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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29호]다시 읽는 『프랑켄슈타인』: "모던 프로메테우스"와 여성의 생명 창조력 다시 읽는 『프랑켄슈타인』: “모던 프로메테우스”와 여성의 생명 창조력 손현주_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그 악몽과 현실프랑켄슈타인은 현대과학과 기계문명의 도래와 함께 우리의 의식에 깃든 악몽이다. 자연을 벗어나 인간의 힘으로 인조인간을 창조하는 것, 생명의 신비를 캐내고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 그것은 인류의 오랜 욕망과 죄의식, 두려움이 뒤섞인 꿈이다. 메리 셸리가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이제 우리 의식 속에 하나의 신화로 자리 잡았다. 여성의 몸을 통한 출산을 배제하고, 과학의 힘으로 인간을 창조한다는 이야기 자체는 인류의 지난한 꿈을 형상화한 것인 동시에 과학적 지식과 기술문명이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한 19세기 초의 사회상과 문화 인식, 무의식을 함께 반영하고 .. 더보기
[129호]소크라테스의 지혜로운 복수 소크라테스의 지혜로운 복수 조흥만_전북대학교 철학과 강의전담교수 고대 희랍의 전통적입 정의관과 소크라테스의 복수금지 논변 희랍어에는‘새로움’을 뜻하는 낱말이 둘이다.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한 것을 가리키는‘카이노스’(kainos) 그리고 과거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지만 미래 시점에 존재하거나 발생하게 될 사물 또는 사건을 나타내는‘네오스’(neos)가 그것이다. 상기설을 통해 진리의 방법론을 현시했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플라톤에게 철학은 망각의 우물에 침잠해 있는 진리들을 기억의 영역으로 호명하는 사유 작용이라는 점에서‘카이노스’를 닮았다.「복수의 도덕적 수용 가능성에 관한 고찰 - 탈리오의 정의와 소크라테스적 행복주의」는 이런 맥락 안에 닻을 내리고 있다. 사적 복수의 영역에서 고대 .. 더보기
[129호]역사기술방법의 정치성: 미메시스와 아이스테시스 역사기술방법의 정치성: 미메시스와 아이스테시스 이택광 _ 경희대 영미문학과 교수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의 1998년 한 권의 책이 ‘소리 없이’ 출간된다.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의 (La parole muette : Essai sur les contradictions de la littérature)가 그것이다. 흥미로운 제목이었지만, 이 책의 출간은 평범한 일처럼 보였다. 문학에 대한 저작 한 권이 세상에 나온 사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랑시에르의 목적은 명확했다. 이 작은 책이 노리는 과녁은 바로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Les Mots et les Choses)이었기 때문이다. 1966년에 출간되어서 푸코에게 유명세.. 더보기
[128호] 잔혹한 낙관주의 – 학문후속세대 담론 비판 잔혹한 낙관주의 – 학문후속세대 담론 비판 출처: 프린스턴 대학 홈페이지 정민우_한국구술사연구소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위기가 있다면, 우리 시대의 위기 가운데 하나로 대학의 위기를 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국민적 쟁점으로 부상한 반값 등록금 의제는 개인화된 고등교육비 부담에 직면한 이른바 88만원 세대 대학생들의 고통이, 등록금과 교육 인건비에서 취한 이윤을 교육의 질 향상이 아닌 영리 사업으로 돌려 막대한 자본을 축적한 대학의 기업화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촉발된 2011년 카이스트 사태의 핵심은 성적에 따른 차등화된 등록금 부담을 통해 경쟁 논리를 밀어붙인 대학운영에 놓여 있었다. 시장 가치와 경쟁 원리를 내세운 대학의 변화는 교육을 주관하는 교.. 더보기
[128호] 근본주의의 사회학 근본주의의 태동 20세기 초 미국에서 탄생한 근본주의는 조지 마스든이 지적하듯이 종교 ‘운동’이다. 근본주의는 가톨릭, 감리교, 장로교, 여호와의 증인 등과 같은 특정 종교집단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다. 그보다는 제도화 되어있지 않은 ‘운동’(movement), 더 나아가 여러 종교나 교단에서 나타나는 초교파적 경향을 가리킨다. 물론 자유주의적 개신교 교단, 가톨릭, 모르몬교 등 어떤 교단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므로 모든 종교집단에 존재하는 현상은 아니다. 근본주의는 또한 ‘근대’의 사회현상이다. 낙관주의, 급진주의 등과 같이 어느 시대, 어느 영역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 산물, 즉 특정 시․공간에서 태동한 현상이다. ‘근본주의’는 본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나타난 종교현상을 .. 더보기
