죠. 종편 같은 경우는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이 주시청자층이 좋아할만한 걸 계속 만들어내는 거예요. 시청 층을 넓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요만한 파이에서 계속 타 방송사가 하던 방식을 조금씩 뺐어오는 식이죠. 아이템 선정이든, 패널 선정이든 다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그게 핵심이에요. 그걸 경험해봤던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종편은 조직적으로 나쁜 보도만 하려고 해가 아니거든요.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하다 보니까 구멍이 생기는 거고. 윗사람들도 그 결정권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지 못해요. 빨리빨리 해야 하니까 그런 거예요. 인력이 없는데, 시청률은 높여야 하고, 돈도 시간도 없고. 그러니까 (방송을)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게 된 거죠. 보수냐, 진보이냐를 떠나서 그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1년에 기사를 하나만 쓴다는 계획으로 만든 TFT도 있다면서요. 그만큼 기사 하나가 반향이 크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면 유의미하다는 생각으로 조직에서 도와주고 응원하는 거죠. 그러면 기자들이 일을 열심히 안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그런 팀을 조직할 수가 없어요. 동료 기자들도 (자조적으로) “오늘 내가 인터넷 기사 몇 개 썼는지 알아?”, “내가 오늘 인터넷 기사 15분 만에 썼다이런 일이 너무 많아요. 실제로 (시간은 모자란데) 쏟아지는 보도 자료도 처리해야하고. 출입처도 문제인데다가. 그래서 더 공부를 해야죠. 현재 언론의 맹점에 대해서는 웬만한 언론인들 다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신문사 기자들은 바쁜 환경 속에서도 책 스터디도 하고 그런대요. 그런 바람은 확실히 있어요.

서강> 출입처 문제는 무엇인가요?

> 각 기자들이 나와바리[각주:2]라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사회부는 경찰 팀으로 쭉 지역을 나누고, 국회는 여당/야당으로, 산업부는 삼성과 LG 등 기업별로 출입처를 나눠요. 나와바리를 나눌 때, “너는 노동분야 가져”, “너는 여성문제 가져하면서 키워드별로 구분하지 않아요. 사실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복지도 있을 거고, ‘정치당연히 들어가야 되고, ‘문화센터도 아이템이 될 거에요. ‘시청도 출입해야하고 뭐 이런 건데. 이 모든 걸 기관으로만 나누다 보니까 (문제가 되고), 출입처 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걸 깨는 언론사가 거의 없어요. 기관으로 나눠놨기 때문에 그 기관에서의 빈틈은 없지만, 권력자의 말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니까 계속 보수화되고. 예시가 있어요. 제가 (요즘) ‘간첩 사건을 취재하면서 유우성 사건을 다시 한 번 복기했어요. 이것도 결국 무죄 판결 났죠? 그런데 이분을 완벽하게 간첩으로 몬 게 종편이에요. 최근에 그걸 다시 보니까 기가 막힌 수준인 거예요. “(유우성이) 간첩인 건 분명하고, 연세대에 간 것도 다 계획 하에 꼼수를 부려서 간 거다.”이런 식인 거예요. 무죄 판결 났을 때, 그들이 이걸 사과했을까요? 아니에요. 이 사건도 국정원에서 나온 이야기를 받아 쓴 거예요. 기사를 보면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그 관계자가 누군지 (알 수 없죠). 어떻게 기사를 이렇게 쓸 수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뿌려졌더라고요. 이게 문제죠. 국정원에 출입하는 사람이 거기로부터 나온 이야기를 마치 단독인거마냥 내보내고 있잖아요. 최소한 유우성씨한테 (간첩이냐고) 확인은 했어야 하잖아요. 경찰에서 누굴 잡아서 보도 자료를 만들고, ‘용의자이런 식으로 표현하잖아요. 그것도 알고 보면 범인이 아닌 경우도 많아요. 이미 얼굴이 (기사에) 다 나왔는데무죄추정의 원칙이 다 깨지고 있는 거죠. 경찰의 발표조차 100% 믿을 수 없는 상황인데, 그런 거에 대한 의심을 못해요. 이런 점에서 한국의 출입처 중심의 언론시스템은 문제가 많죠.

서강> 종편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종편이 바뀔 수 있을까요?

> 종편이 당장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종편이) 바뀔 것이냐? 조직이 선의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해요. 국가 차원에서 언론법을 완전 타이트하게 바꾸지 않는 이상은 비관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최순실 사태때 지상파 보도가 한 달 가량 늦게 나왔잖아요. 채널AKBS, MBC. 그런데 그것에 대해 과연 (방송사가) 사과를 했느냐. KBS, SBS는 성명서를 냈지만, 채널AYTN은 안 냈어요. 그것부터 사과해야죠. 자성이 먼저죠. 자성이 안 되는데, 바뀔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회의적입니다.

