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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41호] 헌법의 주체로서 광장의 국민에 관한 헌법해석적 검토_박찬권

헌법의 주체로서 광장의 국민에 관한 헌법해석적 검토

 

박찬권 _ 고려사이버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나타난 광장의 목소리를 계기로 일반 국민들은 헌법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 촛불 집회와 이에 비해 소수였지만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에 모인 국민들은 각자 자신들의 주장이 헌법을 수호하는 길이라 외쳤고, 탄핵 심판을 담당한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였다. 이제 국민은 헌법 제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조항만을 가지고도 그들이 국가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진정한 국민주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미 도래하였다.

 

헌법해석의 기준으로서의 국민주권

이번 글에서는 그러한 국민주권이 단순히 광장의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와 같은 국가기관에 의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헌법원리이자 동시에 헌법해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무엇보다 국민주권의 헌법적 의미와 여기서 말하는 국민의 실체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국민주권이란 국가권력의 정당성이 국민에게 있고, 국가의 모든 권력들은 이념적으로 국민의 의사에 귀결됨을 의미한다. 여기서 국민은 헌법학에서 크게 두 가지 의미로 구분하여 설명된다. 하나는 이념적 통일체로서 국민, 즉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관념화된 전체국민이다. 주로 대의기관이 공익을 추구하는 의사결정에서 지향하는 추상화된 국민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국민의 직접적 지시나 명령은 있을 수 없으며, 다만 자유위임의 원칙에 따라 대의기관은 자신의 객관적 양심을 가지고 그러한 국민의 의사를 추정할 뿐이다. 다른 하나는 현실에서 법적으로 실존하는 개개인으로서 국민이다. 주로 선거나 국민투표에 의한 주권의 개별적 행사로 나타나며, 이들의 주권행사는 대의기관을 구성하는 직접적인 결과로 경험된다. 그런데 우리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일반적인 헌법해석론에 따르면 전자, 즉 추정적 의사의 귀속주체로서 국민은 자연법적 이데올로기로만 볼 뿐 구체적인 헌법해석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국민의 선거로 선출되어 민주적 정당성이 강하게 부여된 대통령과 국회의 의사결정에 대한 관계에서 사법자제의 법리를 낳아 헌법의 적극적 실현에 사법기능이 기여할 여지를 현저히 좁혀놓았다. 과연 그러한 헌법해석의 태도가 타당한가? 이를 논하기 위해 우선 헌법해석의 고유한 특징과 그로 인한 해석적 한계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헌법해석은 국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근본법칙인 헌법원리들로 규정된 헌법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세부적인 내용으로 규정된 일반 법률과 달리 주로 원리로만 규정된 헌법조항은 그 해석이 매우 다양하고 개방적인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모습은 헌법의 가장 근본원리인 민주주의원리에 관한 해석에서도 드러난다. 어떤 관점과 태도로 민주주의를 해석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결론이 달라진다. 민주주의를 정치과정에서 지켜야할 규칙으로 이해하는 형식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다수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제정한 법률을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것은 민주주의원리와 모순된다. 그러나 헌법적 가치실현을 위한 통치형태로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실질적 관점에서 종합한다면 국회의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통제는 소수자보호의 차원에서 자유·평등·정의 등 통합된 헌법가치실현을 위한 것으로 민주주의원리에 합치한다. 이렇게 동일한 제도적 상황을 동일한 헌법 원리로 평가하더라도 해석자가 어떠한 관점과 태도로서 이를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헌법에 합치 또는 모순되는 서로 상반된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서의 모순이란 현실의 대상에 대하여 어떠한 헌법원리를 주장하는 것과 그러한 헌법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전제되는 것 사이의 대립이다. 이는 헌법원리를 실현하는 과정 안에 내재된 모순으로 그러한 모순이 헌법해석에 의해 지양됨으로써 평가의 대상과 관련하여 헌법원리는 간접적으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효력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좌우되는 앞의 경우 형식적 관점으로 민주주의원리를 분석한다면 헌법재판소가 다수결원칙과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 국회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현실의 제도적 상황은 헌법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를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하여 헌법원리가 주장된다는 점에서 모순이다. 이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관점과 태도인 실질적 관점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원리가 재해석되고 규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형식적 관점과 실질적 관점에 따른 분석과 종합이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반복함으로써 민주주의원리는 전체적인 헌법체계 안에서 그 해석의 적정성이 확보된다.