[128호]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지식과 경험의 순환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동시에 모색하는 협력교육의 실험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지식과 경험의 순환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동시에 모색하는 협력교육의 실험 심광현_한국예술종합학교 미학/문화연구 교수 현재 한국 대학들은 구조조정의 격랑 속에서 표류 중이다. 어떤 면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한국대학이 지난 20년 간 브레이크 없이 누적된 과잉생산 – 대학졸업자는 1990년 144만 명에서 2004년 340만 명까지 증가했다가 2012년 294만 명으로 주춤한 상태다 –으로 치달은 결과 2017년이 되면 대학 정원과 해당 학령인구가 일치하게 되는 포화상태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인 면에서 보면 25~34세 사이 연령층의 58%가 고등교육을 이수하게 되어 OECD 국가 중 1위(OECD 평균은 35%)를 기록, 고등교육의 보편화라는 ‘성과’가 있.. 더보기
[128호] 탈현대사회 대안공동체 이동수_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Ⅰ. 서론 본래 근대국가는 개인들의 자기보존을 도와주고 보호하기 위해 존속하는 인위적․이차적인 것으로서, 개인들의 집합체인 시민사회보다 하위의 존재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달, 관료제의 확대, 상비군 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국가 부의 축적 등으로 인해 근대국가의 지위는 점차 공고화되었다. 그 결과 근대국가는 오히려 구성원인 국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동원하고, 복종을 강요하면서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체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국가로 인한 질곡은 당연히 국가의 해체를 요구하게 만든다. 18세기 말 제기되어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이 발발할 때까지 활발히 전개되었던 아나키즘은 국가를 해체하고 국가적 삶과는 다른 자발적이며 주체적인 삶.. 더보기
[127호] 포스트모던과 법(法), 그리고 정의(正義)에 대하여 포스트모던 사회는 가치다원주의 이념아래 수많은 권위들이 평등한 지평에서 논의되고 다양한 갈등과 담론들이 활발히 유통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도처의 포스트모던 이론에 영향을 받은 사회운동들은 현 사회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갈등을 공론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 법이 개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들이 ‘제도와 법의 바깥’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정당성을 주장할 경우 그들의 ‘문제화’ 과정은 ‘위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법은 이상한 방식으로 착종되어 더 이상 삶과 법이 구분되지 않는 형상을 보이고 있다. 폭력적인 법의 힘 앞에 모든 삶과 사회가 내맡겨진다. 이러한 문제는 법(法)이 곧 정의(正義)로 이해되는 데에서 비롯된다. 과연.. 더보기
[127호]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 문법: 백남준, '음악의 전시'에서 '포스트-비디오아트'까지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 문법 백남준, ‘음악의 전시’에서 ‘포스트-비디오아트’까지 이광우_백남준아트센터도슨트 백남준은 비디오아트의 아버지? 1963년, 독일의 부퍼탈(wuppertal)에 위치한 파르나스 화랑(Galeire Parnass)에서 세계 최초의 비디오 아트 전시회이자 백남준(1932~2006)의 첫 개인전이 개최되었다. 제목은 . 제목의 앞 글자를 합하면 Expel. 백남준은 무엇을 추방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새롭지 못한 모든 예술양식 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혹은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와 같은 피상적인 명칭으로 각인되어 있다. 물론 백남준과 TV가 강력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명칭으.. 더보기
[127호] 기념일의 재구성: 포스트모던 기념일의 사회 원리 기념일의 재구성: 포스트모던 기념일의 사회 원리 김성윤_중앙대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새해가 되면 일종의 통과의례가 있다. 조금이라도 세심한 사람이라면, 새로 구입한 다이어리에 각종 기념일을 적어 넣는 것이다. 애인과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지인의 생일, 애인과 처음 만난 날 혹은 결혼기념일 등등. 그 날들은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원색 계통의 색깔로 적힌다. 기억하기 위해서다. 특별한 날이지 않은가. 어디 그뿐일까. 스마트 시대에 기념일을 따로 관리해주는 어플리케이션까지 있을 정도다. 현재의 평안과 미래의 환희는 이 날을 기념함으로써 보증된다. 몇몇 빈 칸에 채워질 2월 초콜릿, 3월 박하사탕, 10월 잭-오-랜턴(Jack-o'-lantern), 11월 빼빼로, 12월 십자가 등은 일종의 보험료와도 같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