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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48호] 이주노동자를 위한 챗봇을 개발한 ‘행복한 길찾기’ 프로젝트_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김상용 교수님

이주노동자를 위한 챗봇을 개발한 ‘행복한 길찾기’ 프로젝트

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김상용 교수님 인터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다양한 분야로 나누는가,

저는 이 안에서 융합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행복한 길찾기’ 프로젝트는 한국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김포 이웃살이의 현실적인 고충에서 비롯됐습니다. 지원센터의 인력에 비해 도움이 필요한 이주노동자가 너무 많고, 긴급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지원이 불가능한 현실에 주목한 김상용 교수님과 대학원 연구팀은 이주노동자들이 메신저를 통해 대화로 소통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개발을 기획했습니다. ‘행복한 길찾기’ 프로젝트를 지도한 지도교수이자, ‘따뜻한 기술’로 융합 분야에 접근하고 있는 김상용 교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 및 편집 박시은, 이승은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프로젝트의 이름은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이름을 지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상용 교수(이하 김)> 처음엔 개인적인 체험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지만 예수회 사제예요. 가톨릭 사제이다 보니까 소외된 사람, 가난한 사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저희 사제들이 돌봐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가장 약자들이 누구인가 살펴봤을 때, 저 자신에게는 한 달에 두 번씩 찾아갔던 김포 지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외국인 노동자라 부르지 않고, 이주노동자라고 부릅니다. 3~4년 전에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이 주최한 레크리에이션 놀이를 함께 한 적이 있어요. 그분들이 퀴즈를 내서 상품을 줬었는데, 상품 이름 중에 최상의 상품의 이름이 ‘행복한 길찾기’였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이주노동자들에게 비친 한국 땅에서의 삶이 ‘길’이라는 것이 제겐 상징적이고 메타포로 느껴졌습니다. 그 용어가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길찾기’라는 키워드가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서강>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하신 구체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 구체적인 계기가 된 것은, 세계적인 사회학자이면서 시카고 대학에서 석좌교수를 하고 계신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이라는 교수님이 계시는데, 마사 누스바움 교수님이 새롭게 낸 책 가운데서 『Creating Capabilities(역량의 창조)』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죠. 이 책에서의 중요한 내용은, 내 안에 잠재된 역량이 내가 태어난 환경에 너무나 지배적으로 영향을 받는 나머지, 이 역량이 꽃피지 못하고 심지어는 내가 이러한 역량이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많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예요. 그래서 전 제가 접촉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이 역량으로 발휘될 수 있겠는가?’에서 출발한 거예요. 이 이야기가 작년 9월 이야기입니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creative project라는 수업을 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제안해봤어요. 대학원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줬었지만, 만약에 대학원생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면 학부생들과 하려 했습니다. 의외로 대학원생분들이 다섯 분이나 참여해주셔서 굉장히 재밌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김포지역 박스포장업체  < 영화포장 > 에 방문하여 이주노동자와 인터뷰하는 모습

 

서강> 아직 이주노동자가 언론에 보도되는 형태가 차별적이고, 인권이 무시되면서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보신 이주노동자의 삶의 모습과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대학원생들과 공장도 방문했었는데, 우선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임금체불입니다. 이 노동자들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비자 단계들이 있는데, 김포지역의 노동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농촌에 있는 노동자들이 가장 힘듭니다. 임금체불은 좀 더 속사정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 안에는 아직 타자에 대해 배타적인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빈번하게 인권침해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서, 숙련된 노동자들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는 빨리 속도를 내야 하니까 애가 닳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욕을 하거나 일부러 임금체불 합니다. 이런 것들이 노동자들에겐 가장 힘든 겁니다. 생활 기반과 직결된 문제이니까요.

