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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20호] 고시생 전용 공간 토마스모어관 준공

고시생 전용공간 토마스모어관 준공

학생복지 확충은 환영할 만하지만 서강형 인재 양성의 요람인지는 물음표

 

조성호 기자

 

지난 달 26, 서강에 토마스모어관(학습동)’이라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후문 쪽에 정하상관과 떼이야르관이 준공된 지 6개월여 만이다. 학습동의 준공은 부족한 공간에 아쉬움을 느끼던 학생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학습동이라는 알쏭달쏭한 작명에 의문이 들지만 번듯한 신축건물은 정문의 허전함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학습동은 어떤 곳일까?

 

   학습동의 건립계획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623, 학교법인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칭)서강대학교 고시반 건물 신축 계획안>이 그 시작이다. 가칭이긴 하지만 고시동이라는 이름을 통해 건물의 용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계획안은 신축 건물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 공인회계사, 사법, 행정, 외무, 변리사 등 고시반 별로 분산되어 있는 고시준비실을 하나의 건물로 통합하여 관리하고, 시험 준비생들에게 보다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현재 Law School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향후 변호사 시험 준비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자 함.” , 각종 자격 혹은 면허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마련된 건물이 바로 학습동이다.

   계획안이 발표된 이듬해인 2011224, 학교법인 홈페이지에 드디어 토마스모어관으로 명명된 신축 건물의 공사를 알리는 공지가 발표되었다. 뒤이어 구체적인 공사기간(201137일부터 20111231일까지)과 부지위치가 안내되었다. 공지가 발표된 지 두 달여가 지나서 총동문회 홈페이지에는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동문의 후원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애초 계획안 보다 연면적이 약 664(지하 1~지상 5)에서 약 837(지하 1~지상 7)으로 넓어지고 열람실 좌석도 396석에서 432석으로 늘어난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캠페인의 성과는 기부현황을 공개한 홈페이지(www.ilovesogang.org)에서 참고할 수 있는데, 현재 모금된 기부금 액수는 건립기금으로 쓰기에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진성현 기획예산팀 팀장은 학습동 건립에 총 38억여 원이 쓰였고 모두 법인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학습동이 세워지기 전까지 각 고시반들은 학교 여기저기에 흩어져있었다. 공인회계사 고시반은 마태오관 3층에, 그리고 나머지 사법, 행정, 외무, 변리사 고시반은 김대건관 지하1층에 자리해 있었다. 이들 외에 언론사 입사시험과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고시반도 각각 가브리엘관 5층과 정하상관 7층에 있었지만 이번 입주에서 임용시험 준비생들은 제외 되었다. 그 결과 학습동에는 사법, 행정, 외무, 회계사, 변리사, 변호사, 언론사 총 7개 고시반이 입주하게 되었다. 또한 학습동에는 학습 공간 외에도 휴게실, 수면실, 샤워실 등 복지시설이 갖추어져 학생들의 편의를 도울 계획이다.

   서강대는 고등교육법고등교육기관의 자체평가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자체평가 보고서(2011년 대학자체평가 결과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여기에는 수험생에 대한 지원을 통해 대학의 성과를 일구어 낼 청사진이 담겨져 있다. 보고서에서 활용된 총 57개의 지표는 크게 투입, 과정, 성과로 구분된다. 이 중 성과 항목에서 취업(취업률, 진학률)’ 분야와 함께 측정한 것이 전문가 양성이라는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 평가되는 지표는 총 세 가지로 법학과 정원 대비 사시 합격률’, ‘경영학과 정원 대비 공인회계사 합격률’, 그리고 행정 및 외무고시 합격자 수등이다(보고서 14). 세 지표에 대한 자체 총평은 취업 분야에서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인데 각 총평을 마무리하는 말이 눈길을 끈다. 거기에는 학습동의 건립을 통해 전문가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면 각종 고시 합격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여져 있다(보고서 80~82). 고등교육법11조의2 4항에 따르면, “정부가 대학에 행정적 또는 재정적 지원을 하려는 경우”, 이러한 평가 또는 인증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 ,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정부의 지원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학습동의 준공은 서강대가 나아갈 장기적인 전략을 고민하는 시기에 등장한 하나의 중대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습동이란 존재를 조금 삐딱하게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서강의 정책 방향이 등록금과 주거비 및 생활비에 대한 부담으로 휘청대는 대학생들을 위한 보편적 복지 대신, ‘투자할만한일부 수험생을 위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종욱 총장이 내건 비전 2035(Vision 2035)’를 다시 훑어보면 더 많은 의문이 든다. 5대 핵심전략 중 하나인 서강 고유의 전인교육강화고시반 활성화는 어떻게 양립 가능할 수 있을까? 고시반 활성화라는 목표가 지향하는 보다 상위의 목표인 취업률 제고가 정말 서강만의 특별함일까? 건립기금 캠페인에 표현된 대로 학습동은 서강형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될 수 있을까? 대학에서까지 제도적으로 고시를 장려하고 육성한다면 이는 스스로 신림동 고시촌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자 대학 교육의 방향 전환을 시인하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대답은 쉽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다만 오랜 시험에 지친 학생들이 또 다른 시험에 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