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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

[154호] 영화 <밀양>을 통해 본 트라우마와 인간의 대응 석사과정 이 가 효 (LI JIAYI)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올해 초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수많은 바이러스 중 특히 코로나19 와 같이 생존에 관련된 충격적인 경험에 의해 굵은 전용신경 회로가 구축되면 그 비극성으로 전체성이 형성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과 우울, 무기력, 스트레스에 중독된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바이러스보다 우리의 삶을 더욱 해치는 것들은 눈으로 보이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한 가을의 밤 영화 다시 찾아보았다.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되면서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가 다소 가벼워졌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 트라우마는 정신 건강의학과의 진료 항목에 .. 더보기
[154호] 기후위기, 자연은 타협하지 않는다. _김지은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생전 이런 비는 처음 봐. 전에는 비도 알맞게 왔고, 눈도 알맞게 왔고, 뭐든 알맞게 왔어.” 54일이라는 역대 최장의 장마기간을 기록한 폭우로 올 여름 큰 침수 피해를 입은 남원 주민의 이야기이다. 단 10일 동안에 연달아 세 번의 태풍이 한국을 강타했고, 지난 겨울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한국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는 지리산과 한라산에서 집단 고사하고 있고, 제주의 산호도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1,200년을 살아온 아프리카의 바오밥 나무들도 돌연 쓰러졌다. 중국에선 두 달 넘게 지속된 폭우로 한국의 인구보다 많은 기후난민이 발생했고, 지구에서 가장 춥다는 시베리아는 관측사상 최고 기온인 38도를 기록하여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80년 빠르게 기온이 변하고 있다. 호.. 더보기
[154호] 미디어 속 먹는 행위를 본다는 것, 감각하지않고도 감각하는 것. 이 준 형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수료/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미디어 속 먹는 행위를 본다는 것’, 즉 먹방은 이제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라고 소개하기도 어려운 무엇인가가 된 듯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먹방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현상의 자연스러움 이면에 어떤 메커니즘이 있는가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해석이 제출되고 있지는 않다. 먹방 시청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먹는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외로움을 달랜다’ 정도의 일반적 동기를 확인하거나 그로부터 현대 사회에서 인간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현상의 원인이라고 이야기되는 정도가 전부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소외감’.. 더보기
[154호]편집장의 글_하태현 #2.5 날이 시원해졌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마스크와 함께 보낸 후 계절의 시계는 전환점을 돌았고, 어느덧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여러 달을 거치며 코로나19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마스크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8월 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향은 코로나19로 인한 또 다른 풍경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공간이었던 오후 9시의 명동 거리는 인적이 드문 스산한 거리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남긴 것은 비단 쓸쓸하게 텅 빈 거리 뿐만은 아닙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 산재하는 몇몇 문제들은 거리두기 2.5단계에 이르러 더욱 극적으로 심화된 듯 합니다. 전광훈 목사와 보수 우파 개신교 세력이나 전공의 파업 문제는 .. 더보기
[154호] 밖에 있다.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호 규 현 [코로나의 초대 : 미디어 속으로] 인간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다. 식욕, 성욕, 수면욕과 같은 생리적인 것들과 명예, 재물, 지식과 같은 특정 대상을 향하는 것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있다. 매슬로우(Maslow. A. H.)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가 5가지 범주를 갖고 우선순위가 있다고 보았다.(Maslow. A. H. 1943)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 및 소속의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충족시키고 다루는 방법에 대해 개인은 사회화를 통해 학습하고 내재화한다. 각자만의 ‘욕구 충족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 나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위기는 이 안정적인 기제가.. 더보기
[154호] 코로나19,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하는 유학생들_오유선 오유선 기자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 학생들의 희망과 다르게 그들의 학교 생활은 지난 학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름내 안정세를 보이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8월 중순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필수과목 및 실기 과목을 위주로 대면 강의를 계획했던 대학교들은 대부분 다시 전면 비대면 강의로 수업 방식을 전환했다. 특히 8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학교의 많은 시설 역시 이용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비대면 위주의 수업과 교내 시설들의 폐쇄 등으로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도 학교를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위와 같이 비대면 방식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의 상황은 어떨까. .. 더보기
[154호] 코로나19 재난과 고통의 불평등_김정대 지난 3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텅 비어있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청하며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였다. 그가 종교 지도자로서 세상의 고통을 함께 지며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비가 오는 텅 빈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홀로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는 장면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슬프기까지 하였다. 또 교황은 성베드로 성당에서 예년과 달리 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쓸쓸히 부활절 성야미사를 주례했다. 이런 비현실적인 장면이 우리의 현실이 된지도 벌써 6개월이 넘었다. 교황이 보여준 몇몇 장면들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라는 재난 앞에서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고립과 고통 같은 삶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런 재난은 누구나 경험하지만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 더보기
[154호] 코로나19, 음식 배달하는 '사람'이 있다_김지수 라이더유니온 김지수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 활동 전반이 침체를 겪는 시기에도 어김없이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와 같은 배달노동자들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배달노동자는 플랫폼 기업에 소속되어있다. 근무환경은 플랫폼사의 지시에 따라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또 다르다. 언제까지 변화가 계속될까. 끊임없는 변화에 언젠가 적응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 부딪히는 현실은 감당할 수 있는 것일까. 배달라이더들의 일터는 날마다 변화한다. 배달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6년 전에는 지금과는 다른 환경이었다. 가게에 소속되어서 일한 시간만큼 돈을 받고, 늘 돌아다니는 똑같은 동네에서 예상되는 일정한 수입을 받으며 가게 사장님의 명확한 지시 아래 일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플랫폼노동자’의 신분보다는 보다 예상 가능한.. 더보기
[154호] 8.15 광화문 광장 안과 밖, 경계를 넘는 ‘코로나 도미노’ 양아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타인의 건강, 생명, 삶과 공간은 무너져내렸다. 마치 ‘도미노’처럼, 한 명이 넘어지면 뒤를 이어 주변 사람들이 미끄러졌다.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 개인이 방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은 마스크였다, 그 이후 숨 막히는 일상의 시작이었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 을 파고들었고 병원, 요양원 등 사회의 가장 아픈 곳에서부터 무너 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코로나 도미노’의 끝에는 약자들의 삶이 놓였다.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공동체의 안전이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8월 15일 광화문 광장은 또 다른 코로나 도미노의 시작점이 되.. 더보기
[154호]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주체와 윤리 - 김초엽,「최후의 라이오니」를 중심으로 원양해 ‘포스트’라는 접두사는 단순히 무엇의 이후라는 의미에서 나아가 무엇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함의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처음 발발하여 전 세계로 확산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매체의 곳곳에서 발견되던 ‘포스트-코로나’라는 단어에 의문이 들었던 것은 바로 이 ‘포스트’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 때문이었다. 패딩과 코트를 입어야 했던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가 다시 패딩이나 코트를 입어야 할 계절이 돌아오고 있는 이 시점까지 지속되리라고 믿지 않았으며,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몇몇의 예측이 분명 과장된 괴담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편을 가르고 싸운다. 어쩌면 그것은 모두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다는 당연하고도 씁쓸한 진리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