 

 

국민과 주체성의 상관관계

이처럼 복수의 원리들과 관점들이 서로 모순되거나 배척됨이 없이 규범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상호 조화롭게 공존 하도록 헌법해석은 정합성을 이루며 진행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원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모순은 헌법원리 안에 또는 헌법적 평가의 대상 안에 이미 존재하는 모순이 아니라, 현실의 대상에 대하여 헌법원리를 실현하려는 의식작용에 있어서의 자기모순이다. 의식작용은 자기모순을 지양함으로써 동일한 자기의식으로 정립해 나가는데, 이는 주체성의 문제로 이것이야말로 헌법원리가 실현되는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공통의 매개이자 일반 형식이다. 여기서 현실의 대상에 대하여 헌법원리를 실현하는 모든 의식작용이 시작되므로 주체성은 헌법의 원천이 된다. 주체성에 있어 자기모순은 지양되어야할 쟁점으로 작동하여 해석의 대상과 관련한 또 다른 헌법원리를 실현하는 점에서 동일한 자기의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출발조건이다. 출발조건으로서 의식작용의 자기모순은 형식논리의 연역적 추론에 따라 그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자기의식의 전체적 지평에 의해 역으로 그 의미가 규정됨으로써 대상과 관련한 모든 헌법원리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실현되는 형태로 결론된다. 따라서 각각의 헌법원리들은 의식작용의 자기운동을 통한 주체성을 매개로 통합됨으로써 내적으로 연결되고 전체적인 헌법체계를 구성한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주체성이 누구의 주체성이냐라는 것이다. 국회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헌법기관은 헌법체계로부터 도출된 기관에 불과하기에 헌법의 원천이 되는 주체로 볼 수 없다. 결국 이들 헌법기관이 헌법을 해석함에 있어 지향하는 근본원리인 헌법 제1조로 다시 돌아가서 볼 때 주권의 주체인 국민과 그러한 국민을 구성하는 기본권 주체인 개인에게서 헌법의 원천이 되는 주체성을 찾을 수밖에 없다. 주체란 자유로운 의식에 따라 판단하고 행위하는 실체를 말하며, 주체성은 이러한 실체가 자유로운 의식에 따라 판단하고 행위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으로서 개인에 의해 이 주체성은 우선적으로 발현된다. 개인은 의식과 대상을 번갈아가는 순환과정을 통해 의식의 대상을 자기 동일화한다. 주체와 동일화하는 과정에서 대상은 존재 자체의 직접성이 부정되고 그 본질이 드러나는데 이는 주체의 입장에서 반성이다. 개인은 부정성을 지닌 자신의 반성적 의식작용을 진행함으로써 대상과의 자기동일성을 계속적으로 전개해 나간다. 그런데 이러한 의식작용이 진행되는 가운데 개인은 대상 안에 계속 머무르는 의식작용의 보편양상인 사태 자체를 경험한다. 사태 자체는 개인의 개별적 본성이나 주관적 의식과는 달리 대상을 매개로 추상적 형식을 지닌다. 개인의 주체성은 이 사태 자체를 토대로 대상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이제 자기 동일화는 다른 개인들의 의식작용과 필연적 관계를 맺으며 발생한다. , 주체성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또 다른 차원으로 확장하는데 그 최종형태가 바로 국민(das Volk)이다. 여기서 국민은 모든 개인들이 공동의 주체성을 형성·유지하며 동시에 각자의 개별적 의식작용을 실현하는 장으로서 하나의 시·공간을 의미하는 관념적 개념이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국민은 그동안 여러 정치·사회·문화·역사적 맥락과 결부되어 민족, 국민, 인민, 민중, 백성 등 각자 복합적 의미를 함축한 다양한 개념으로 불리어져 왔다.

