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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18호] 우리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 꼼수로 성공한 ‘나는 꼼수다’ -

 


송주현 기자

국내 유일 가카 헌정방송

한류의 중심, 아이돌이 아니다. 한류의 중심은 ‘가카’다. 앱스토어 팟캐스트로 제공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CNN과 ABC 등 내로라하는 뉴스 미디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팟캐스트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역시 SBS <두 시 탈출 컬투 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인기 프로그램을 제치고 연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4월 27일 ‘국내 유일 가카 헌정방송’을 표방하며 시작한 나꼼수는 딴지일보(김어준 총수)가 만든 인터넷 방송으로 ‘가카’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2월까지 방송될 ‘기획 방송’이다. 멤버 구성도 흥미롭다. 사회 전 분야의 걸쳐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비롯하여 2009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라디오 오프닝 멘트로 앵커직과 교수직을 내놓아야 했던 김용민 시사평론가, 2007년 대선 당시 ‘BBK 저격수’로 활동하다 검찰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탐사보도 분야에서 손꼽히는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모여 한 시간 반 남짓 날 것 그대로의 야생 토크를 진행한다. 여기서 ‘가카’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미 ‘꼼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꼼수는 대통령을 둘러싼 비리 의혹과 다양한 정치·사회 이슈를 철저히 ‘팩트(사실)’에 근거해 파헤치며 분석한다. 출연자들은 뉴스의 이면을 파고들기도 하고 아예 보도되지 않는, 그러나 어둠의 경로를 타고 루머처럼 떠돌고 있던 뉴스의 핵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각종 소송으로 다져진 내공에서 비롯되는 디테일한 수다와 여러 방면에서 제시되는 치밀한 증거들은 청취자들에게 재미뿐 아니라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예정된 등장, 예견된 인기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권에 휘둘린 지 이미 오래이다. 방송 3사와 주요 신문 등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포털을 포함한 온라인에서도 정부는 자신의 의도대로 프레임이나 메시지를 제작 및 유통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재 검열이나 보복 소송의 두려움으로 뉴스보도는 진실을 빗겨가고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억압된 언론환경 속에서 나꼼수는 진정한 뉴스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낳은 필연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나꼼수는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음지에 묻혀 있던 주제들을 폭로함으로써 말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욕망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독설과 욕설, 폭소와 빈정거림 등으로 버무려 냄으로써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내는 ‘꼼수’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막혔던 말길이 뚫기고 정치적 체증이 해소되는 후련함까지 느낀다.

나꼼수를 규제할 근거?

나꼼수의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이를 보는 시선도 판이하게 갈린다. 지난 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스마트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가 새로운 방송편성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공익을 위해 편성에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뒤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0월 말이나 11월 초 예정된 방통심의위 조직개편 때 스마트폰 전담팀을 만들까 한다”고 밝히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심의할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는 나꼼수를 노골적으로 규제하려는 속내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관련해 정봉주 전 의원은 “현재 방송통신법 상에선 나꼼수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법 개정을 해서라도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나꼼수의 치솟는 인기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 국민들이 품고 있던 제도언론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입장이 나꼼수라는 제3의 대안언론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꼼수,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꿈꾸다.
 
사실 나꼼수가 다루는 주제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나꼼수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회의 이면을 세련되고 정제된 언어가 아니라 적나라하고 여과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여, 누구나 알기 쉽게 그것도 재미있게 전달한다. 물론 나꼼수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이 과정은 자칫 정치 일반을 음모론으로만 해석하는 편협한 이해를 낳거나 혹은 ‘정치가 다 이런 거지’라는 식의 환멸로 빠지게 만드는 요소를 갖고 있기도 하다. 또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연이어 폭로한 까닭에 자잘한 사건들에 대해 면역이 생기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웬만한 충격이 아니면 놀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각종 정치 풍자 프로그램이 개그 코드로 환원되어 그 파괴력이 잠식된 것을 본다면, 나꼼수가 택한 폭로 형식이 이 한계를 돌파하면서 다른 가능성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각에서 나꼼수를 ‘방송 매체’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꼼수가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나꼼수를 긍정하는 사람들조차 이 과대한 영향력이 행여나 스스로 판단하고 개입하는 실천의 과정을 과소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다. 물론 이 염려는 나꼼수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염려와 질적으로 다르겠지만 말이다. 짐작컨대, 나꼼수의 목표는 나꼼수를 들으면서 웃고 떠들다가 나꼼수가 끝나는 순간 다시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비리에 대한 분노와 정의에 대한 열망을 삶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이로써 실망으로 점철된 정치를 바꾸어 보겠다는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 아니겠는가. 나꼼수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그 우려는 나꼼수가 이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의 우려가 아니겠는가.

우리들은 골방에서 달랑 이거 하나 한다.

