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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43호] 일상에 안 보이던 것이 보일 수 있는 배리어프리영화를 만들고 싶어요_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김수정 대표

장애의 장벽을 없앤 영화를 만나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김수정 대표 인터뷰

 

일상에 안 보이던 것이 보일 수 있는 배리어프리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배리어프리 영화는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화면해설을 하고, 소리를 듣지 못해도 대사와 모든 사운드를 표기한 한글자막을 볼 수 있습니다. ‘장벽을 허물고 모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곳,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서 김수정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

양계영 urstar2016@sogang.ac.kr

김명회 sggkmh@sogang.ac.kr

손윤선 baroomy@sogang.ac.kr

 

 

서강> 얼마 전 제7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를 무사히 개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떠셨는지, 작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김수정(이하 김)> 올해는 작년과 비교해서 자연스러웠지 않았나 해요. 그전에는 모실 수 있는 분을 찾아 영화제에 초대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올해는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를 보고 싶어서 푸시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관객이 조금 더 늘었어요. ‘늘 하던 대로 하면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죠. 좀 단순하게 가면서, 앞으로 어떻게 10년을 바라볼까 고민을 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패턴이 비슷했다면 내년에는 어떻게 할까?’의 고민도 있습니다.

 

 

사진1 | 2017119일부터 열린 제7회 서울 배리어프리영화제(사진 제공: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서강> 배리어프리영화를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이은경 전 대표님이 저랑 같이 동국대학교 대학원 영화과를 나온 선후배에요. 당시 저는 시네마디지털서울에서 실무적인 것들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때가 마흔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는데, 앞으로 우리가 뭔가를 길게 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그러다 일본에서 열린 배리어프리영화제에 방문했는데, 왠지 그냥 해야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홍시를 생각하면 그 홍시 맛이 생각나는 것처럼 없는 거니까 우리가 해야 되는 거다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영화제에서 받았던 느낌이 되게 좋았나봐요.

 

서강>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배리어프리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군요.

> 화면해설과 한글자막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한국영화들이나 시각장애인연합회, 농아인협회에서 만들었던 것들을 중심으로 찾아가서 물어보기 시작했죠.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도 가서 물어보니, ‘배리어프리영화라는 개념에 대해서 기존의 틀들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장애인 위주의 영화가 많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사실 틀이 커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영화인들이 참여한 배리어프리영화를 그럼 우리가 만들지 뭐,’ 해서 저희가 개인 돈을 들여서 영화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에는 배리어프리영화제가 아니라 배리어프리포럼이라고 해서 행사를 통해 많이 알렸죠.

 

사진2 | 영화 <반짝반짝 두근두근>의 배리어프리영화 버전은 영화가 시작되면 화면해설이 나오고 한국어 자막이 뜬다.

(사진 제공: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서강> 화면해설에 있어서 배리어프리영화는 어떤 기준으로 제작되나요?

> 청각장애인들의 경우에는 굉장히 니즈가 다양해요. 물론 시각장애인들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만 하더라도 그 자막을 볼 때 번역자막이 온전히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청각 장애인은 난청부터 완전 농인까지 매우 다양해요. 이때 농인들은 수화와 한글이 달라서 힘들어해요. 수화는 조사가 없고, 한글은 주어, 목적어, 서술어의 구조로 되어 있어서 그들이 사용하는 어순과 굉장히 다르죠. 그래서 복잡한 문장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농인들을 위해서는 굉장히 단순화된 자막이 필요한데, 난청의 경우는 또 다르거든요. 이미 듣다가 난청이 되신 분들도 있고, 그 정도도 각각 달라서 심한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또 이분들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자막들을 원하세요. 그래서 우리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 가느냐가 중요하죠. 화면해설의 경우도 각자의 기준이 있어요. 넷플렉스 같은 경우에는 주관적인 단어나 사전 설명이 있으면 안되고, 타이밍도 다 맞아야 하고요.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인물 위주로 진행되고 미장셴도 다양하지 않은데, 영화는 다층적인 구조에다가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출가와 같이 진행해요.

 

서강> 영화를 관람하는 환경에 따라 제작에 고민도 있으실 것 같아요.

> 방송과 영화는 퀄리티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어요. 방송은 내가 직접 돈을 안내기 때문에 퀄리티가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불평을 안하지만, 영화는 내가 돈을 내고 만족스럽지 못할 때 환불이라는 제도가 있잖아요. 그 시스템을 통해서 컴플레인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 퀄리티가 굉장히 높아야 하는 거예요. 이러한 환경에서 영화의 자막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을 하게 되죠.

 

서강> 배리어프리영화를 보러 오시는 관객 분 중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었나요?

> 저희가 하는 영화들은 무료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무래도 어르신 분들이 많으시죠. 저희가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우리마을소극장이라는 사업이 있어요. 22곳에서 한 달에 한 번씩은 배리어프리영화를 상영하고 있어요. 그러면 한 달에 총 22번의 상영이 있는데, 한 지역에서 한 작품을 보고 다른 지역에서 상영할 때 또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배리어프리 영화들은 자주 볼 수 없기도 하고, 이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 이 스케줄을 따라 관람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죠.

결국 배리어프리영화를 통해 그분의 삶에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거죠. 배리어프리영화 상영관이 좀 더 많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와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거고요. 영화 보는 것 자체가 내 집에서 보는 게 아니라 어디 가서 같이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게 뭔가를 소통을 할 수 있는 거리가 생기는 거죠. 극장에 가서 본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서강> 우리나라 장애인 영화관의 환경은 어떤가요?

