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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10호] 대학원생,대학원에 토를 달다


각 단과대 별로 대학원생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진단하는 대학원의 문제점들을 들어본다. 불합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할 수 없는 그들의 처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지속하며 그 간극을 짊어지고 가는 젊은 우리들의 얼굴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으로 아쉬운 건 의사소통 문제입니다"
컴퓨터 공학과 장근탁

대학원의 문제점은? “우선 수업 문제가 크죠. 어느 대학원이나 똑같은 사정일 것 같은데 사실 수강할 만한 과목 수가 적어요. 또 전공과 연계된 과목을 우선적으로 듣다보면 흥미가 가는 분야의 과목은 듣기가 어려울 때도 있고요. 더구나 저희는 공대다보니 프로젝트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나지도 않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프로젝트의 수가 많고 규모도 크다보니 돈과 관련해서 민감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연구실 같은 경우엔 균등하고 투명하게 배분이 되는 편인데 안 그런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건, 2년 동안 고생을 좀 하더라도 졸업 후 취업이 잘 되고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보상이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길게 봐서 그런 식으로 보상이 있다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아쉬운 건 의사소통문제 입니다. 자꾸 연구실 자랑하는 거 같아서 겸연쩍지만 저희 연구실은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교수님과의 의사소통이 거의 안 이루어지는 연구실도 있는 거 같아요. 아예 신입생 뽑을 때 그 사람의 능력이나 관심, 성실함보다는 말 잘 들을 것 같은 학생들 위주로 뽑는 연구실도 있고요.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죠. 이런 건 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수님이 논문이나 졸업 이후의 방향성 같은 문제에 대해서 가이드라인만 제시해주셔도 될 텐데 그런 소통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건 분명 문제죠.

인기연구실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경향도 문제에요. 신입생이 아예 없는 연구실이 있을 정도거든요. 얼마 전에 있었던 신입생 간담회 자리에서도 학생들의 질문이 인기 많은 분야의 교수님들께만 집중되더라고요. 물론 유행이나 경향이라는 걸 무시할 순 없겠지만 너무 한쪽으로 편중되는 건 조금 아쉽네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공학이 한 분야만 잘 된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분야는 국가나 학교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공계의 취업 상황은? “이공계를 나오면 어떻게든 취업은 됩니다. 그런데 들어가도 수명이 짧고 어느 정도 이상은 올라가지 못해요. 보통 임원급은 상경계 사람들이 많죠. 이공계 사람들이 외국회사나 유학을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마 가장 큰 이유가 거기서는 엔지니어들에 대한 대우가 좋기 때문일 거예요. 반면 한국 사회에서는 엔지니어라면 좀 낮게 평가하는 경향들이 있고요. 전부 프로그래머로 취급하거든요. 이런 상황은 국가적으로 좀 신경을 써줘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요.”

개인적인 고민은? “조교장일이나 과제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좀 아쉬워요. 보수를 받는 만큼 일을 하는 거니까 투정부리고 싶진 않지만 공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한편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계속 공부를 이어나가고 싶지만 한편으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취직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 입장이라서 한 두 학기는 더 다녀봐야 확실해질 것 같네요. 아, 그리고 계속 연구실에만 있다 보니 운동량이 부족해서인지 계속 배가 나오는 것도 고민이에요. 요즘에는 운동도 조금씩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총장님께 소원을 말한다면? “제일 큰 건 장학금 문제겠죠. 총회 때도 열띤 토론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복지는 좋지만 무조건적인 지원, 그것도 국내학생들의 장학금까지 감하면서 지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거 말고는, 공대건물에 매점이 다시 생겼으면 좋겠고 가까운 거리에 열람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입니다.”

경제학과 김천구
"특정 수업 수강인원이 너무 많아요."

