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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17호] 선데이 서강


시대를 풍미했던 잡지 선데이서울을 기억하시나요? 형용색색의 겉표지는 보기만 해도 뭇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냈지요. 표지 한 가운데서 이상야릇한 웃음을 띠고 있는 여배우는 왠지 모를 두근거림으로, 쳐다만 봐도 얼굴 빨개지는 부끄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새처럼 대놓고 야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야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뭐랄까 왜그런 거 있잖아요. 야릇함은 적나라한 노출보다는 보여줄 듯 안보여줄 듯 애태우는 긴장 속에서 나오는... 으흠! 흠! 암튼 여기에는 짐짓 점잖은 채하면서 안 보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흘깃거리면서 쳐다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길거리 자판 앞을 지나갈 때면 저 잡지 안에 어떤 별천지가 있을지 너무도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침내 기회를 포착해 잡지를 여는 순간 온갖 이야기들이 난리법석을 치는 진풍경이 열렸지요. 정치인의 추문에서 연예인의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외계인 불시착이나 보물선 난파와 같이 도무지 믿기 어려운, 하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생명을 얻더니 급기야 귓속말로 말을 건넵니다. 네가 모르는 세상이 있다고. 후~ (귀에다 바람 부는 소리) 그 이후 세상을 조금 알게 됐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이마저도 시큰둥하게 받아들이게 됐지만 그때의 그 가슴 설렘만큼은 아직도 뚜렷합니다. 지금은 뭘 봐도 그때만큼 열심히, 열정을 다해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때는 그야말로 안광투지(眼光透紙)였거든요.

해서 이번 호 대학원신문은 선데이서울의 기운을 빌어 야릇하게 꾸며봤습니다. 나름 선정적인(!) 주제들을 선택하고 글도 가능한 쉽게 그리고 알록달록 사진도 제법 많이 넣었습니다. 그간 대학원 신문이 어렵게 느껴지신 분들이라면 이번 호는 좀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곁눈질로라도 보고 싶어서 애태우던 그 마음으로 이번 호를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신문을 펼치는 순간 기사들이 생명을 얻어 귓속말을 하지 않을까요? 아직 세상을 잘 모른다고. 후~

편집장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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