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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11호] 제12회 대학원 학술축제를 돌아보며: ‘학회’의 존재 의미를 홍보하는 것이 절실

대학원총학생회 사무국장 김지현


서강대학교 제23대 대학원 총학생회와 6대 학술단체협의회는 지난 11월 2일부터 11월 13일까지 제12회 서강대학교 대학원 학술축제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가 1년 중 가장 크게 주최한 행사였으며, 총 26개의 학회가 참여했다. 학단협에 정규 학회로 등록되어 있는 모든 학회는 이 행사에 참여해야 하며, 정해진 기간에 외부인의 참여를 허락하는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사회과학분과 학회(9), 종교철학분과 학회(6), 문학예술분과 학회(7), 자연대분과 학회(4)들은 약 2달 전부터 발표자와 토론자, 주제를 선정하며 학술축제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12회째를 맞고 있는 대학원 학술축제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과별 학회들의 참여는 활발하지만 학술축제라는 행사 자체가 학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비학회원들의 참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술축제에는 여러 심사기준이 있다. 학술축제 당일의 행사 내용이 포스터에 실린 내용과 일치할 것, 세미나 홍보를 위한 약식 포스터 제작, 세미나에 5명 이상이 참여할 것 등 공식적인 행사의 ‘격식’을 갖추기 위한 기준 조항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항이 사실상 다른 학회원이나 외부인의 참여를 독려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은 학술제 본래의 의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단협의 규정을 살펴보면, 정규 학회로 등록되어 있는 학회는 학술제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며 참여하지 않거나 심사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차기 학회 등록 및 예산 심사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학회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학술축제가 정규 학회의 위치를 확보하고 지원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엄연히 비학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하는 학술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세미나와 차별화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학회원이 아닌 학생들이 포스터를 보고 찾아오는 일은 극히 드문 편이다. 이렇듯 심사기준을 채우기에만 급급할 뿐 본래 의미에서의 학술축제를 준비하고 참가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학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에 덧붙여 학술축제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 또한 문제이다. 약 2주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학회들도 행사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진행하던 세미나를 진행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학술축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 특정 학회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학회’에 대한 인식이 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과는 학회가 대학원생들의 수업 외 활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 학생들 스스로가 학회를 선택해 꾸준히 활동하는가 하면, 어떤 과는 학회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학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학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등 학회에 대한 인식 자체를 전반적으로 재고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그 이후에 학단협의 역할을 홍보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학술축제 형태를 바꾸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주에 걸친 행사 기간을 축소하고 공통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의 학회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혹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행사들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유명인사의 대중 강연회를 학술제 첫날에 개최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홍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학술축제는 이미 다른 학교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대학원의 학문 활동은 수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며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학문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면, 학회는 그러한 이상을 그려볼 수 있는 생산적인 활동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학회 활동을 장려하는 학단협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원우들에게 홍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대학원 학술축제의 위상을 높이고 본 행사의 의의를 되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