 

 

. 진실탐사그룹 셜록

 

서강>‘셜록의 설립 과정은 어떠했나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는지. 이런 대안언론을 생각하시고 종편을 나오신 건가요?

> 일단 절대로 기자 다시 안 하려고 했어요. 이렇게 부끄럽게 할 바에는. 막판에는이직도 아니다, 완전히 이 판에서 나오자.’그러다가 출판사에서 잠깐 일을 했어요. 그때도 끓어오르는 무언가는 계속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전 오마이뉴스 기자인 박상규 기자랑 개인적으로 알게 되면서, 그분한테 말했어요. “(저처럼) 이렇게 엎어진 청년이 도대체 몇 명일까.”당시에 박상규 기자가 스토리 펀딩에서 박준영 변호사랑 <재심프로젝트>[각주:3]를 하고 있었으니까, 이걸 아예 공적인 영역으로 그룹을 만들어서 싸움을 크게 해보자고 주변에서 제안을 많이 했나 봐요. “괜찮은 아이디어다.”그래서 멤버를 모집하던 와중에 제가 합류하게 된 거죠. 선배 입장에서는 방송 경험자도 필요했던 것 같고, 또 제가 봤던 보수언론 세계의 인사이트도 필요했겠죠. 이렇게 제가 했던 선택들이 누군가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언론이 이렇게 돌아간다면 저는 안 할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니까. 그렇게 선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 제 선택이 하나의 메시지가 되면서 박상규 기자도 이런 선택을 한 사람이라면 함께 해도 좋겠다.’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서강> 셜록은 정확하게 언론사는 아닌 것 같아요. 종편과 셜록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 차이점은 일단, ‘개입이죠. 완벽하게 개입하는 거죠. 언론인이 가지고 있는 언론 규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보면 (언론인은) ‘관찰자로서만 있어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걸 깬 거예요. ‘욕해도 좋으니 우리는 깨겠다. 아닌 건 아니지 않은가?’ 뭐 이런 거죠. 물론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어디까지 개입할 것이냐. 아프리카에서 독수리가 아이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사진 기억나세요? 그거 찍은 기자가 자살한 거 아세요?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기자) 본인은 언론인 원칙을 지키려고 했던 거죠. 기록한다는 의미. 그런데 그때 만약 관찰자여야 한다는 언론인의 규정을 깨고 아사 직전의 아이를 구하는 선택을 했더라면, 그렇게 힘들어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차선, 언론이 개입해서 분명한 노선을 가지고 싸워보자. 그게 기존의 언론하고 (셜록이) 다른 부분이죠. 그래서 저도 제 소개를기자라 하지 말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자라는 직함에 대해서는 정말 고민이 많아요. 왜냐하면 이게 한국에서 규정하는 기자가 아니에요. 그리고 셜록은 설립과정 자체가 (언론과) 달라요. 박상규 기자가 박준영 변호사랑 이와 같은 일을 2년을 했죠. <재심프로젝트>. ‘무죄판결을 받아야 하는 과거의 사건들을 언론인들이 같이 싸운 거잖아요. 이 과정을 박상규 기자가 전부다 기록했고, 그 기록에 호응하는 대중들이 돈을 펀딩해줬고, 그 돈으로 재판에 계속 성공했죠. 그래서 셜록에서 기자는 글을 쓰고 알리는 거고, 거기에 대중들이 동조를 해줘야 프로젝트가 완성이 돼요.[각주:4] 일단 공을 던지는 거예요.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받아주는 사람의 힘으로 사건 해결까지 개입해서 싸워보자그겁니다.

서강>‘개입이라고 말해주셨으니까. 어디까지 개입하나요?  “아닌 건 아니지 않냐라고 말씀하신 부분에서 아니라고하는 부분, ‘이 사건은 우리가 개입을 해야겠다는 부분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판단인거잖아요. 그 판단 기준이 중요할 것 같은데, 기준이 있나요?

> 기준이라기보다대전제같은 건 있는 것 같아요. ‘과거사건이요. 과거에 해결이 됐었어야 할 문제를 관심 있게 본다는 거. “이건 다시 한 번 짚어볼 문젠데.” 하는 것들. 또 하나는 사람들의 인식을 깨는 문제에요. 예를 들어 어떤 청년이 막걸리를 훔쳤는데, 그 막걸리를 훔친 이유가 감옥에 가고 싶어서였어요. ‘이 청년은 왜 감옥에 가고 싶었을까.’그런 식으로 셜록 사람들 모두가 사회에서 드러나지 않은사회적 약자’, 그림자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이렇게 큰 틀에서는 계속재심사건을 할 건데. 재심이라는 것 자체가 되게 힘들어요. 사법부에서 판결까지 나온 걸 다시 뒤집으려면. 재심이 판결됐다는 자체로도 이슈가 돼요. 또 재심 판결은 한 번 했다가, 같은 이유로는 다시 재심 신청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박준영 변호사님도 재심사건을 준비하면 그 재심 신청서만 몇 개월을 써요.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 무죄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재판부에서 재심을 결정해요. 그런 사건은 어마하게 많아요. 그래서 누가 봐도 이건 다시 심사든 아니면 재평가든, 법적으로 봤을 때는 재심이 될 거고, 선거법 같은 경우에는, 헌법과 굉장히 대치되는 부분이 많을 경우에, ‘이걸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어쨌든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결과물에 대해 다시 뭔가 논의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서강>‘셜록에서 꼭 지키겠다는 기자님만의 취재 원칙이 있다면?