이주노동자분들이 가장 큰 고통 중에 두 번째는 생존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번 돈을 본국에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어떻게 은행 계좌를 만드는지, 자기 나라의 음식을 먹고 싶은데 마켓이 어디에 있는지도 찾기 힘듭니다. 임금체불도 상담하려면 노동센터에 가야 하는 데 어디에 있는지 등 이런 기본적인 것이 길이 없는 겁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이런 길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 행복한 길찾기 >  챗봇 카테고리 중 생활정보  Task Flow  자료 사진

 

서강>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은 앞서 말씀하신 기본적인 것들을 노동자분들에게 바탕으로 깔아주는 것이었군요. 결과물인 챗봇(Chatbot)의 카테고리를 보면 생활, 의료, 금융, 언어, 교통이 있는데, 이 데이터들은 어떻게 받으신 건가요?

 

김> ‘이웃살이’라는 이주노동자 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이 10년이 넘었어요. 이런 노동 상담과 관련되어 기록한 문서 데이터가 있었습니다. 그 데이터베이스를 10년 치를 다 보진 못하고 3년 치를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부터 봤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데이터베이스로 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되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런칭하고, 대학원생들은 이주노동자들과 접촉면이 없었기 때문에 카테고리는 제가 만들어줬습니다.

 

 

서강> 결과물로 챗봇이 나오기 전에는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었나요?

 

김> 학부에서 처음 진행하려고 했을 때는 학부생들이 대학원생만큼 전문적인 코딩 지식이라든지 이 프로젝트에만 매진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테크놀로지 기반이 아닌 구체적인 책자 형태로 예쁘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김포지역의 노동자들이 1500명 정도 되는데, 1000부 정도 찍으려고 예산까지 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생들이 참여하게 되어서 대학원생들을 기반으로 했을 때는 테크놀로지가 가능하니까 좀 더 실험적인 것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 대학원 성격에 맞게 런칭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서강>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데, 연구원들 안에서 챗봇을 만들 만한 코딩 기술을 가진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학원 안에서 소화될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것을 대학원생들과 네 번째 만남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펀딩을 받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예산을 확보하여 개발자를 초대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김포 이웃살이에 대학원 팀과 함께 방문하여 지원센터 신부님들과 인터뷰하는 모습

 

서강> 행복한 길찾기 안에서 융합의 과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제게 어떤 면에서는 분명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융합이라는 말이 나온 지 7~8년 정도 됐습니다. 거기엔 ‘숨어있는 이데올로기’가 있습니다. 비판적인 의미인데요. 깊은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빨리 써먹을 수 있는, 이것이 제 불만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저에게 행복한 길찾기의 융합은 나의 인생과 별 관계가 없었던 미얀마, 필리핀 등 하층 계급이라 표현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접촉면을 가져서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니즈를 경청하는 태도입니다. 이를 단순히 일상적인 대화라 보기보다는 굉장히 멀리 있었던 타자가 나에게 조우한 것입니다. 아트&테크놀로지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청년으로서 아텍에 와서 인문, 예술, 디자인, 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융합은 삶의 융합입니다. 삶의 융합이라는 것은 지성인으로서 대학원생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지위, capital을 어떻게 나누는가, 어떤 다학제 간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보다 조금 반대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다양한 분야로 나누는가, 저는 이 안에서 융합이 일어난다고 반대의 관점으로 봅니다. 이는 윤리적인 실천영역과 함께 닿아있습니다. 내 삶 안에, 나의 인격체 안에 복잡하고 다양한 것이 완전히 타자에 의해 접촉면을 가지면서 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고정불변한 면이 변해보는 것이 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행복한 길찾기는 저한테 이렇게 의도되었고, 이 목적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믿습니다.

 

 

서강> 행복한 길찾기 프로젝트처럼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계시는가요?

 

김> 그러기 위해서 제가 아텍에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단발적인 프로젝트라면 저는 아마 학교에 남아있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따뜻한 기술입니다. 아직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완전히 minority 해요. 한마디로 제 분야는 Moral Technology입니다. 어떻게 따뜻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이 분야는 여러 분야로 나뉠 수가 있는데, 개인의 창작품이 아닌 타자와 대화하는 Social Art가 있고, 또 하나는 Social Impact입니다. Social Art는 ‘어떻게 미학을 가지고 취약 계층들과 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Social Impact는 ‘현대에 따뜻한 기술을 갖고 기능적으로, 실질적(Design, Application, Device)으로 어떻게 이 사람들에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행복한 길찾기는 제가 Social Impact처럼 고안한 것이고,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은 Social Art입니다.

