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강대대학원

[115호] 신의의 인간 박종철, 언제 어디서나 김태호 (박종철출판사 대표) 박종철(朴鍾哲). 1987년 1월 14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4년이 조금 안 된 어느 날, 서울 남영동에 있는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의 비밀 조사실에서 수사를 받다 고문에 목숨을 잃은 대학생의 이름이다. 정보기관은 혈안이 되어 찾던 어떤 운동권 학생의 소재를 후배인 박종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 연행했다. 고문이 있었고, 박종철은 입을 열지 않았다.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시절이었다. 1979년 12월 12일에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그에 반대하는 시위와 집회는 곤봉과 최루탄으로 해산시키고, 시민과 학생들을 연행하여 감옥으로 보내고, 결정적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은 군인 집단의 우두머리가 참으로 희한한 방식으로 대통령으로.. 더보기
[115호] 20세기 전태일과 21세이 글로벌 리더십 임승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저자)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을 했다.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문제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일이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면서 자신의 23살 파릇파릇한 몸뚱이에 파란 불꽃을 댕긴 지 벌써 40년이 지난 20세기의 일이건만, 21세기의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저 법률을 지키라는 소박한 요구에 자신의 몸을 불사른다. 얼마 전 실업자나 구직자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실업자나 구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의미다. 참 노조 만들기 힘들다... 더보기
[115호] 그대 이름 이곳에 우리가 이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쉬운 물음이 아닙니다. 어쩌면 저마다 답이 다 다를 것 같아요. 아마도 이들을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에 따라 혹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요. 지금 대학원을 다니는 우리들에게 이들의 이름은 조금은 생소한 하지만 낯설지는 않은 애매한 이름일 것 같습니다. 박종철이나 기형도의 이름은 특히 그렇지요. 김수영도 고등학교 때 배운 시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나마 유재하나 김광석은 음악으로 남아있기에 조금 익숙해 보입니다. 혹시 이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리운 나머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분들도 계신가요? 아, 저기 한분 계시네요. 전태일이라고요? 얼마 전이 전태일 열사 40주기였지요. 그런데 아직 처음 질문에 답을.. 더보기
[114호]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차미르라고 해요. 나이는 26살이고 스리랑카에선 한국어와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현재는 대학원 신방과에 다니고 있고요. 한국어 교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다가 신문방송학이라는 분야를 접하게 됐어요. 스리랑카에는 신문방송학과가 없거든요. 지금은 광고홍보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수업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역시 언어문제가 커요. 한국어를 전공하긴 했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더구나 대학원 공부를 하다보면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공부를 하다가 종종 궁금한 부분이 생기는데, 주변에 아는 한국인 친구가 별로 없어서 물어보질 못해요. 그 점이 좀 아쉬워서 앞으로 한국인 친구들과 많이 친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한편으로 교수님들께 부탁드.. 더보기
[114호] 환상을 넘어서기 박휘진(중앙대 대학원신문사 편집장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한 여학생이 친구들에게 물었다. “진보가 뭐야?” 건너편의 친구가 대답한다. “그건 뭔가를 새롭게 하는 거야. 기존에 있던 것을 없애거나 바꾸는 거.” 질문을 던진 여학생은 다시 물었다. “근데 우리나라 진보는 왜 그래? 4대강도 하지말자하고, 뭐든 반대하잖아. 진보 어쩌고 하는 총학생회도 구조조정 반대하던데?” 이는 필자가 지난 봄, 한 친구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 여학생의 물음은 무지의 소산인가 아니면 진보진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결과인가. 그녀의 말만 놓고 본다면, 한국 내에서든 학교 내에서든 진보진영은 참으로 밉상이 아닐 수 없다. 능력도 없으면서 반대만 외쳐대니 말이다. 명실 공히 2010년 대학가의 핫이슈는 중앙대 구.. 더보기
