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집장의 글

[124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그림_박혜민 作

 

episode 1.

최근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엄청나게 복잡한 휴대폰 잠금패턴 화면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그 휴대폰의 주인이 지나친 보안의식으로 인한 강박장애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현대인들이 가진 여러 가지 강박장애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불안이라는 보편적 심리상태에 직면하게 됩니다.

저는 불안할 때면 손을 자주 씻는 버릇이 있습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행동 또한 불안으로 인한 강박 증상의 일종이라는군요. 이를 의식해서인지 얼마 전부터 손 씻고 싶은 욕구를 애써 외면했더니 이제는 온갖 키워드로 논문을 검색()하는 횟수가 잦아집니다. 또 다른 강박일까요. 왜 이리도 불안한 걸까요? 생각과는 자꾸만 어긋나는 현실 때문일까요? 열심히 공부하자는 마음과 달리 몇 글자 못 읽고 집으로 돌아가는 허탈한 하루가 더해지면서 결국 자신에 대한 불만이 불안으로 변모된 것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여기저기서 불안의 요소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지만 막상 불안과 직시하고자 그 정체를 물을 때면 쉽사리 잡히지 않는 게 또한 불안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두려움과 달리 불안정체 없음의 정체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불안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정서인가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혹은 적어도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실효적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질문을 던집니다.

 

김하늘 기자

 

episode 2.

고등학교 시절 영·수 특별반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여간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혼자 힘으로 반 평균을 좌지우지하는 친구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반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존심 배려 차원에서 당사자에게 직접 통보하기는 했다지만, 복도 저편에 나란히 불 밝힌 교실을 힐끔 들여다보면 누가 주인공인지 금세 알 수 있었죠. 우반과 열반, 나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구분이, 명문대와 비명문대를 논하는 순간 너무나 절실히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빙하를 가로지르는 남극의 크레바스적 간극, 대입은 그 사이에서 배태된 인생 최초이자 최대의 불안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꼴은 걷잡을 수 없이 증식되고 있습니다. 어둠, 고독, 악몽, 이별, , 전쟁, 천재지변, 죽음, 심지어 사랑에 대해서도 불안해합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불안해하고, 결혼에 대해 불안해하죠. 때론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어떤 책임을 맡는 것에 대해 불안해합니다. 남과 다르다고 불안해하기도 하고요. 병리적인 불안도 있지만 비병리적인 불안의 사례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해서, 이번 호 서강대학원 신문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정체 모를 감정(정서)에 대해, 그리고 이로 인한 영혼의 잠식에 대해 물음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쳐내려 할수록 오히려 더욱 견고하고 치밀하게 달라붙는, 그래서 얼굴을 감싸고 한숨을 쉬는 것 외에는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는 그 불안에 대해, 손쉬운 힐링과 치유가 아니라 묻고 또 묻는 방식으로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김아영 기자

 

 

 

 

 

'편집장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6호] 전체 혹은 소외  (0) 2013.11.06
[125호] 서강에 없는 것  (0) 2013.06.12
[123호] 笑  (0) 2013.01.08
[122호] 사회적인 것(The Social)  (0) 2012.11.05
[121호] 취중진담  (0)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