 

국민의 주체성은 개인의 주체성이 공동체 차원으로 고양되는 것이기에 개인의 반성적 의식작용에 따른 부정성이 항상 수반된다. 이로 인해 공동의 의사를 새롭게 형성하는 운동이 끊임없이 지속될 수 있으며, 자기동일성과 모순되는 제도적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공동체 내 공적·사적인 모든 생활의 동화적 통합을 이루는 정신작용으로서 국민의 주체성이 드러난다. 동화적 통합과정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국민적 차원의 법칙과 원리는 각 개인들에 의해 공감되어 규범화되는데 이것이 헌법(die Verfassung)이다. 헌법은 국민의 전체적 통합과정으로 실현되는 것이기에 탄력적이며 동태적으로 작용한다. 한편, 통합과정으로서 헌법 안에는 그것이 지향하는 추상적 형식의 원리들과 그것의 이론적 구성물인 체계가 사태 자체의 영역에서 존재한다. 국민의 주체성은 이러한 원리와 체계를 정신작용의 근거인 동시에 지향점으로 삼아 끊임없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는데, 이렇게 통합과정으로서 헌법 안에 내재한 추상적 형식의 규범이 헌법조문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례로 공식화한 것이 실정헌법(das Verfassungsrecht)이다. 실정헌법은 현실을 일방적으로 도식화하는 규정된 체계가 아니라, 생동하는 정신으로서 국민의 주체성이 동태적인 헌법으로 드러날 수 있게 자유롭게 부유해 있는 개별 원리들의 체계로 존재한다.

 

 

국민주권의 실현을 위하여

그러면 헌법과 실정헌법으로 발현되는 국민의 주체성은 국가와는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Hegel에 의하면 세계정신이 출현하는 과정을 볼 때 기존의 세계정신과 새로운 세계정신 사이에는 내적 연속성이 없이 단지 대체되어질 뿐인데, 이는 국가를 통해 실체화된 국민이나 민족 정신들 간 인정투쟁의 과정에서 세계정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 국가(der Staat)의 상태로 들어가야만 객관적 실체를 확보할 수 있다. 국가는 특정 시점의 특정한 의사를 법률과 권력으로 정립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드러낸다. 국가의 주체성은 국가조직의 정점에 있는 기관, 즉 행정부와 입법부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인적 집단에 의한 궁극적 결단이 곧 국가의 개체적 인격으로 간주됨으로써 이루어진다. 정점에 있는 국가기관의 의사결정은 국민의 주체성으로부터 독립하여 별도로 생성되기에 국가는 형식적으로 자신만의 주체성을 배타적으로 전개한다. 그러나 국가의 의사결정이 국가 내에서 대내적 보편성과 실효성을 담보받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최종 주체성인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기관은 헌법과 실정헌법으로 발현되는 국민의 주체성을 자신의 판단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사실적인 것의 규범력이라 한다.

 

국가조직을 구성하는 각 국가기관들의 특수한 의식작용들도 그들 각자 안에 보편적으로 내재한 국민의 주체성을 의식하는 가운데 하나의 의사로 수렴되는 과정을 통해 국가는 유기적 조직으로 고양된다. 또한 국가의 의사결정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 각 개인들은 국가의 의사에 따르도록 스스로 내적인 규범의식에 의해 동기 지워지는데 이로써 국가의 법률과 권력은 사회심리적 실효성을 가진다. 이는 국가의 행위가 국민의 주체성에 의해 승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의 승인은 국가에 대해 무엇을 규정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적 기준으로만 작용함으로써 규정되지 말아야 할 것을 소극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에 그친다.

그러나 국가에 대하여 국민은 항상 소극적 지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헌법전에 규정된 선거와 국민투표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헌법가치를 수호하러 광장에 집결하는 현상을 통해 국민은 국가작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이러한 적극적 의미의 국민은 각 개인들의 의식작용이 일정한 권위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주체성을 응집시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상태로 나타난다. 선거에서 주요 정당을 중심으로 국민의 의사가 수렴되는 현상이라든지, 매스컴의 보도나 일정한 사람들의 행위로 나타난 사실이 중요한 계기가 되어 광장으로 집결하는 현상은 국민이 공적인 현존으로 경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살과 피를 가진 개개인의 형태로 경험되는 구체적인 공적 현존으로서 국민(die Nation)은 시·공간의 장으로서 관념화된 국민, 즉 헌법과 실정헌법의 배후에 정신작용으로 존재하는 국민과는 구별된다.

