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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대학원

[114호] 존재(being)에서 행위(doing)로 박승일(신방과 박사과정) 2008년, 촛불이 한창이던 여름에 쓴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웹 2.0은 정해진 정보가 정해진 루트를 통해 전달되는 포털과는 달리 수동적 수용자(subject)가 정보를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중심이 되고, 기존의 정보를 재배치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안할 수 있는 기획자(project)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중(multitude)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담론 권력 내에서 틀지어진 이데올로기를 쫓기보다 굳게 형성된 상징계의 영역에 실재의 침입을 유도하는 징후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내파’적이다. 웹 2.0은 이러한 속성을 존재적 차원에서 담지하고 있다. 물론 이는 잠재성(virtuality)으로 존재하지만 특정한 맥락과의 절합(articulation)을.. 더보기
[114호] 세대의 문화정치와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의 미래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학/문화연구) 맑스가 강조했듯이 각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와는 다른 역사적 조건 속에 던져져서 살아가지만, 동시에 그 조건 자체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그 조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역사적 구조와 주체 사이에 변증법적 긴장이 발생하고, 각 주체들이 상이한 조건 속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감정의 물결에 휩싸이게 되며, 결과적으로 세대 간 단절과 갈등이 심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세대 간 갈등과 단절을 다룬 연구들이 꾸준히 제시되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세대 간 단절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입각하여 사회변동의 흐름을 전망하기보다는 세대 간 화합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자는 식의 도덕적 ‘봉합’에 매달려 왔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진보적 .. 더보기
[114호]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요훈 ('디지털 세계의 엘리스' 저자) 최근 구글, MS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인터넷에 노벨상을 주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은 전세계 국가와 인종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과 토론 문화를 활발하게 열어나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다시 말해 검열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이 자유롭게 교환되고 토론될 때, 민주주의는 더욱 성장할 수 있으며 그게 바로 세계 평화라는 논리다. ‘자유로운 의사교환 = 민주주의 = 평화’라는 논리는 2009년 이란 사태 때 이란 정부가 SNS서비스중 하나인 트위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막았을 때도 등장한 적이 있다. 이란 사태 이후 미국 학계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트위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검열 회피 기술을 개발해 .. 더보기
[114호] 블로그, 디지털 리터러시의 시작과 끝 장상미 (함꼐하는 시민행동 미디어팀장) 블로그에서 트위터로, 유튜브로, 페이스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며 진화해가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의 시대에는 완결된 형태의 방법론, 즉 정답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오히려 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실험하고 공유하며 다음 단계의 힌트를 찾아내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능력, 즉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존의 교육 시스템이나 조직, 기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의 흐름에 공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고 발현된다. 우리는 웹2.0 혁신과 함께 등장한 블로그를 통해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블로그란 무엇인가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하는 거창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블로그란 무엇인가?’란 오래된 질문으로부터.. 더보기
[114호] 스마트폰을 든 스마트몹 김명석(생각 실험실 대표) 이 글은 스마트폰을 예찬하는 글이다. 스마트폰이 가져올 변화를 과대평가하는 맥락은 거창하다. 먼저 기술결정주의라는 다소 끔찍한 견해를 생각해보자. 이 견해에 따르면 기술은 사회 내 다양한 가치들을 결정함으로써 사회의 전반적 구조와 역사까지 결정한다. 불을 다루는 기술이 도입된 후 인류에게 닥친 문명화와 도시화 과정을 이제 와서 우리가 과연 되돌릴 수 있을까? 기술결정주의는 여러 가지 전제들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를 지배하고 변화시키는 다양한 힘들 중에서 기술은 중추적 지위를 차지한다. 인류 역사를 고찰해 볼 때 기술 혁신은 사회의 진보를 주도해 왔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도입되고 그것이 그 사회에 일단 정착하게 되면, 그 기술의 진.. 더보기
