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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18호] 누구의 승리인가? J관 공간배분 과정에서 나타난 비민주성


연구실 없는 여성학과의 사무실 전경


서강의 풍경이 안팎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학기에 정하상관(국제인문관)과 떼이야르관(산학관)이 들어섰고 올해 12월과 2013년에는 각각 토마스 모어관(일명 학습동)과 인공광합성연구센터(POSCO 프란치스코 홀)가 준공될 예정이다. 학교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면, 경의선 서강역(가칭)이 내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고 학교와 대흥역 사이에서는 2014년을 목표로 주택 재개발이 한창이다. 이렇게 서강을 둘러싼 공간의 변화가 한창이지만 대학원의 부족한 연구실 확보에 기여한 정하상관(이하 J관)의 공간배분과 관련한 논의를 살펴보면 서강의 변하지 않는 현실과 마주한다.

소통의 문제, 서강의 바뀌지 않는 현실

이미 본지는 지난 117호 기사(“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에서 당시 완공될 예정이던 J관을 다루었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했다. 대학원생이 공부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사를 앞둔 대학원 7개의 학과(국문, 영문, 불문, 독문, 사학, 철학, 종교)에 배정된 연구실은 단 6개에 불과했고 연구실조차 없던 학과들(법학과, 여성학과)에 대한 대책조차 없었다. 학교 측은 학과별 인원이 다른 점을 이유로 독립된 연구실 배정에 난색을 표하면서, 인원이 적은 학과들끼리 연구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는 학과 당 하나의 연구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공간 배정을 결정하는 논의 과정이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여전히 서강은 소통이 아닌 일방적 전달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행사인 ‘총장과의 만남’이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제25대 원총 ‘우리, 지금, 만남’은 여전히 총장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이루기 위한 과정 그 자체

 학교 측과 원총 사이의 소통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은 옥기원 회장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학교 측은 J관의 공간배분 문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 이해당사자(문학부, 교육대학원, 국제대학원)인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8월 중순에야 학교 측은 7개 학과에 독립적인 연구실을 배분한다고 총학생회에 통보했다. 결과적으로는 원총의 의지가 관철된 것이지만 총학생회 측은 그 간의 조율 과정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일방적인 결정을 아쉬워했다.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물음에 원총 회장은 “결과의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물론 공간을 확보하려는 우리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 그러나 J관 내의 다른 이해관계자가 불이익을 당했다면 이러한 갈등을 조율할 책임이 있는 학교 측이 학내 구성원 간 분란을 방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J관 공간의 문제를 놓고 모두가 모여 논의했을 때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러한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문과 대학원 학생들 역시 연구실을 배정받은 결과가 비민주적인 논의과정과 일방적인 소통방식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체적인 연구실 변화를 볼 때, 철학과는 기존의 연구실 면적이 줄어들기까지 했으나 문제제기의 창구는 여전히 막혀있다. 갈등은 봉합되었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아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