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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24호] 불안에 대한 감성적 전략 : 발터 벤야민의 경우 불안에 대한 감성적 전략 : 발터 벤야민의 경우 김 남 시(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자동불안 automatische Angst/automatic anxiety : 트라우마적 상황에 처해있을 때, 다시 말해 내부 또는 외부에서 오는, 주체가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자극의 상태에 노출되었을 때 주체의 반응. 불안 시그널과 대립관계에 있다. 불안 시그널 Angstsignal/signal of anxiety : 프로이드가 자신의 불안 이론을 수정하며 도입한 개념으로, 위험상황에 직면, 과잉자극을 통해 압도당하는 걸 막기 위해 자아에 의해 투입되는 준비를 지칭한다. 불안 시그널은 약화된 형태로 최초 트라우마적 상황에서 체험한 불안반응을 재생산하며 이것이 방어기제를 촉발시킨다. 경악 Schreck/fright .. 더보기
[123호] 정치와 유머라는 언어미학 정치와 유머라는 언어미학 한승헌(변호사, 전북대 석좌교수) 감동, 친화력, 인기, 동락(同樂) - 유머 또는 해학의 이런 효험은 인간의 삶을 훈훈하고 아름답게 감싸주는 묘약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름 아닌 정치의 요체와도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 내지 정치권에서 유머는 성인교육이라도 받아야 눈이 뜰 수 있는 소외 종목이 되고 말았다. 정치의 장(場)과 정치인의 입에서는 직설, 막말, 야유 또는 비속어가 난무한다. 정치의 수준이자 인격의 수준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직구와 와일드피칭만 가지고는 야구의 재미도 없고 관중도 권태롭고 경기에서도 이기기가 힘들다. 언어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양 사람들은 유머로 스피치를 윤택하게 하는데 동양 사람은 통속적 어휘로 스피치를 꺼칠하게 만든다. 미국 클.. 더보기
[123호] 정치유머의 흐름과 형태 정치유머의 흐름과 형태 김재화(유머작가/ 언론학박사) 전통적으로 풍자와 해학을 아는 우리 민족은 웃음의 유산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정치혼란과 1948년 제헌을 겪으면서 우리의 상상력과 풍자의 정신은 급격히 둔화되고 말았다. 이승만 시절의 살벌했던 민간인 학살과 부역자 처벌이 지배한 시대에는 유머를 쉽게 드러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정치가 퇴화하면 사람들의 여유와 그 여유가 주는 유머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한 시기라 할 수 있다. 평화통일을 주장했던 이승만의 정적 조봉임. 그의 자연스러운 정치행위가 적과 내통한 것으로 몰려 사형을 당해야 했던 현실은 그 자체가 비극을 담은 희극이자 희극을 담은 비극이라는 복잡한 현실이었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정치를 폈던 박정희 시대에도 마.. 더보기
[123호] 대학원생들에게 一笑를 허하라! 대학원생들에게 一笑를 허하라! 이해수 기자 대학원 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제는 대학원에서의 적응이다. 적응도는 얼마나 많은 기초과목을 듣고, 영어 실력을 갖추었는지, 공부하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바로 ‘유머’이다. 만나는 사람이 비교적 한정되어 있고 비슷한 일상이 치열하게 되풀이되는 이곳에서 유머는 인간관계를 개선시키는 지적인 무기이자, 지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나아갈 수 있는 최고의 도구 일 수 있다. 원생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단한 생활에 대한 자조적인 농담과 공감, 유머와 웃음은 퍽퍽한 대학원 생활을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심각할 수 있는 대화를 부드럽게 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정보 교환이 쉬워져 막혔던.. 더보기
[123호] 재미의 원리 재미의 원리 이현비(‘재미의 경계’ 저자) (1) 내가 설명하려는 것은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길을 가다 저만치 앞에 수많은 요괴들의 무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오공은 즉각 ‘머리카락 분신술’을 이용해 여러 명의 손오공을 만들어 내 요괴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열심히 싸우다 얼핏 보니 웬 나이 드신 할아버지께서 열심히 싸우고 계신 것 아닌가?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워진 손오공은 성함이라도 알라보려고 그 할아버지께 누구시냐고 여쭤 보았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주인님, 저 새치(흰 머리카락)인데요….” 이것이 웃기는 유머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이 짧은 이야기는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웃기는 것일까? 이 글에서 바로 그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유머가 웃기는 이유, 정확히 말.. 더보기
[122호] 대학 풍경, 낯설게 보기 대학 풍경, 낯설게 보기 대학의 ‘사회적 공간’ 복원을 위하여 이해수 기자 “ ”의 인용구들은 구보 박태원 作『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의 문장들을 각색한 것이다. 경성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물질적 가치관이 팽배한 공간을 비판했던 구보의 시각을 우리 대학으로 옮겨 왔다. ‘대학’이라는 공간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빈 곳’이라면 어디든 앉아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곳, 온돌 바닥일리 없는 연구실에서 동료들과 논문을 읽고, 머리 싸매고 고민하며 날밤을 새는 곳. 학교 내 잔디밭 광장은 맥주 한 캔씩 들고 학생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자 학교의 전횡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자주터였다. 그러나 대학가의 낭만은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갈수록 급증하는 취업난과 경.. 더보기