[114호] 아톰에서 비트로, 출판의 거대한 전환 유재건(그린비 출판사 대표) 출판은 지금 아톰미디어에서 비트미디어로의 이행기에 서있다. 킨들과 아이패드로 촉발된 변화의 파고는 지금까지 출판을 지탱해온 아르케(arche)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 무너짐은 위기의 양상을 띠고 있지만, 기회적 요소 또한 갖고 있다. 마샬 맥루언이 말한 것처럼, “두 개의 미디어가 혼합되거나 서로 만나는 순간은 새로운 형식이 탄생하는 계시의 순간”이고, 이때 우리는 “두 가지 형식들의 경계선 위에서 나르시스의 감각 마비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의 충격’ 앞에서 출판계는 감각 마비 상태에서 깨어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종이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일한 ‘책’으로 보고 ‘공통형식’(본질)을 추상함으로써 지금의 위기를 .. 더보기
[114호] Media + Logic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합니다. 아이폰이 어떻고 갤럭시가 어떻고 구글폰이 어떻고. 하지만 이 변화를 따라갈 만큼 기민하지 못한 사람은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핸드폰이 어떻기에 이리 호들갑인지 의구심을 갖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샌가 트위터를 하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청와대에 사는 독수리 타법의 ‘누군가’도 하는 트위터인데, 트윗질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팔로우가 뭔지 RT가 뭔지 도무지 헷갈리기만 한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 블로그도 있네요. 글 좀 쓴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블로그를 잘 꾸며야 한다더군요. 블로거라는 명칭이 자기 소개란에 쓰인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글로벌하게 활동하려면 페이스북이라는 것도 해야 하나 봅니다. 이참에 전자책을 사야할지도 모.. 더보기
[113호] 유학생과 더불어 울창한 숲을 이루자 위자룡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안녕하세요? 24대 일반대학원총학생회 국제협력국 국장을 맡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위자룡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일반대학원에서 몇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현재 자그마치 107명의 유학생들이(석사과정74명, 박사과정33명) 일반대학원에서 학문을 정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유학생들의 국적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들 유학생들은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고충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24대 대학원총학생회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고 한국학생들과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하고자 국제협력국을 처음으로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24대 대학원총학생회 “상상2010”은 외국인 유학생들과 더불어 모든 학우들이 서로 소통.. 더보기
[113호] 잎 속의 검은 잎 고준석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이양하 선생은 초록에도 인생이 있다고 했다. 만물을 식물로 비유한다면 모든 것은 세상에 씨앗으로 던져져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펴고 잎을 채운다. 그 중 청춘은 하나하나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빛이 되는 동시에 발랄한 담록으로 피어나는 시절이라고 한다. 이 담록의 기간은 매우 짧고 강렬하다. 어느 날 푸름에 만취해 있다가도 언제였을지 모르는 사이에 불그스레해진 잎사귀를 발아래 둔다. 그리고 초록이 회자되는 겨울 즈음에 비로소 지나간 시간이 담록이었음을 느낀다. 인간들에게도 이렇게 초록이 무르익는 시간이 있다. 그들은 그 담록의 과정을 자신들의 언어로 청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의 20대는 이 청춘이라는 단어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초록의 시절은 좋은 학교.. 더보기
[113호] 테크노사이언스 시대의 사이보그 인간들 조아라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 서강대 강사)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인간과 과학기술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은 인간의 도구일 뿐이라는 도구주의와 과학기술이 인간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는 기술공포증은 현재의 특이성을 세세하게 짚어내는 혜안을 가리는 이분법적 통념으로 작동할 뿐이다. 도나 해러웨이를 준거로 인간과 과학기술이 맺고 있는 인식론적이고 존재론적 착종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필자의 생각을 옮겨보았다. 누군가 ‘과학기술은 현대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라는 말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쉽게 ‘예’라고 답한다. 눈에 보이는 주변의 모든 것이 과학기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이내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응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