 

 

서강> 왜 지금까지는 행복한 길찾기처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기술 지원 형태의 프로젝트가 없었는지 교수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김> 교육 현장에서 융합적인 사고로 교육받아 꿈을 키워가는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든 생각은, 서강대학교의 아트&테크놀로지학과는 융합을 연구하기 위해 모이는 일종의 플랫폼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서강에 온 지 4년이 되었는데, 여기서 느끼는 것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이러한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 이유를 저도 고민해봤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10대들은 멀리 있는 타자들에 대해서 접촉면을 갖지 못했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교육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서강> 현재 행복한 길찾기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되어있나요?

 

김> 챗봇 형태로는 완성이 됐습니다. 지금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을 보면 필리핀 노동자들이 다수이고, 그다음은 베트남입니다. 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어와 베트남어 번역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확보되면 그다음 그룹은 태국과 미얀마로 번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처음에 영어전문가에게 맡겼다가 노동자의 언어로 번역이 되지 않아서, 겨울 방학 때 전면적으로 수정해서 노동자들과 같이 감수하는 방법으로 다시 했습니다.

 

 

서강> 혹시 기업과 협업하고 있나요?

 

김>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하는 프로젝트가 Social Impact와 관련해서 런칭했잖아요? Social Impact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떻게 이 사회의 근원적인 시스템에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종의 움직임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본의 영향을 받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기부 받는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것이 제 취지였어요. 행복한 길찾기도 그렇게 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서강>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의 융합 분야의 미래는 어떤가요?

 

김> 학문적으로 대답하고 싶은데요. 외국 저널들을 보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미래 비전이 AI로 집결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융합도 역시 세계적인 조류를 따라가는 거죠. 융합 분야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AI, 두 번째는 바이오(bio)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생성되고 있는 분야인데요. 바이오에 관련되어서 특히 잠재적 시장이 크게 파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이오 부문으로 융합이 굉장히 일어날 것 같고, 마지막 세 번째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AI는 순수하게 생활기술이라고 하죠. 바이오는 삶의 질, 엔터테인먼트는 Enjoy 하는 것입니다. 제 바람이 있다면, 서강대학교는 선택과 집중을 했으면 합니다. 정부에서는 확실히 AI로 큰 기금을 가지고 지원하려고 합니다. AI 부문에 큰 파이가 있으니 다들 이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우리 대학이 이 쏠림에 가면 오히려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보다 우리가 지금까지 잘 해왔던, 서강의 깊이 있는 인문 중심으로 가서, 인문 중심의 새로운 융합들이 두 번째, 세 번째로 여겼던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이 안의 틈새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진짜 융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판단할 때 앞서 세 가지 제시했던 기술(AI), 생명공학(bio), 콘텐츠(Entertainment), 이 부문에서 우리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해서 상층부 단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High-technology를 어떻게 기술을 잘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가. 저는 이를 서강이 잘할 수 있고 변별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교도부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것이 제가 기대하는 서강에서의 융합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성공회 대학교가 처음 시작할 때, 다른 사람들이 굉장히 낯설어했습니다. 왜냐면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NGO 학과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 학과가 성공회 대학교의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렇듯이 모든 사람이 High-technology를 가지고 효용에 온전히 경도되어 있을 때, 서강은 서강만이 할 수 있는 인문 중심의 융합에 집중해서 이 High-technology를 잘 나누고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중들의 인식도 함께 따라주어야 할 텐데요. 그래서 아까 제가 제시한 Moral Technology라 하는 큰 담론에서 제가 중점으로 두고 있는 Social Art, Social Impact에서 지금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결과물들을 내야 합니다. 가치뿐 만이 아니고 이윤도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이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