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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43호] 30대를 마무리하며 '서강, 우리의 자랑이 되어주세요'_김종혁

30대를 마무리하며

-서강, 우리의 자랑이 되어주세요

 

30대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_ 김종혁

 

 

안녕하세요 제 30대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김종혁입니다. 제가 대학원에 들어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학생회 임원을 3학기나 했습니다. 그동안 서강대 대학원 원우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학교에 전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그러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최근 대학원생과 관련된 이슈가 미디어에서 자주 출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학원생의 삶을 묘사하는 글도 많이 올라옵니다. 이는 19622094명에 불과하던 대학원생수가 2014년 기준으로 33872명으로 52년 만에 158배 급증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산업이 지식기반으로 변화하면서 전문인력 수요 증가와 청년 취업의 여파로 취업시장으로부터 잠시 도피하기 위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대학원생의 증가로 인해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대학원생의 경험이 소수의 경험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요인들이 대학원의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대학원생의 증가와 사회적 이슈만큼 대학원생의 처지가 그리 좋아지지는 못했습니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현재 대학원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대학원생의 당연한 권리 인권

아무래도 가장 우선시해야 할 문제는 대학원생의 인권 문제입니다. 인권 문제는 원우분들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평소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가 100명을 넘기 힘든데 비해서 <연구환경실태조사>2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 원우분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입니다. 그러나 대학원생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지면의 한계 상 짧게나마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넘어가는 대학원의 육아하는 원우들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원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그들이 육아를 병행하면서 공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아닙니다. 그들은 여전히 한명의 연구자입니다. 자신의 자녀로 인해서 그들의 정체성이 부정당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에게 아이를 집에 내팽개치고 학교를 왔냐라고 하기 전에 이들이 연구자로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베이비존, 모유실과 같은 기반시설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렇게 육아를 병행하는 대학원생의 문제뿐만 아니라 조교의 인권 부당 침해 등 여러 고질적인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지난 6월에 학교에서 인권권리장전 선포식을 진행하고 학교와 권리장전을 체결했습니다. 최근 대학원사회에서 일어난 변화 중 큰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근 11월에 진행 중인 <연구환경실태조사>를 보면 많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전히 학교의 인권실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인권권리장전 선포식과 함께 인권위원회는 만들어졌지만 문제를 제기할 인권센터의 설립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만들어진다고 해도 학교에서는 인권센터의 역할을 단순히 문제 발생 후 해결하는 것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인권센터의 바른 방향은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인식을 개선하고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는 예산을 문제로 이야기합니다. 이럴 때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래도 얼마 전 현직 대학교 총장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를 받게 된 사건은 한줄기의 빛처럼 여겨집니다.

 

대학원의 조교의 노동자성 그리고 장학금

대학원생의 <연구환경실태조사>를 보면 전업학생이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전업학생의 경우 등록금을 내고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원우분들이 대학원에서 조교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2012년에 일반장학금 지급규정이 개정되면서 학과장 장학금이 폐지되었습니다. 그 후 TA장학금(조교 장학금)으로 전환되면서 조교의 수가 늘어났지만, 이전 장학금의 총액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장학금의 총액이 줄어든 것도 문제이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TA장학금이 교내 장학금의 비율을 0%로 만든 조치나 다름없다는 사실입니다. TA장학금은 대학원생들이 조교로 일한 대가로 받는 임금입니다. 대학본부는 이 돈을 장학금 예산으로 지급함으로써 마치 장학금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엄연히 TA장학금은 노동에 대한 대가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걱정하듯이 조교가 임금으로 변화면서 장학금이 다시 한 번 줄어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학교는 학업을 독려하기 위한 서강만의 장학금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연구환경실태조사>에서 많은 학생들이 요구하듯이 좋은 장학금 제도가 생긴다면 학생들의 연구 환경 또한 개선될 것입니다. 또한 조교의 임금과 노동자성의 인정을 통해서 그에 합당한 조교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논문심사 역시 교육의 일환

