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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115호] G20이 남긴 것 박권일 (사회학과 석사과정/ '88만원세대' 저자) 이제 되짚어볼 때가 됐다. 서울서 열린 G20 정상회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건국이후 최대의 국가행사”라며 나라 전체를 G20 광풍 속으로 휘몰아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에 발맞춘 듯 경제효과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G20으로 한국이 얻을 직·간접적 경제유발효과가 약 24조 원이라고 한다. 뒤이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는 한 술 더 뜬다. G20의 경제효과가 무려 “450조” 원이란다. 한국의 1년 예산이 약 300조 원이란 점을 떠올리면 이 돈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액수인지 조금 감이 올 것이다. 이런 황당한 액수가 나오는 이유, 그리고 같은 행사를 두고 두 연구기관이 계산한 액수조차 이리도 차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효과 계산이 애초에 자.. 더보기
[114호] 샌델이 몰고온 기차에 올라타기 최원 (시카고 로욜라 대학, 철학과 박사수료) 마이클 샌델의『정의란 무엇인가?』가 ‘왜’ 읽히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 글은 그러한 질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글은 오히려 그 책이 ‘어떻게’ 읽히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둔다. 어떤 신드롬이 형성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으며, 그 이유들이 반드시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앞으로 이러한 신드롬이 출판 시장을 변화시켜 적어도 자기계발서만이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을 종식시키고, 인문학 서적의 부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도 아직은 너무 섣부르다. 중요한 것은 샌델의 책이 읽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닐까? 그것은 어떤 현실, 어떤 정세 속에서 어떻게 대중들에게 읽히고 있는가? 이러.. 더보기
[113호] 테크노사이언스 시대의 사이보그 인간들 조아라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 서강대 강사)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인간과 과학기술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은 인간의 도구일 뿐이라는 도구주의와 과학기술이 인간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는 기술공포증은 현재의 특이성을 세세하게 짚어내는 혜안을 가리는 이분법적 통념으로 작동할 뿐이다. 도나 해러웨이를 준거로 인간과 과학기술이 맺고 있는 인식론적이고 존재론적 착종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필자의 생각을 옮겨보았다. 누군가 ‘과학기술은 현대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라는 말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쉽게 ‘예’라고 답한다. 눈에 보이는 주변의 모든 것이 과학기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이내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응한다... 더보기
[113호] 동양의 저항은 어떻게 가능한가 : 다케우치 요시미의 「근대란 무엇인가」를 읽는다. 윤여일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탈근대적 담론과 실천이 긴급하게 요청되는 현재, 동양에서 그 요청은 이중적인 면모를 갖는다. 서양의 탈근대가 근대로부터의 벗어남이라면, 동양의 탈근대는 근대로부터의 벗어남이자 - 근대화가 곧 서양화라는 점에서 - 동시에 서양으로부터의 벗어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케우치 요시미의 텍스트를 통해 이 이중적 요청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도록 한다. ‘서양’과 ‘동양’은 담론적 구성물이다. 하지만 두 담론적 구성물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경계 지어진 영토상의 명칭인 서양은 자기한정을 거부하고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서양은 하나의 특수로서 다른 항(동양)과 대립하지만, 이 다른 항이 자신을 특수로서 인식하게 하는 보편적 준거점으로 작동한다. 동양의 자기인식은 서양과의 .. 더보기
[110호] 경제인류학, 과연 필요한 학문인가?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신자유주의의 위세는 전과 달라질 수 있을까. 마르셀 모스와 칼 폴라니가 이 시점에서 재독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무엇인가. 이들이 말하는 세계가 지금의 세계와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그 세계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들어보자. 좋든 싫든, 우리는 경제의 시대를 살고 있다. OECD로 분류되는 나라들 중에서도 한국이 특히 경제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매우 특이한 경제적 흐름은 자본주의라는 말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양상과는 좀 다르다. 대체적으로 1990년 동구의 붕괴 이후로 더 이상 자본주의 외부의 힘으로 자본주의를 제어할 수 없는 양상이 오면서, 자본.. 더보기
[110호] 신종플루와 백신과 치료제, 그리고 자본주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신종 플루 발병자가 수천명을 넘어섰다. 옆 사람이 잠재적 전염병자일지도 모른다는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공포는 질병에 대한 관리를 넘어 사회에 대한 처방으로 위세를 넓히고 있다. 중세의 전염병이나 현대의 에이즈처럼 끊임없이 공포를 재생산 하는, 그리고 결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 현 사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아르헨티나 4.5, 코스타리카 2.9, 에쿠아도르 2.5, 오스트레일리아 0.1 미만... 이 숫자들은 겨울을 난 지구 남쪽 국가들의 신종플루 사망률이다. 아르헨티나는 100명중 4.5명이 사망했고 오스트레일리아는 1000명 중 한명도 사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북반구의 국가들까지 포함하여 전세계 나라들의 성적표가 사망자수와 사망률로 .. 더보기
[108호]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묻다 엄정식(철학과 명예교수)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묻다 오늘날 우리가 처해 있는 입장과 고대 아테네의 역사적 상황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시민들에게“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치던 그 절박한 상황이 우리의 입장과 놀라울 정도의 유사점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과 우리들 사이에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엄청난 거리가 가로놓여 있고, 또 급속한 과학 문명의 발달로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양자 사이의 유사점에 주목하고 이것을 문제 삼는 이유가 무엇일까. 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이 더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유사점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아테네를 통해 한국을.. 더보기
[108호] 2000년대 거대한 변환과 칼 폴라니 구본우(중앙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2000년대 거대한 변환과 칼 폴라니 만약 리스크의 정확한 계산이 실제로 가능했다면,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이 말해왔던 것처럼, 인류에게 가장 효율적이고도 안전한 유토피아의 세계가 열렸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리스크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사회 전체를 이 리스크 계산의 바탕 위에 움직이도록 만든다는 것이 바벨탑을 쌓는 일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회 전체가 자본시장이 됐을 때, 사회는자본시장의 논리를 감당할 수 없고 자본시장의 운동 방식은 사회의 변화무쌍함을 감당할 수 없다는 단순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지구 경제는 자유로운 시장 거래, 지구적 자본시장 통합, 치솟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사람들이 금융.. 더보기
[108호] 근대과학의 이념 이정민(KAIST 인문사회과학부 대우교수) 근대과학의 이념 1245년 파리 대학. 얼마 전 자기 스승을 따라 옮겨왔다는 한 학생. 스물이나 되었을까? 선생처럼 머리를 짧게 깎고 흰 옷 위에 검은 망토를 걸친 모습에서 교단에 몸담은 수사임을 알 수 있다. 강의 주제는 최근에 이 대학에 들어 온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 난해한 개념과 미묘한구분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경청한다.“자연을 탐구 할 때에는 창조주 신이 자유 의지에 따라 창조한 모습이 로 무너지기까지 자연에 대한 기본 탐구 방식이었다. 이렇게 자연에 대한 탐구에서도 실험이나 관찰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가 중시되었다는 점에서 중세 대학은 근대 대학과 같은 연구 기관이 아니라 기독교 세계에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을 흡수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세워진 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