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도

[115호] 서강대와 G20, 그 밀월이 남긴 것

조성호(객원기자)

지난 11월 3일 <2010 서강대학교 연합 학술제> ‘세상에 한걸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는 학교 행정팀으로부터 G20과 관련된 학술제는 강의실 대여를 불허하겠다는 연락을 받는다. 학교 행정팀은 “정부의 지침은 따로 없었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G20 관련 학술제를 모두 취소 중이어서 학생행사도 안 했으면 한다. 총학의 강의실 대여권으로 대여를 강행한다면 그 권한을 제고해 보겠다”고 말했다. 준비위원회는 로욜라 언덕에 공동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측에 항의했다. 결국 갈등은 ‘G20 정상회의에 맞선 대학생 대안경제 포럼’이라는 제목에서 ‘G20 정상회의에 맞선’이란 문구를 삭제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이에 대해 정유성 학생문화처장은 “행정팀이 G20 관련 모든 학술제에 과잉대응을 해 일어난 오해라고 해명했다”라며 “준비위원회와의 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 대화상대가 학생뿐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즉, 경찰이 학술제 통제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마포경찰서는 총학생회에 전화를 걸어 “행사 이후 학생들의 시위가 예상되니 만나서 조율하자”고 요청했고, 학생지원처장과 만나선 “행사 뒤 돌출행동이 우려되니 주최 쪽과 잘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총장실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후 학교당국은 총학생회에 “G20 관련 학술행사를 금지하고 공간을 대여해주지 않기로 했으니, G20 관련 포럼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학교는 다시 행사 이름 가운데 ‘G20에 맞선’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 강의실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고, 학생들은 학술제 진행을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정윤홍 서강대 학생지원처장은 “협조 차원에서 경찰을 만났고, 학생들과는 G20 개최 등 시국을 고려해 의견을 조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강대는 학술제 통제에 앞서 11월 7일부터 3박4일간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이 학교에서 열기로 한 ‘서울 국제 민중회의’(이하 민중회의)의 장소 제공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학술제 통제 논란은 민중회의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민중회의 주최측인 G20대응민중행동은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결정을 철회하도록 서강대에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종욱 총장께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행사 개최를 며칠 앞둔 시점에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상식 밖의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이것은 양식 있는 대학이 취할 바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시민사회의 의사소통이 지구촌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바를 평가절하하고 불온한 것으로 치부하는 듯한 총장의 판단은 우리나라 시민사회와 학계의 격을 실추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이와 관련, 서강대 관계자는 "애초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신청이 들어왔을 때는 순수 학술행사로만 알았지만 파악한 결과 성격이 예전 판단과 다소 다르고 행사 규모도 예상보다 커 불허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학술제의 포럼 주제는 수정되고 민중회의는 예수회 건물로 옮겨져 개최됐다. G20 정상회의는 ‘무사히’ 마쳤지만 서강대와 학문의 자유에 대한 고민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