대학원생들의 경제적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한 명의 연구자로서 대학원의 진학하지만 내야 할 등록금은 4학기 동안 거의 2천만 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등록금이 다가 아닙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위해 논문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사회과학이나 경영학의 경우 논문을 쓰기 위해서 설문조사 방법을 많이들 사용합니다. 설문조사를 할 때 설문대상자에게 답례품으로 선물을 제공하는데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 정도의 비용이 지출됩니다. 대부분이 전업 학생인 대학원생들에게 이러한 금액은 정말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논문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논문 심사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는 대부분 수업을 듣지 않고 논문을 씁니다. 이때 학생은 이미 등록금을 냈는데 또 논문 심사료를 내라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대학원에서 논문 심사료를 부과하는 것은 등록금을 낸 대학원생들에 이중부과나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에 경우 대학원생이 학교에 연구를 신청하면 연구비를 지원합니다. 산학협력과 연결된 수업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지만 이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신청을 통해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대학원이 논문 심사료를 일련의 교육 과정으로서 등록금에 포함시키고 폐지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위 논문은 연구자 개인만 아니라 소속 학교의 재산이기도 합니다. 또한 논문의 수준이 대학의 수준과 직결됩니다. 학위논문을 없애는 것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서 연구의욕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결국은 대학원 졸업이후 진로가 문제

대학원의 진학은 결국 자신의 진로를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대학원의 졸업이 취업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연구환경실태조사>를 보면 많은 원우분들이 대학원생을 위한 취업시스템 혹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후 학교에 대학원생을 위한 취업교육이 있는지 확인한 결과, 이미 취업센터에서는 대학원생도 포함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취업시장에서 석·박사생을 위한 취업의 자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급 연구 인력이 가장 많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대학과 정부출연·기업 연구소인데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교수로 취업할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기업 상황도 여의치 않습니다. 특히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 국내 석·박사보다 해외 유학생을 더 선호하는 상황입니다. 서강대 경우, 자대 출신의 교수님이 많지 않습니다. 지난 기획예산팀에 확인한 결과 몇 십 명이 넘지를 않았습니다. 대학원생의 진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자체가 연구중심의 대학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포스트닥(박사 후 과정) 위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한 명의 교수 밑에 조교수, 부교수를 포함해 포닥이 많고 이를 통해 교수는 그들이 만든 연구 결과를 모아 방대한 논문을 쓴다고 합니다. 대학원생들도 연구자로서 생활비를 후원받으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대학원 발전계획으로 세우고 있는 것은 신입생 모집 확대와 인권 개선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 발전 방안은 아닙니다. 대학원생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생의 진로를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식의 변화가 없다면 대학원생들은 계속 줄어들고, 해외로 나가려고 할 것입니다.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생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원생들이 처해있는 환경, 그리고 학과별 상황이 아직도 학교에 잘 반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학생자치가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서강대를 포함해서 많은 대학들의 학생 자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지난 과거에서 학생회가 저지른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학생들이 여유를 가지고 연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대학원총학생회는 매 학기 초 과대표자회의를 통해 대학원생들과 개별학과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의견을 교류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과대표자는 각과의 조교장이 대부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교장은 과를 대표한다기보다 학과 행정업무 담당자 성격이 강합니다. 대학원생들의 자치권 회복을 위해서는 책임 있게 과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할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학원 총학생회도 과대표자들이 운영하는 구조로 개편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학원 총학생회가 학교를 대신해서 일하는 행정팀이 아니라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자치기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장학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학생회 예산으로 이를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학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우분들도 대학원 총학생회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의 수준은 대학원생들의 연구 의욕에서 시작됩니다. 대학원생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는 아낌없는 지원으로 연구 환경 조성을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서강의 자랑이 될 수 있게, 서강 우리의 자랑이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