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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38호] 남양주캠퍼스와 서강의 방향성

남양주캠퍼스와 서강의 방향성

 

 

남호현_사학과 박사과정

 

나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재수학원까지 나왔고, 20103월 서강대 사학과에 입학하여 석사/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내리 7년을 노고산 교정에서 보냈다.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이력이지만, 요즈음 남양주라는 단어는 내가 다니는 이곳 서강대에서 너무나도 뜨거운 감자가 되어 학내 구성원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형국이 된 지 오래다. 남양주캠퍼스 사업에 대해, 그리고 이로 인해 불거진 작금의 학내 상황에 대해, 나는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제안을 할 수 있는 입장이나 역량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일로 인해 서강 구성원 모두가 한 번쯤 서강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 생각을 조금 말해보려 한다.

내가 무려 학부 새내기였던 2010. 내가 남양주 출신이라고 하니까 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 거기 우리학교 캠퍼스 생기는 데 아냐?” 당시 긴 재수 끝에 그토록 원하던 학교에 입학한 나는 내가 입학한 그 해에 내 고향 남양주에 서강대 캠퍼스가 생긴다는 사실이 운명인가 싶은 생각을 했었다. 사실 같은 남양주라고는 해도 서강대가 들어서기로 한 양정동 일대는 나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먼 동네다. (남양주가 꽤 크다!) 언젠가 차타고 가던 중에 아버지께서 여기 너네학교 들어온다더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는데, 둘러보니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장작나무 설렁탕집만 덜렁 있는 그런 풍경이었다. 마침 출출하던 터라, 아버지와 나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후에도 내가 서강대를 다니고 남양주출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너희 동네에 서강대 캠퍼스가 들어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이야기를 인사치레처럼 하곤 하였다. 이럴 때면 나는 앞서 언급한 설렁탕집 이야기를 하며, 잘은 모르겠고 그냥 그때 그 설렁탕집은 참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얼버무리곤 했다. 남양주에서 태어나 자랐고, 벌써 7년째 서강대를 다니고 있지만, 내게 서강대 남양주캠퍼스는 딱 그 정도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남양주캠퍼스의 건립이 지금 중대한 기로에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저 학교본부와 이사회 사이에 사소한 갈등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유기풍 총장의 사퇴 선언이 있는가 하면, 학생과 학생, 교수님과 교수님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대립과 갈등의 불씨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학교에서는 연일 남양주캠퍼스 건립과 관련된 주제로 대자보가 붙고, 이와 관련된 집회나 모임의 정보를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남양주2016년의 서강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학교를 그리 짧게 다닌 것이 아니었음에도,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학내의 모든 구성원이 나뉘어져 논쟁을 벌이는 이러한 풍경은 참으로 생소하고 낯선 일이다. 이 문제에는 이사회와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동문회 등등과 같이 학내의 거대한 집단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나는 정말로 이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별할 만 한 자격도 능력도 여유도 없다. 그런데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남양주캠퍼스 관련 논쟁들을 보다보니, 이런 고민은 한 번쯤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강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가?”

 

놀랍게도, 남양주캠퍼스 관련 논쟁의 당사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한 가지 명제는 이것이다. 바로 서강의 애매한지위. 한국사회의 고착화된 대학서열 내에서 꽤 상위권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SKY’는 아닌, 과거에는 찬란했으나, 오늘날에는 주변 경쟁 학교들에게 점점 추월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그런 애매한 지위 말이다. 서강대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애매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애매함 속에서도 실력 하나로 버텨온 서강이었지만, 점점 규모를 키워가는 다른 대학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점차 예전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확인하고 싶다면, ‘대학알리미등에서 제공하는 대형국가사업 수주 현황이나 취업률, 고시 합격률 등을 찾아보길 바란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떻게 해서든 학교의 몸집을 키우고, 다른 대학들과 경쟁할 정도의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녀왔다. 하지만 동시에 서강의 서강다움을 강조하며, 대학들이 하나같이 돈벌이에 혈안이 된 요즘, 서강만큼은 진리에 복종하라는 대학 본연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이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08-09년 지금과 마찬가지로 교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교내 홈플러스 입점반대운동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본부와 총동문회를 비롯한 남양주캠퍼스 추진측은 남양주캠퍼스 사업을 통해 크고 강한서강, 타대학에 비해 경쟁력 있는서강을 만든다고 한다. 반면 이사회가 중심이 된 남양주캠퍼스 반대측은 불안정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지표에는 연연하지 않는, ‘조용하고 서강다운서강을 만들어가고 싶은 것 같다. 물론, 남양주캠퍼스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나 실제 효과, 또한 서강다움의 실체와 그것을 뒷받침해줄 실질적, 물질적 방안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하고 말이다. 이렇게 보면 작금의 남양주캠퍼스 문제는 너무나도 애매한위치에 놓인 서강의 현실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서강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남양주캠퍼스라는 현안을 두고 터져 나온 것 같다. 다시 말해, 결국 이 문제는 서강이 언젠가는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현재의 남양주캠퍼스 문제는 2016년의 서강이 앞으로의 10, 20년을 두고 논의할 수 있는 아주 생산적인 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논쟁이 그리 생산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되는 여러 문건들과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사회 내부 사정 및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난들은 도대체 어떠한 정보를 믿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한다. 이래서야 서강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동문과 학생들은 도대체 어느 편에 서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이 기사가 출간될 즈음이면 남양주캠퍼스 문제에 대한 남양주시의 최고장에서 기한으로 제시한 9월은 이미 지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서강은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보다 진지하게 우리의 미래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느 한쪽만이 자신들의 '서강'을 내세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분명 아니다. 그렇게 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서강의 몰락의 시작일 것이다.

이사회와 학생회, 동문회, 교수협의회를 비롯한 남양주캠퍼스 관련 논쟁의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학내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함께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으니,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남양주캠퍼스의 행방에 대해서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그와 동시에 불거져 나온 이사회의 구조 문제라든가 법정부담금 납입 문제, 그리고 서강의 미래에 대한 문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남양주캠퍼스 문제가 학교의 발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되고,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서강의 미래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