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 삶, 정치를 묻다.
노(老)스님이 몽둥이를 들고 제자의 머리 위로 흔들며 말한다. “이 몽둥이가 있다고 해도 너는 맞을 것이고, 이 몽둥이가 없다고 해도 너는 맞을 것이다. 만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너는 맞을 것이다. 이 몽둥이는 있느냐, 없느냐?” 질문은 답을 구속한다. 질문은 답이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물을 수 있는 자와 답해야 하는 자를 경계 짓고, 이 경계는 권력의 작동과 함께 영속화된다. 아담과 이브는 신에게 왜 선악과를 먹으면 안 되는지 감히 물을 수 없었다. 대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먹는 것, 곧 힘에 대한 불복종이었다. 질문자와 답변자의 위치를 스스로 벗어남으로써 그들은 질문이 구획해 놓은 보이지 않는, 그러나 견고한 경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선악과를 먹는 순간, 신은 조급해하며 묻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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