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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114호] Media + Logic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합니다. 아이폰이 어떻고 갤럭시가 어떻고 구글폰이 어떻고. 하지만 이 변화를 따라갈 만큼 기민하지 못한 사람은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핸드폰이 어떻기에 이리 호들갑인지 의구심을 갖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샌가 트위터를 하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청와대에 사는 독수리 타법의 ‘누군가’도 하는 트위터인데, 트윗질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팔로우가 뭔지 RT가 뭔지 도무지 헷갈리기만 한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 블로그도 있네요. 글 좀 쓴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블로그를 잘 꾸며야 한다더군요. 블로거라는 명칭이 자기 소개란에 쓰인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글로벌하게 활동하려면 페이스북이라는 것도 해야 하나 봅니다. 이참에 전자책을 사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왕이면 아이패드가 더 좋겠지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90년대 초에 신해철이 부른 「도시인」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한 손엔 휴대전화 따라가기엔 힘겨운 변화” 아마 신해철은 급변하는 도시의 삶을 따라잡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불안과 소외를 담아내려 한 것 같아요. 아침에 우유 한잔으로 시작하는 하루 일과는 정신없이 돌고 돌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박카스 한 병으로 마무리 됩니다. 휴대전화와 삐삐는 변화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였지요. 아령만큼이나 큰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 이유가 다른데 있지는 않습니다. 이때만 해도 핸드폰 정도가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스마트폰부터 시작해서 블로그와 트위터는 기본이고, dslr 카메라와 포토샵까지도 다룰 줄 알아야 디지털 시대의 문맹자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또 어떤 매체가 추가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가 않습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유행을 해도 정작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나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140자의 짧은 문장으로 얼마만큼의 소통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즉각적인 정보 교환은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전달’은 ‘소통’이 아닙니다. 스마트폰도 그렇습니다. 증강현실이라고 하던가요? 핸드폰 안에는 이미 세계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맛집이 어디인지 등의 정보부터 주식이나 인터넷까지 그야말로 못하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인간 능력의 ‘확장’인지 반대로 ‘축소’인지는 확답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더욱이 온라인 게시판이 대자보나 찌라시만큼 정보의 공지성을 담지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가기엔 힘겨운 변화”지만 안간힘을 쓰면서 따라가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조차도 즐기면서 따라가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문자 편향적 독해라거나 문화적 보수주의로 비판하지는 말아주세요. 특정 매체에 대한 성급한 판단 혹은 낙관적 기대를 경계하는 정도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이러한 의문이 정당한지의 여부를 떠나 ‘의문 자체’에 주목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한 술 더 떠서, 이러한 문제제기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답은 다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긍정과 부정, 환호와 냉소, 기대와 체념, 몽상과 현실, 환상과 실재 등 여럿의 생각을 그저 여럿으로, 수렴하지 않은 채 담론(혹은 공론)의 영역으로까지 이어가보려는 시도는 어떨까요? 성마른 단정보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이어받아 삶의 지평으로까지 확장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의 사유를 발본하는 새로운 문제제기로 도약하는 과정, 이 과정이야말로 대학원의 중핵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매체는요? 예외는 없겠지요.

편집장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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