 

공적 현존으로서 국민은 특수한 자기목적적 범주를 형성하며, 그 범주 안에서 각 개인은 어떠한 권위를 중심으로 응집된 것만으로 상호연대를 이룬다. 이는 범주의 폐쇄성으로 이어져 다른 목적으로 범주를 형성하려는 타자의 주체성과 현실적으로 대립하면서 적과 동지의 구분이라는 정치적인 것의 개념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앞서 본 동화적 통합과정에 있는 의식작용의 장으로서 국민과 차이가 있다. 공적 현존으로서 국민 안에 있는 각 개인은 자신의 특수한 정치적 실존을 의식하고,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규정하는 주체성을 지닌다. 최근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공적 사명을 가진 국민으로 광장에 참여하였고, 그것이 구체적 영향력을 지닌 현실상의 실체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그들의 집합체는 공적 현존으로서 국민에 해당한다.

 

그러나 범주의 폐쇄성으로 인한 정치적 대립은 공동체의 분열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가공동체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공적 현존으로서 국민의 배후에 그들 모두가 하나의 시·공간 안에 함께 존재한다는 관념화된 국민의 주체성이 동화적 통합을 이루는 헌법의 원천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음으로써 상호 의사소통과 실천적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정신작용으로 국민의 주체성을 지속적으로 구성해 나간다. 이는 국민의 주체성 실현이 열려진 영역 위에 여론의 형태로 나타나는 점에서 공론이라 할 수 있다. 공적인 현존으로서 국민(die Nation)이 적극적인 모습을 띄며 범주의 폐쇄성을 통해 정치적 구분을 지운다 해도 각 개인의 반성적 의식작용을 수반하는 국민(das Volk)의 주체성이 그 배후에서 항상 작용을 할 때라야 국가 작용의 실질적 효력을 담보하는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다. 개인의 반성적 성찰과 자유로운 표현은 그들의 이질적 주체성이 의사소통과정에서의 평등한 참여를 통해 국민의 주체성을 재정립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주체성을 원천으로 하는 헌법은 세대를 초월하여 동질성과 역사성을 지닐 수 있다. 실정헌법 또한 통합과정으로서의 헌법이 지니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다. 따라서 실정헌법으로부터 도출되는 국가권력은 헌법적 가치실현의 원천인 국민의 주체성이 개인의 반성적 의식작용을 수반하여 항상 작용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분할한다. 국가의 민주적 정당성은 이러한 기능적 권력통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국민의 전체적 통합과정을 실현하려는 헌법의 동태적 작용으로 반영되는데 실정헌법은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워 이를 확보한다.

국민의 주체성이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이루어짐은 실정헌법, 특히 여러 헌법조문에서 잘 드러난다. 헌법의 제정과 개정은 먼저 대의기관인 국회나 대통령의 발의가 있은 후 국회의 의결을 거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국가권력의 어떠한 행사도 이를 다시 한 번 통제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특수한 국가기관의 주관적 의사가 국민의 주체성과 괴리됨은 없는지 반성적 고찰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국회의 법률제정과 개정 또한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와 재의요구권을 통해 국민의 주체성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한다. 또한 대의기관에 임기제를 둠으로써 대의기관을 구성하는 개인이나 인적 집단은 그들이 판단하는 국민의 추정적 의사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진다. 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해 발현되는 공적 현존으로서 국민의 정치적 구분과 대립은 대의기관이 대신 정치적 책임을 짐으로서 공동체의 분열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다. 탄핵심판에 의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도 촛불집회로 나타난 공적 현존으로서 국민과 태극기 집회라는 다른 공적 현존으로서 국민의 정치적 대립을 헌법기관의 정치적 책임으로 대체한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는 공동체가 분열되지 않고 전체국민의 주체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완충적 성격을 지닌다. 결국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 및 국가기관의 의식작용 배후에는 국민의 주체성이 작용하며, 그것을 원천으로 하는 동화적 통합과정인 헌법은 국가의 작용에 보다 완성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주권을 실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