대학원의 문제점은?  “특정 수업의 수강 인원이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미시경제학 수업은 55명이 수강하고, 거시계량 수업은 대략 50명이 수강하거든요. 대학원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수업을 듣는 건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이런 경우에는 2반으로 분반되어 개설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어렵고 이론적인 과목은 다들 기피해서 5~6명밖에 안 듣거든요. 특정 과목에만 몰리고 특정 과목은 외면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거죠. 이 점도 문제인 것 같아요. 그리고 경제학과는 트랙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거든요. 전문가 트랙과 심화트랙으로요. 미시와 거시가 필수인데, 한 학기에는 전문가트랙의 미시가 열리고 다음 학기에는 심화트랙의 거시가. 그 다음엔 반대로 심화트랙의 미시, 전문가트랙의 거시가 열려요. 만약에 그걸 놓치면 일 년 후에나 필수과목을 들어야 하거든요. 물론 제가 생각하기에 경제학과가 다른 과보다 상황이 좋은 것 같기는 해요. 수업도 다른 과에 비해서는 많이 열리고요. 연대나 이대 수업을 듣는 학생도 많아서 수업수가 적다고 불만이 있는 친구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필수과목의 학생수가 많고 일 년에 한 번 개설되는 과목이 있다는 건 조금 아쉽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저희가 다 돈을 벌어야 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원에 다니잖아요. 그런데 장학금 수혜를 못 받는 학우들이 상당히 많아요. 조교의 경우에는 등록금의 80~100%를 받지만 그렇지 못한 학우들은 교양학부 등 다른 과 조교를 하거나 외부 RA를 해야 돼서 공부에 매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선생님과의 관계는? “경제학과의 조교장은 다른 과의 조교장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경제학과는 행정일을 하는 학과장 조교, 대학원 일을 하는 대학원 조교로 나뉘어져 있거든요. 제 경우는 조교들한테 전달할 사항 전달하고, 조교회의 주최하는 정도라 교수님들께서 지시하고 그럴 사항들은 없었어요. 때문에 교수님이 부당하게 시키신 것도 없었고요. 최근에 젊은 교수님들이 많이 오셔서 교수님과 교류가 많이 늘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고민은?  “아무래도 대학원 졸업 후의 진로가 가장 고민이 되네요. 대학원 들어올 때는 공부할 생각이 있었는데……. 여러 개인적인 상황으로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취업해야겠죠.”

총장님께 소원을 말한다면?  “외형적인 성장, 예를 들어 건물을 많이 짓고 이런 것보다, 아무래도 학교가 공부를 하는 곳이니만큼 우수한 교수 인력을 유치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이런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화학과 윤동환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기위한 방안이나 비전이 좀 정체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원의 문제점은? “제가 생각하기에 교수님과 학생간의 갈등은 교수님들마다 그리고 연구실의 분위기마다 편차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속한 연구실 같은 경우엔 교수님이 젊은 편이셔서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가 덜한 편이죠. 기본적으로 연구실에서 생활을 같이 하다보니까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불만이 있으면 그때그때 말씀을 드리고 개선해 나가는 편이고요. 반면 연세가 좀 있으신 교수님들의 연구실 같은 경우엔 갈등이 생기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리고 수업에 대해서는, 화학과에 15분의 교수님들이 계신 반면에 대학원 과목은 한 4과목 정도 개설이 되거든요. 더구나 화학과 같은 경우엔 화학이라는 타이틀 안에 4-5 세부분과가 있는데 그 세부분과에 해당하는 과목이 개설이안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개설되는 수업 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장학금의 경우, 현재 석사생 전부가 등록금을 받고 있어요. 조교업무를 해서 받게 되는 게 절반정도이고 나머지는 연구비 수당 명목으로 충당이 됩니다. 또 등록금이 해결된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받게 되는 수당들이 풍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또 그렇다고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들고요. 다만 연구비가 지급되고 배분되는 시스템이 다소 불투명하다는 생각은 좀 들어요. 이런문제에 대해서 학생들이 문제제기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도 현실이구요. 연세가 좀 있으신 교수님 아래 있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일단 교수님하고 대화가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교수님이 주는 월급을 받고 마는 수준이지 그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친구들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최근 2-3년간 저희 학과에 새로운 교수님들이 꽤 오셨는데 그분들이 느끼시는 바로는 저희 학교 분위기가 좀 가라앉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학교들에 비해서 연구 실적이라든가 그런것들도 밀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나 비전이 좀 정체되어 있
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고민은? “취업과 진학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유학을 갈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학업이랑 병행하다 보니 시간적으로 많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유학은 좀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일단 취업을 먼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유학을 가고 싶은 이유는, 내가 있는 곳보다 좀 더 넓은 환경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요.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지적 자극이라는 요인도 크죠.”

