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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17호] 연세대만 하란 법 있나 - 연세대 자취방 임대장학사업 시행 -


정미지 기자



매 학기마다 자취방 혹은 하숙집을 구하려는 학생들로 대학가가 분주하다. 등록금만큼이나 치솟은 전·월세 대금은 대학 생활의 절반 이상을 학비와 월세 마련으로 소비하게 강제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생들 스스로가 팔을 걷고 나섰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인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을 시작했다. 자취·하숙생들을 집이 없는 ‘민달팽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자취방 보증금을 임대해주는 임대 장학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대학생에 대한 자취방 보증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생활협동조합을 통한 자취방 임대 장학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의 장학지원사업에 생활비가 포함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자취를 비롯한 주거비용을 포함시킨 것은 이례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학생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통학 거리의 문제로 학교 주변에서 살아야 하는 연세대 학생조합원(의, 치, 간, 고시생을 제외한 학부생)의 수는 전체의 50%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는 1,2학사(996명, 5%)에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취방이나 하숙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한 달 평균 50만원, 1년에 600만원에 달하는 월세가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에 더해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의 보증금까지 필요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하숙방도 보증금을 요구하는 등 갈수록 보증금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주택 대출제도가 있지만 자격 요건 상 학생들의 접근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인지라 대학생에 대한 자취방 보증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생활협동조합을 통한 자취방 임대 장학 사업, 올해 첫 시행을 앞두고 있어

연세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거주하는 것은 교육을 받기 위한 불가결한 선택이며 기본적인 권리라고 보고, 학교 차원에서 보증금을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여러 방법으로 강구해왔다. 우리은행과 미소금융과 접촉하여 저금리 대출 제도를 제안한 바 있지만 각각 대출 신용의 문제와 사업 구조상의 문제로 불발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학생회는 2010년부터 생활협동조합을 통한 자취방 임대 장학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올해 첫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제도에서 생활협동조합은 일정한 수준의 보증금(1000만원 기준)이 있는 자취방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맺고, 실제 자취방에서 거주하게 될 학생조합원을 대신하여 법적인 주체로서 역할을 한다. 수혜 대상자는 학생처, 총학생회, 생활협동조합의 협의를 통해 선정하고 자유(가계곤란) 장학금 기준에 해당되거나 이에 준하는 차상위계층의 학생조합원을 대상으로 한다. 계약기간은 학기를 기준으로 하며, 매학기 새로운 수혜자를 모집하되 기존의 장학생은 재심사를 통해 우선적 권리를 갖는다. 학생회는 우선적으로 현재 운용 가능한 생협의 적립금 중 ‘후생복지기금’으로 책정된 2억원(2012년에 3억원 추가)을 활용하여 2011학년도 2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예정이다. 학생회는 기금 확보의 방안으로 ‘복지 공간 조성 기금’의 일부(약 5억원)를 변경하는 방안과, 생협 복지장학금 중 자취방 임대사업 기금(약 5억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이에 대해 학생회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학생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복지, 협동, 상생’이라는 생활협동조합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업의 의미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비 뿐 아니라 주거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의 많은 대학생들을 감안할 때, 자취 보증금 지원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연세대 장학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