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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118호] 2명이 만드는 신문

박승일 기자

대학원 신문 제작과정을 보자. 우선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회의를 연 후 기획의도에 맞게 필자를 섭외한다. 원고료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지면도 아니기에 필자 섭외는 항상 두세 번씩 미끄러지기 일쑤다. 거절의 겸연쩍음도 잠시, 다시 필자를 찾아 나서길 수차례 하다 보니 이제는 전보다 청탁 성공률도 제법 높아졌다. 필자들에게 기획서를 보내고 마감 일자에 맞게 보내주길 당부한 후 남은 지면을 채울 또 다른 작업을 시작한다. 멀게는 대구까지 찾아가서 몇 시간이고 인터뷰를 한 후, 녹취를 풀고 입말을 글말로 정리하다보면 이미 마감이 코앞이다. 중요한 보도 기사가 있을 경우, 관련 인사를 찾아가서 취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해관계가 첨예할 때는 각각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함께 학술, 비평, 특집 기사 등 여러 지면을 채우기 위한 작업을 병행한다. 청탁한 글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하면 서둘러 레이아웃을 짜고 글을 배치한 후 기사 몇 꼭지와 사설을 쓰고, 마지막으로 일면에 들어갈 머리글을 쓴다. 인쇄소에 가기 전 오탈자를 점검하고 각 면에 들어갈 사진을 점검하면 대충 일이 끝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필자들에게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인쇄소와 디자인 조율을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드디어 신문이 나오면 교내 곳곳에 신문을 배달하고 전국 대학원에 우편을 발송하는 일로 긴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 모든 일을 단 두 명이 한다. 

학기 중인 까닭에 전공 세 과목을 빼곡히 들으면서 작업하는 것은 물론이다. 페이퍼를 쓰고 종합시험를 준비하고 심지어는 논문을 쓰는 것도 위의 작업과 병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방학마다 개최하는 학술 세미나 또한 오롯이 두 명의 몫이다.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에, 발간 횟수를 늘리고 온라인 신문도 개설해보려 하지만 번번이 부딪히는 예산 문제에 의지도 열정도 한 풀 꺾인 지 오래다. 굳이 비교하자면, 연대 대학원 신문은 제작인원 5명이 연간 8회를 발간하고, 중대의 경우 제작인원 5명이 연간 10회를 발간한다. 이에 반해 서강대는 2명이 연간 4회를 발간한다. 심지어 2001년(8회 발간)의 예산과 2011년의 예산이 별반 차이가 없기까지 하다. 예산은 그대로인데 제작비는 물가 상승률에 따라 해마다 증가하니 결국 발행 횟수를 8회에서 4회로 줄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계간지가 아닌 엄연한 신문일진데, 계절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나오니 신문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본의 아니게 소홀히 하고 있는 현실이다. 신문이라 하기에 민망하다. 이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2년에는 연 4회에서 6회로 발행횟수를 늘리고 점차 예산이 확보되면 기존의 8회 발간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방학마다 내공 충만한 강사를 모셔와 학우들과 함께 빡시게 공부하는 것 또한 목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전에 임기가 끝나겠지만 이후로도 계속 신문사의 발전을 지켜보고 싶은 바람이 크다.

하지만 이런 욕심도 잠시, 대학원 신문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학우들을 볼 때면, 공부나 열심히 하고 신문은 대충 만들라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면, ‘이렇게까지 해서 뭐하나’하는 쓴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더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는, 그야말로 적막한 상황에서 다시 다음 호를 기획하고 필자를 섭외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쩌겠는가. 지치지 않는 수밖에.

한 줄 요약 : 내년에는 발행 횟수 좀 늘리게 기자 좀 충원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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