나꼼수의 성공요인은 가카의 ‘꼼꼼함’을 시원하게 밝혀낸 탁월한 내용구성과 규제가 닿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새로운 메시지 유통구조를 탄생시킨 형식의 선택, 다시 말해 꼼수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는 데 있다. 여전히 강고한 태도로 이 현상을 설명만 하려하는 주류 언론은 자신의 실패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무능력과 남이 잘 하는 것을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 무식함 그리고 권력 앞에서 굳게 입을 다무는 비굴함까지, 이 모든 것을 나꼼수라는 거울 앞에서 졸지에 까발려지게 되었다. 또한 짐짓 아무것도 아닌 척하면서 법 개정 운운하며 나꼼수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의뭉스러운 태도 역시 정권 시작부터 말기에 이른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꼼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당신들은 검찰, 국정원 다 가지고 있잖아? 우리들은 골방에서 달랑 이거 하나 한다. 우리를 건들면 너네는 진짜 쪼잔한 거야.” 18회 방송에서 김어준 총수가 한 마지막 멘트이다. 무엇보다 나꼼수가 보여준 건, 이렇게까지 했으니 이제 공은 우리 시민(demos)에게 패스하겠다는 기가 막힌 센터링이 아닐까. 자비로운 가카께서 꾸준히 소재를 제공해주시는 한 나꼼수는 센터링이든 쓰루패스든 뭐든 닥치는 대로 공을 넘겨줄 것이다. 공을 받았으면 이제 할 일은?

1회 BBK 총정리
서태지-이지아 열사가 덮으려했던 BBK사건의 총정리 판이다. 이지아 측 이혼소송을 변호했던 MB정권의 법률전담 법무법인 ‘바른’의 실체가 드러난다.

2회 한나라당의 내분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이후 당 지도부가 모두 사퇴한 한나라당의 위기를 다룬다.

3회 140억의 비밀
BBK사건 피해자인 개미투자자들이 미국 연방법원에서 승소한 이후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다. 김경준의 돈 140억 원이 갑자기 다스로 송금된 전후 상황을 설명한다.

4회 남북회담과 부산저축은행
남북 비밀접촉을 돌연 공개 선언한 MB정권의 베를린 선언은 아마추어 외교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의 전말을 밝힌다.

5회 중수부 폐지와 등록금 문제
죽은 권력만을 심판하던 정부의 시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논란을 계기로 살펴본 청와대, 정치권, 검찰 간의 역학관계를 설명한다.

6회 반값 등록금 문제
힘없는 학부모를 상대로 고리대금 사채업을 하는 대학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등록금과 각 사립대학 그리고 교육부 관료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파헤친다.

7회 오세훈의 무상급식
무상급식 투표를 이용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출마 시나리오와 그의 사퇴가 정치구도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다.

8회 청계재단의 진실
청계재단을 세운 가카의 진실, 그리고 에리카 김과 가카와의 플라토닉한 관계를 파헤친다.

9회 3MC의 비밀
전일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연루된 스타MC 신동엽, 강호동, 유재석.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오갔던 수백억 원의 대출내역과 이와 관계된 전후사정을 파헤친다.

10회 6미터의 비밀
정부는 4대강을 왜 6m의 깊이로 파야만 했을까? 그 정책적 문제점을 분석한다.

11회 농협사태의 비밀
북한의 소행으로 사건을 종결한 정부와 이를 뒷받침하기에는 미심쩍은 증거물들, 농협사태 이후 사라진 거래내역에 비추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

12회 딴지일보 해킹과 장자연
삼화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가카의 조카사위와 IBK 상임위원의 관계를 설명한다. 또한 언론사 인물들과 스캔들을 남겼던 장자연 사건을 조심스럽게 파헤쳐 본다.

13회 장자연 사건과 인천공항
세계 1등의 인천공항을 외국자본에 매각하려는 꼼수를 사실에 근거해 설명한다. 여기에 가카는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14회 정봉주, 댓글부대 그리고 자원외교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관리하던 댓글부대는 조직적인 활동을 위해 보수단체 ‘바른민주개혁시민회의’로 재등장하였다. 그들의 활동을 파헤친다.

15회 정봉주, 오세훈 그리고 큰 목사님
BBK저격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수감미수 사건’을 짚어보고,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둘러싼 분쟁의 전말을 밝힌다.

16회 오세훈 백수복귀, 딴지일보 해킹
서울시장 사퇴 이후 대선까지의 정세,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강남과 非강남의 분열 양상, 대형교회의 보수화와 이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분석한다.

17회 곽노현 10.26 사건
곽노현 뇌물의혹 사건은 무상급식에 대한 보복성 표적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를 잇는 진보 정권 죽이기의 일환이다.

18회 가카, 곽노현 그리고 안철수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는 전광훈 목사의 에피소드와 특별 게스트 ‘시골의사’ 박경철이 말하는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들어본다.

19회 위키릭스(Wikileaks)와 곽노현
가카께서 현대건설 입사 후 고속승진 할 수 있었던 비밀을 위키릭스의 폭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0회 왕재산 간첩단, 삼화저축은행
일심회가 일진회에서 왕재산 간첩단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한다. 삼화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연루된 친박과 친이의 부패고리 및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전말을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