총장님께 소원을 말한다면? “등록금이 좀 낮아졌으면 좋겠고 학교 자금의 운영이 투명하게 공개됐으면 좋겠네요. 교수협의회에서 문제제기한 걸 보면 전 총장님께서 재단에서 모아놨던 돈을 굉장히 많이 쓴 것 같더군요. 그런 문제들 때문에 자금 운영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대부분 학생회 사람들로 국한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정치외교학과 황인정
"서강대학원이 참 닫힌 사회라는 생각을 많이했어요."

대학원의 문제점은? “이번에 제기된 학과장학금 문제와 강의시간 축소문제 중 정외과에서 특히 문제가 됐던 게 강의시간 축소문제인데요. 정외과 피해가 제일 컸거든요. 저희 과의 경우 일단 원칙적으로는 강사임용이 안 돼요. 따라서 선생님이 외국에 나가시면 그 강의를 1년 동안 들을 수 없고, 프로젝트라도 하시면 그 기간은 더 늘어나는 경우가 생기죠. 그렇게 되면 전공생이 대학원에 있어봤자 겨우 2년 있는데 선생님 얼굴을 한 번도 못 보고 졸업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선생님들께 말씀을 드렸었는데 최선을 다해 노력 하겠다고 하셨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거 같아요. 강사임용 문제 등 이런 점으로 미뤄 봤을 때 학교가 좀 폐쇄적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학우들이 연대나 이대 수업을 많이 듣는 편인데, 거기서 수업하시는 강사님들의 경우 새로운 공부를 하고 막 오신 분들이시니까 오래된 강의계획서가 아니라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어서 그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덧붙여 학과장학금 문제의 경우,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수직적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개강총회나 종강총회 때 발의됐던 의제들, 예를 들어 종합시험 규정 변경 같은 것들은 선생님들께 전달되고 수렴돼서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갖고 실행되었던 경우가 있었어요. 의사결정 과정이 과 내부에서 나름대로 작동했던 거죠. 반면에 이런 큰 의제, 강의시간이나 예산문제 같은 의제의 경우 학교에서 행정적으로 이미 결정이 내려지고 저희에게 전달만 되니까 과 차원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해결이 안 되고 그러는 거 같아요.”

여성 대학원생으로서 불편한 점은? “정치외교학이 남성적인 학문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잖아요. 게다가 지금 저희 학번과 바로 위 학번의 경우 남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교수님들도 모두 남자고요. 하지만 과거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로 많이 개혁이 된 분위기에요. 일단 호칭은 다 누구누구씨, 누구누구선배라고 해요. 어리고 여자인 제 입장에선 그런 호칭이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외형적으로는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불편을 겪지는 않는 편이에요. 물론 구성원의 대부분이 남자인 연구소는 약간의 군대 문화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거 같아요.”

선생님과의 관계는? “교수님의 개인적인 일들을 조교가 하게 되는데, 조교가 해드릴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도 생기죠. 그게 조금 문제가 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또 선생님들이 들어오신 순서가 있잖아요. 그게 저희 과에선 많이 지켜지고 있거든요. 교수님 밑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다시 교수가 돼서 오시니까. 자신의 스승이라서 어떻게 말씀드리기 어렵고. 이건 고질적인 문제인거 같아요.”

개인적인 고민은? “제 개인적인 고민일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석사라는 어설픈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하는 고민일 것 같은데, 공부를 계속 하느냐 사회로 가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겠죠. 사회로 나간다 해도 이공계 석사를 마친 것만큼 인정받지도 못하고, 공부를 하러 왔지만 자신에 대해서 확신이 들지도 않고. 계속 그런 고민들을 하는 것 같아요. 내가 공부를 해서 학문적으로 이바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갈등, 경제적인 문제, 뭐 그런 것들이죠.”

총장님께 소원을 말한다면? “다른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건데, 서강대학원이 참 닫힌 사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된다된다 이런 분위기보다는 이건 이래서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대학원 내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점은 어떻게 안 되나요?”


인터뷰 및 정리 박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