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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8호] 손병두 총장 4년을 되돌아보다


                                                                                                                곽중현 (사회학과 석사과정)

손병두 총장 4년을 되돌아보다

“서강은 지금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고, 각 구성원들의 하소연을 경청하면서 흩어진 의지들을 모아나갈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이다. 이러한 리더십이 단순히 호기로운 자신감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서강대학교 13대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후보자들의 공개 소견발표회와 개별 면담을 거쳐, 지난 4월 14일 3명의 후보가 추천되었다. 이제 재단이사회가 3명의 후보 중 1명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일만 남았다. 별탈 없이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현(現) 손병두 총장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차기 총장의 선출은 현 총장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되어야 할진데, 후보자들의 소견발표 요약문에서도 손병두 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찾기 힘들다. 현재 서강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50주년 기념관과 국제인문관 건립에 따른 홈플러스 입점 사태에 대해서도 총장 후보자들의 입은 마치 강 건너 불난 집 구경하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평가는 더 낳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초석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손병두 총장의 임기 4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손병두 총장의 엇나간 소통 방식

대학원 총학생회에서는 지난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총장후보자 추천에 대한 설문조사를 각 과의 조교장을 통 해 인터넷 메일로 실시했다. 비록 짧은 기간과 기술적인 미숙함으로 많은 원우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그 결과 는 서강의 현 주소를 진단하는 준거임에 분명하다. 특히 차기 총장을 선출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에 대한 질문에 많은 원우들이‘구성원 간의 소통과 단합의 의지’를 선택 했다는 점은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

손병두 총장은 2005년 6월 24일 재단이사회에 의해 서강대학교 12대 총장으로 선임되었다. 학교 운영의 만성 적인 모순이 곪아 터져 입시부정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발 생했고 서강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했던 것이다. 해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던 서강의 대외적 위신과 평가지 수들은 구성원들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켰고 반등을 위한 새로운 피가 필요했다. 그 당시 재단이사회에 의해 위기 의 서강을 개혁할 적임자로 지목받은 이가 바로 지금의 손병두 총장이다. 서강 역사상 최초로 예수회 신부가 아 닌 총장으로서, 특히 전경련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재계 출신 CEO 총장으로서 그가 바로 추락하는 서강의 구원투수임을 우리는 기대했고 또 그렇게 믿고 싶었다. 기부금 1000억원 모금 공약은 그가 가진 기업 경영의 경 험에 비추어 가능한 현실인 듯 보였고, 4년 동안 무보수 로 일하겠다는 굳은 다짐은 그의 진정성을 믿어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총장선출 과정에서 재단이사회와 구성원들 간 소통과 합의의 문제는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로 남아있 었지만, 외부 인사가 새롭게 총장으로 선임된 만큼 해묵은 문제는 조만간 상식적인 차원에서 해결되고 치유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대학과 기업의 구조적인 차이는 처음부터 극복 불가능한 것이었던가?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서강인들의 소박한 바람은 손병두 총장이 체화하고 있던‘기업’문화와는 많이 달랐던 듯하다. 총장의 저돌적인 사업추진 스타일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그로 말미암은 총장과 구성원 사이의 불신과 갈등은 4년 내내 지속되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간이지 알 수 없도록 상업시설들로만 빼곡히 채워진 곤자가 플라자, 초고가 기숙사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곤자가 기숙사, 파주 캠퍼스 조성의 독단적인 결정과 재단이사회의 무책임한 취소, 그리고 얼마 전 기공식을 가진 50주년 기념관 및 국제인문관 건립과 관련된 홈플러스 입점 사태까지. 교수협의회와 학생회의 계속되는 질문과 문제제기 그리고 대화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손병두 총장은 소신대로 사업을 드팀없이 추진해 나갔고 교수와 학생의 목소리는 소외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례로 50주년 기념관과 국제인문관 기공식 자리에서 홈플러스 입점의 문제점 을 설파하고자 준비했던 학부생들에게 정학을 거론하며 협박까지 했다고 하니, 이를 통해 손병두 총장식 소통 방식의 일 단면을 알 수 있다. 서강을 막다른 길에 봉착하게 만들었던 소통의 문제들은 이렇듯 미해결 상태로 잔존했으며, 어느덧 개혁은 힘을 잃고 방향성을 상실했다.

유치된 ‘자본’과 필요한 ‘지원’의 괴리

그렇다면 소통의 부재가 원우들에게 미친 직접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대학의 존재이유인 연구지원의 상대적 축소가 그 결과다.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원우들이 차기 총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연구지원의 확대’를 선택했다. 논문학기 원우들은 도서관 캐럴에서 쫓겨났고, 종교학과와 여성학과 원우들은 연구실이 없어 행정업무가 이루어지는 조교실 한 구석에서 책을 펼치고 있다. 예식장, 커피점, 식당을 비롯한 상업시설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 곤자가 플라자 어디에도 원우들의 연구와 학업을 위한 공간은 존재치 않는다. 더욱이 곤자가 플라자의 실질적인 복지혜택은 도대체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20년 후에는 그 공간의 이용권한이 학교에 귀속된다지만, 그 때까지 건물이 낙후되지 않고 견뎌 줄지는 말 그대로 미지수다. 또한 홈플러스가 입점하게 되면 서강은 시장바닥으로 변할 것이 자명하다. 쇼핑몰 카트가 캠퍼스 안을 힘차게 주행할 것이고, 이를 제도적으로 근근이 막아낸다 하더라도 학교 주변의 교통문제와 그에 따른 소음은 면학분위기를 해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대학원 전체가 홈플러스가 입점하는 50주년 기념관으로 옮겨갈 계획이라고 한다. 공간이 어떻게 대학원에 배정될지는 앞으로 두 눈 부릅뜨고 계속 지켜볼 문제지만, 그 결정을 선뜻 반길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홈플러스의 입점과 그 영향력 때문이다. 손병두 총장 은 원우들의 학업권과 직결되는 이상의 문제들을‘별로 중요하지 않은’문제로 폄하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원우들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대학은 학문 발전을 위한 연구 지원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손병두 총장에게는‘별로 중요하지’않았던 것 같다. 이는 총장이 알고 있는‘지원’과 현장에서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지원’이 큰 차이를 보이는 탓이다. 결국 문제는 다시‘소통’으로 돌아간다.

소통에 대한 의지가 제도적으로 구체화되길 바라며

얼마 후면 새로운 총장이 선임될 것이다. 손병두 총장이 선임시기부터 소통의 단절을 잉태하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이러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기를 바란다. 서강은지금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고, 우리의 하소연을 경청하면서 힘 있게 의지들을 모아나갈‘소통의 리더쉽’이필요하다. 새로 선출될 총장은 소통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제도적 장치’를 갖추어 소모적인 대립과 낭비를 미연에 방지해 주길 바란다. 과거로부터배울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서강의 미래는 그리 참담하지 않을 것이다. 소통에 대한 의지만은 다들 충만하지만, 구체적인 정책과 방안이 없어 보이는 총장 후보자들이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 우려가 기우이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