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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15호] 과도한 스포츠, 과소해진 교육

                                                                                                                                   정미지(객원기자)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강대 캠퍼스에서 일본 도쿄에 위치한 죠치(上智ㆍSophia)대학과 서강대 간의 스포츠ㆍ문화 교류전이 개최되었다. SOFEX는 Sogang-Sophia Festival of Exchange의 줄임말로서 올 해 시작된 제 1회 한일 정기전이다. 서강대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예수회 자매 대학인 조치대와 해마다 교대로 SOFEX를 개최하는 협약을 맺었다. 항공료를 제외한 학생 방문 비용은 모두 주최 학교가 부담한다. 교류전은 1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3일 개막식과 4개 종목 경기가 치러진 뒤 14일 폐막식과 교류의 밤 행사로 마무리되었다. 

서강대학교는 SOFEX를 위해 장기간의 걸쳐 적지 않은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 지하철 광고를 포함 대외적인 홍보가 여러 달동안 이루어졌으며 운동 경기를 위한 인프라 정비도 필요했다. 동문 기부금 수억 원으로 운동장을 인조 잔디구장을 교체하고, 테니스 하드 코트도 새로 깔았으며 아마추어 운동부와 응원단 '트라이파씨(Tripathy)를 출범시켰다. 서강대에서동원된 인원은 학생 선수와 수시 1차에 합격한 예비 신입생, 자원봉사자, 교직원 등 총 70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재정적, 인적 준비가 필요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조치대는 대학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지만 서강대는 1985년 배구부가 해체된 이래로 운동부와 응원단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정기전 유치는 시작부터 어려웠다. 빡빡한 리그 일정을 힘들게 조정해야 했을 정도로 활발한 운동부와 행사 직전에 창단된 아마추어 운동부가 정기전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이미 무리한 발상이었다. 예상에 어긋나지 않게 서강대는 농구 종목에서 74대 69로 승리한 것을 제외하고 야구에서 4:27, 테니스에서 0:5, 축구에서 0:4로 패배했다.

이종욱 서강대 총장은 “야구에서 그래도 4점이나 내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환한 웃음을 보였고 이와 관련해 쏟아진 다수의 언론 기사들은 국내 대학이 외국 대학과 벌이는 최초의 정기 대항전으로서 승패와 상관없이 뜻깊은 행사였다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그러나 스포츠 시합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시합 내용의 질일 것이다.

기량이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대학 간의 시합이 ‘볼만한’ 경기가 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수억원을 들여 운동장을 재정비하고 아마추어 경기단을 출범시킨 것은 단지 행사만을 위한 행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운동부가 없는 학교가 참여하는 스포츠 교류전이 학생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도모하고 발전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조치대의 고소 이사장은 SOFEX를 G20에 비유하며 스포츠 경기이기 이전에 국가 간 문화 교류의 행사임을 강조했으며 "일본에서 여는 내년 정기전에서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연극과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선보일 생각"이라며 앞으로의 정기전의 방향을 시사했다. 스포츠 행사만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그러나 단 3일간의 행사에 들어간 막대한 물적, 인적 비용이 전혀 ‘대항’ 가능하지 않은 팀 사이의 대항전에 반드시 투입되어야만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일이다. 그 비용은 당장 학생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수업, 복지 등과 관련된 사업에 투자될 수도 있었다. 대외적인 학교 홍보와 이미지 메이킹에 몰두하느라 팥 없는 팥빵처럼 알맹이 없는 스포츠 교류전을 유치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