>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개인장비를 가지고 들어가서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 많죠. 반면에 우리나라는 2007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표되었는데, 빠르게 관련 법안을 발표한 것에 비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많지는 않아요. 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별도의 관심을 두지는 않는 거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그것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벌금을 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상해법으로 소송을 걸 수가 있는 거예요. 상벌구조가 없는 거죠. 그 부분에 있어 장애인 분들이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고 소송을 걸고 해야 뭔가 바뀌는 구조가 되죠. 그래서 강제하는 법량이 필요하다고 많이들 말씀하시죠.

 

서강> 그렇게 관심을 보일수록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수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 더 많아지겠죠. 지금은 그냥 소비자에게 던져주는 그런 구조잖아요. 장애인영화관람데이라고 해서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같은 영화관에 상영이 들어가게 되는데요. 지금 한 22~30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해요. 2012년부터 두 달에 한 번씩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장애인 영화 관람 환경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랑 농아인협회, 시각장애인연합회, CGV 그리고 저희가 모여요. 계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업 중에 하나죠. 관련하여 저희가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조만간 한국도 갖고 들어올 거예요. 지금은 그런 극장에서 정규적으로는 일주일에 3, 화목토 이런 식으로 상영하는데 사실은 너무 적은 횟수죠. 그것도 영화관에서 한 영화 정도로요. 그러면 영화를 고를 수가 없는 거잖아요. 만약 앞으로 상영관이 많아지게 된다면 고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거죠.

 

 

서강> 배리어프리영화 제작 관련 천명의 기부자를 확보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시던데, 이게 꾸준하게 기부를 할 수 있는 건가요?

> 사실 지원금이 없으면 영화를 많이 만들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사실 외화를 만드는 경우는 대략 실비가 2500만 원 정도 들어요. 저희가 사단법인이라 애초에 이윤을 만드는 데도 아니고, 영화를 만들고 보는 것은 사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약간 후순위잖아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우선이고, 기부에서 그런 것들이 더 우선시 되니까요. 영화제를 할 때나 행사를 할 때 홍보를 하고, 기부자 수도 조금 조금씩 늘고 있어요. 생소한 거니까 어쩔 수 없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언젠가 천명의 기부자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어요.

 

서강> 현 사회에서 배리어프리영화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 서울대 치대 학생회 선거 나온 사람 보셨죠? ‘우리는 장애 없습니다.’ 그거랑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요. 제가 아는 청각장애인 대학생 친구가 있는데, 난청이라서 강의실 앞에 앉아요. 뒤에 앉을 경우, 여러 소리가 많이 들려 힘들거든요. 그래서 앞에 앉으려고 해도 다른 친구들이 먼저 앞에 앉고 해서 만든 스티커가 있대요. ‘여기는 장애인 좌석이니까 앉지 말아주세요라는 의미의 스티커죠.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받아서 강의실에 붙였는데, 어느 날 봤더니 그게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더라는 거예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간혹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여러 장 줬는데, 진짜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으니까 얘가 상처를 많이 받은 거예요. 그런데 일단 그 스티커가 뭔지 아이들은 모를 수도 있죠. “, 이건 뭐지? 맡아놓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런 스티커나 장애인 친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배리어프리영화가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라는 것을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주변에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 있고,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종로에 가면 맹학교랑 농학교가 두 개가 붙어 있어요. 그런데 교문에 학생들이 잘 찾아 올 수 있도록, 벨소리가 나게끔 되어 있대요. 벨소리가 나면 애들이 , 여기가 교문이구나!’하고 안지나치는 거죠. 그런데 그걸 주변의 주민들의 민원으로 벨이 없어져 버렸다는 거예요.

 

서강> 생활 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차별 중 하나네요. 학교 종소리는 이해하고 넘어가면서요.

> 그렇죠. 학교 측에서는 아이들한테 뭐가 중요한지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없애버리는 게 더 편한 거죠. 그러니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알리는 게 필요한데요. 우리의 영화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배리어프리영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서강> 편견이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배리어프리 영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 , 사실 영화뿐만 아니라 보이는 게 너무나 많고, 해야 할 게 너무나 많은데요. 장애인분들이 우리의 관심에서 다 벗어나 있는 거예요. 대학원생 분들이 그들을 같은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개발 및 연구를 진행했을 때 적용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거죠.

얼마 전 MS(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솔루션 발표가 있다고 신청하라고 연락이 왔는데요. 신청서에 당신은 불편한 부분이 있느냐? 예를 들어 휠체어를 쓰느냐?’ 등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게 거의 없잖아요. 관심을 많이 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포항에서 지진이 났는데, ‘과연 그곳에 만약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들이 있었으면 잘 대피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고민들도 함께 있어야 된다는 거죠. 지체장애인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기본적으로 모든 정보에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거예요. 이게 한, 두 번만 신경을 쓰게 되면, 몸에 익게 되는 거죠. 이거를 본다고 인생이 바뀌거나 그러는 건 아니지만, 안 보이던 것이 보일 수는 있을 거라는 거죠. 이 부분은 다분히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다 포함되는 것 같아요.

 

 

사진3 | 배리어프리영화 야외 상영 모습.(사진 제공: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서강> 앞으로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의 계획을 알려 주세요.

> 2018년은 폐쇄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시범서비스 정도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폐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지속적으로 했기 때문에 그런 사업을 하는 순간이 오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지역에서 하는 배리어프리영화 관련 프로그램들이 아직까지 많지 않아요. 지역 상영들을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지만, 결국 누군가 계속 틀어줘야 되는 거거든요. 누군가가 돈을 벌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이런 사업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