[114호] 총장님께 바람 최선아 (24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며칠 전 일간지(경향, 9.13)에서 2010년 대학평가를 발표했다.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여건 부분의 낮은 평가는 서강대의 현주소를, 총장님의 취임 후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교수 당 학생 수, 교수 확보율,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은 40위 대를 기록했으며 교육비 환원율은 34위에 머물렀다. 이전 평가보다는 다소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의과대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열악한 연구 환경을 다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그나마 도서관 좌석 및 연구실 등 교육환경이 평가지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대학원생들은 연구 공간 부족으로 이른바 ‘연구실의 난’을 겪고 있다.. 더보기
[114호] 이종욱 총장 1년을 돌아보며… 윤희한 (23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작년 봄학기, 신임 총장 선출을 위한 총장후보자 선출위원회(이하 총추위)에 학생 대표로 들어갔다. 총추위는 신임 총장을 뽑기 위한 선출기준과 방식을 정했다. 교수, 교직원, 동문, 신부님 등 서강의 주요 구성원들과 함께 치열하게 토론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였고, 최종 선임을 거쳐 이종욱 총장이 선출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총추위를 통해 서강의 여러 구성원들과 서강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 것을 매우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모든 구성원들의 희망을 안고서, ‘최초의 서강 출신 총장’이라는 기대를 더욱 부풀게 만드는 타이틀과 함께 이종욱 총장이 이끄는 서강대는 출발했다. 출발은 좋았다. 서강 구성원들을 분열하게 만들었던 홈플러스.. 더보기
[114호] ‘비시대적’ 매체론을 위하여 글 곽성우 기자 교정 곳곳 대자보란에 군데군데 붙어 있는 포스터들을 보며 올해 초 한 대학생의 선언을 상기한다. ‘김예슬 선언’이라 지칭되는 이 선언은 한국 대학의 부조리를 지적하고 우리 사회의 치부를 건드리는 돌팔매질이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 한 점은 이 거부의 몸짓이 최초엔 바로 대자보라는 다소 낡은 매체형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물론 김예슬 선언이 여러 매체들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고 대중들의 이목을 끌며 사회적인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보다도 선언의 행간을 채우고 있는 고민의 흔적, 즉 그 ‘내용’이었다는 점은 부정될 수 없다. 따라서 단순 시발점에 불과할 수 있는 대자보라는 형식에 집중해보자는 것, 요컨대 내용적 측면이 아닌 ‘형식적 측면’에서 김예슬 선언을 논해보자는 것은 다소 사변.. 더보기
[114호] 샌델이 몰고온 기차에 올라타기 최원 (시카고 로욜라 대학, 철학과 박사수료) 마이클 샌델의『정의란 무엇인가?』가 ‘왜’ 읽히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 글은 그러한 질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글은 오히려 그 책이 ‘어떻게’ 읽히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둔다. 어떤 신드롬이 형성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으며, 그 이유들이 반드시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앞으로 이러한 신드롬이 출판 시장을 변화시켜 적어도 자기계발서만이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을 종식시키고, 인문학 서적의 부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도 아직은 너무 섣부르다. 중요한 것은 샌델의 책이 읽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닐까? 그것은 어떤 현실, 어떤 정세 속에서 어떻게 대중들에게 읽히고 있는가? 이러.. 더보기
[114호] 『메트로폴리탄 게릴라』의 저자 박홍규를 만나다. 인터뷰 박승일 정리 곽성우 대학원생들에게 루이스 멈퍼드는 생소한 인물인데요. 20세기 초반의 사상가인 멈퍼드가 현재 재조명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920년대에 발표한 처녀작『유토피아 이야기』를 시작으로 말년의 기계를 주제로 하는 논의까지, 루이스 멈퍼드의 사상은 조금씩 변해갔고 그 영향력 또한 시대적 맥락에 따라 굴곡이 있었습니다. 어떤 책은 반향을 일으켰지만 또 어떤 책은 무시를 당했고 70년대 즈음엔 거의 잊히다시피 했지요. 전체적인 관점이 요구되는 위기의 시기, 예컨대 1·2차 세계대전 등 시대의 전환점에는 이 사람의 논의가 어느 정도 통용되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던 맑시스트들에 의해 멈퍼드가 그리는 사회상, 즉 지금으로 치면 자연친화적, 아나키즘적, 지역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