>‘대리기자안 되겠다. 다시는 (종편에서의) 그런 일 없을 것 같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취재하고 기사 쓰고 끝내지도 않을 거예요. 제가 채널A 있었을 때, [단독]이라고 자기 기사를 자랑스럽게 내보내도, 그 이후에 취재를 안 해요. 그럴 시간도, 역량도 없고. 긴 호흡으로 기사를 다루면서, 그 후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게 (기자의) 의무인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저는 기존의 언론이랑 다를 바가 없는 거죠. 제가 아쉬웠던 건 광화문에 채널A가 있는데, 채널A 데스크가 광화문의 시민 이야기를 제일 몰라요. 제가 물통을 맞는지, 마이크에 붙어 있는 (회사) 로고를 떼지 않으면 취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원성을 듣는지 등을 잘 몰라요. 아일랜드인 거죠. 그래서 소통은 의무인 것 같아요. 괴롭더라도 제가 계속 악플을 읽는 이유가, 분위기를 알고, 거기에 끌려가지 않게 중심은 잡되, 그쪽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잘못하고 있으면 달게 받고, 잘하고 있으면 힘을 받고. 또 저는 출입처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 저널리즘이 문제가 있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고. 그래서 출입처가 아닌, 사이드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심지어 언어가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자). 누군가에게는 언어가 없어요. 자기가 왜 억울한지조차도 말씀을 잘 못하세요. 그걸 한참동안 듣고 제 호흡으로 정리하는 거예요. 그런 작업을 누군가 해야 되는 건 맞잖아요. 그래서 언어가 없거나, 힘이 없거나, 아니면 자기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커요. 그걸 계속 표면 위로 올려서 대중을 설득시키는 거죠.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대변하고 싶다는 것.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 의미와 무의미

 

서강> 스토리펀딩 글을 읽으면서 이런 구절이 와 닿았습니다.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냥움직이면 되는 존재인가.” 어떻게 보면 나라는 존재를 굉장히 무의미한 존재로 만드는 시간들이었을 것 같아요. 기자가 되기까지. 기자님은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나요? 그리고셜록의 기자가 된 지금은,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인가요?

> 우선 저란 사람이 이렇게 생겨먹어서 이렇게 된 거지, 대단한 결심과 계획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거. 오히려 그걸 힘들어 하는 친구들한테 제 케이스로 용기를 주고 싶어요. 그래서 의무감은 있어요. 내가 잘해야겠다는. 나처럼 쉽게 선택한 사람들도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저와 비슷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한테, 나도 이런 노하우로 해왔다는 걸 전수해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일단 제가 잘해야 해요. 그래야 무의미가 의미있겠죠? 제가 잠깐 출판사에서 일했는데, 저는 거기서도 미움 받았었거든요. 이해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시키지도 않은 일 왜 안했냐고 하면, “언제 시키셨죠?” 이러면 또 막 말대꾸한다고 막 그랬는데. 제가 거기서대리였어요. 대리라는 직함이 너무 싫더라고요. ‘도대체 나는 누구의 대리인인가. 대리기자가 싫어서 나왔는데’. 이 생각에 사로잡힌 거예요. 그래서 검색해봤어요. 대리 직함의 유래. 과장의 대리인이래요. 놀라운 건 뭐냐면, 과가 없는데 과장이 있어요. 그 출판사는 부만 나눠져 있거든요? 근데 과장님이라고 불러요. ‘과가 없는데, 왜 과장이라고 부르지?’과장이 없는데 내가 대리인거에요. ‘나는 도대체 누구의 대리인거지?’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직급체계? 그러니까 개인이 없는 거죠. ‘도대체 왜 이렇게 불려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의미라고 해야 하나? 그런 회의가 들면서 힘이 쭉쭉 빠지더라고요. ‘내가 대리기자 싫어서 나온 건데, 나를 이명선 대리라고진짜 하하 너무 인생이 웃기다.’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기분 나쁠 수 있겠죠. 대리라는 게 누구한테는 기쁨일 수 있잖아요, ‘와 내가 이제 사원에서 대리가 됐다’. 그런데 그런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개인을 대하느냐의 문제인거죠. 거기서부터 계속 삐딱한 거예요. ‘직함마저 불편할 정도면 나는 어디 가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다양한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도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서강> 그런 면에서 기자님께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미를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분 같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세상의 관점에서)무의미한 것들을 추구하는 삶이 존중받으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정치인가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조금씩 균열을 내야죠.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요즘 재밌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머리를 탈색해야겠다. 기자의 이미지를 다 깨버려야겠다.’ 그것도 하나의 균형을 깨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처음엔 욕하겠죠. 기자면 재킷 입고, 안경 동그란 거 쓰고, 지금의 제 모습처럼 생각하는데 그걸 완전 깨버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조금씩 균열을 내면 (세상도) 바뀌지 않을까요? 개인의 차원에서는, 새로운 상황에 자기를 놓는 연습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게 무의미가 의미 있어지는 순간들이 계속 쌓이는 거잖아요? 제가 즐겨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가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인데, 거기서 김도인이라는 분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했던 제안이 아주 인상적이에요. 예스맨이 되라. 영화 <예스맨>이 있대요. 어떤 상황에서도 예스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새로운 상황에 자기가 놓이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예스맨으로 살아가면서, 비관적이었던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이 영화에 쭉 나와요. 그것처럼 모든 사람들한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지만, 이것도 구조적인 문제죠. 과연 청년들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서강> 어려운 것 같아요. 개인이 자신의 의미를 추구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그런 일이 엄청난 결단력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사회가 그런 걸 인정해주지 않아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하고요.