[122호] 수업권,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 수업권,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 김하늘 기자 권리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의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권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대학이 기업화 되고 있다는 말은 전혀 새로운 말이 아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학교는 이제 더 이상 교육기관이 아닌 경제적 산물로서의 기능만 담당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학교는 경쟁적으로 실력이 출중한 교수 모시기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그것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고자 함인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것인지 명분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할 의무만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실현을 도모하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권리.. 더보기
[122호]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학문공동체를 위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학문공동체를 위하여 박구용(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대학을 자율적 학문 공동체라 부르는 경우는 많지만 이를 말 그대로 믿을 만큼 순진한 사람은 드물다. 무엇보다 대학은 공동체가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연대를 오래전에 상실했다. 사회적 연대란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동등한 존중과 이웃의 안녕에 대한 보편적 관심을 토대로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에 서로를 호명하고 응답하는 신뢰를 가리킨다. 그러나 우선 대학 구성원들, 정규직 교수, 비정규직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 사이의 동등한 존중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학은 지금 비정규직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희생과 고통 없이는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다. 한 명의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더보기
[122호] 사회적인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범주 사회적인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범주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현대 산업사회가 출현한 이래로 사회적 연대가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긴 하지만, 마치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유대가 어려워질수록 타인과의 정서적 유대를 열망하는 대중적 욕구는 더욱 강해지는 듯하다. 이렇게 관계성을 통해 지금의 다차원적 삶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대중적 상상의 중심에 바로 ‘사회적인 것’(the social)이 있다. 최근 대선의 핵심 의제가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 민주화로 귀결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탈착근화되었던(dis-embedded) 경제를 그들 각각의 맥락으로 재착근화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과학적 지식-담론의 세계에선 사회적 경제 같은.. 더보기
[121호] 대학원 신문 3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김 학생회가 힘이 없잖아요. 아무리 학생회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교수회의에서 부결하면 끝이거든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미리 폐강될 것을 염려하여 과목 개설을 안 하는 거예요. 박 폐강이 되면 교수들한테 피해가 있나요? 김 없죠.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양 과목 수가 적어도 수업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새로운 내용이 제공된다면 그나마 좋을텐데... 김 그런 거는 바라지도 않아요. 기본적으로 과목은 개설을 해줘야죠. 그런데 학교 정책인지는 모르겠는데 대학원 수업을 일 년에 한 번 한다는 건 대학원을 죽이겠다는 건지... 참... 박 총학생회랑 같이 살펴볼 문제네요. 2년 전쯤에도 총학생회에서 성명서를 내고 움직이긴 했었어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교칙 상으로는 교수 당 일 년에 한 과목이지만 그 이상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