> 그런데 의미/무의미가 나눠지세요? 저는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무의미하다’. 감히 우리가 이렇게 나눌 수 있을까요? 무의미가 의미를 가지려면, ‘의미가 없어져야 해요. 저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누군가한테는 그게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잖아요. 무의미하다는 것이 또 의미가 되고. 의미를 가지려면, ‘존중인 것 같아요. 삶에 대한 존중. 어쨌든 저는 제 삶에 대해서 이렇게 규정을 내렸는데, 칭찬도 많이 받지만 비판도 받는 거죠. “시스템에 의한 거고, 그게 효율적이다.” 그 사람들은 그게 의미인거에요. 저는 그게 무의미하다 생각한 거고. 그러면 도대체 나는 왜 이걸 무의미하다고 여겼냐. 글쎄 이것도 어려운데, 제가 전자공학 전공을 때려 친 이유랑 똑같아요. 부품이 되기 싫었어요.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행복할 것 같은 거예요. 엄마아빠가 준 이름 이명선이라는 걸 활용할 수 있는, 온전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을 해보고 싶다. 그 중 하나가 기자였고. ‘기자는 사람을 자주 만나고 글을 쓰니까, 성장이 될 거다.’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거죠. 다 소용 없었는데. 그래서 기자가 되기까지 (삶의) 의미는 란 사람으로 서는 거였어요. 온전한 나로 받아들여지는 것. 지금도 제가 생각하는 의미는 같아요. 나란 사람이 온전히 그냥 받아들여지고, 왜곡되지 않고, 복사되지 않고, 그냥 존재하는 거. 어쨌든 저는 계속 삶을 이 방향 저 방향 선택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큰 틀은 지식인이 되어야지이지만. 지식인이라는 말도 좀 웃기고,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물음을 주는 칼럼니스트. 그게 이제 제 꿈이에요.

  1. 이명선 기자는 지난 2월8일부터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독자들은 전 종편 기자가 종편의 문제를‘내부고발’한다는 취지에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이 프로젝트는 5,000,000원을 목표로 2017년 4 월 23일까지 75일간 진행된다. (편집자주). [본문으로]
  2. 1. 새끼줄을 쳐서 경계를 정함. 2. (폭력단 등의) 세력 범위; 세력권. 이라는 뜻으로, 각 기자들이 취재하는 주 활동구역을 뜻한다. (출처 : 네이버 사전, 편집자주). [본문으로]
  3. <재심프로젝트>. 박준영 변호사와 전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가 스토리펀딩에서‘재심시리즈 3부작’으로 과거 사건의‘재심’을 이끌어냈다. 모아진 펀딩 금액은 박준영 변호사의 재심 변론 활동과 박상규 기자의 취재비로 쓰였다. 이 중‘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윤기호 감독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영화 <재심> (2017)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편집자주). [본문으로]
  4. 셜록’의 목표는“기자는 알리고, 독자는 퍼트리고, 전문가는 해결한다”이다. 일단 기사를 취재하면 실제 변호사와 함께 법적인 절차까지 간다. 이를 두고‘시민단체’가 할 일과‘언론사’가 할 일, 그리고‘변호사 그룹’이 할 일들을 한꺼번에 합쳐서 하는 놀라운‘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말도 있다. (편집자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