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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120호] 교직원은 甲인가?

교직원은 인가?

 

박승일 기자

 

   교직원(校職員)들의 불친절한 대응, 고압적인 태도, 학생 무시, 업무 태만, 무사 안일주의, 행정 편의주의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서강사랑방에서 키워드로 교직원을 검색해보면, 교직원의 불친절한 태도를 문제 삼는 글을 여럿 확인 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올라온 글의 내용이 최근의 글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볼 때, 단지 몇몇 사건만으로 국한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잠깐 제목이라도 살펴보자. “교직원분 일을 왜 그렇게 처리합니까?”, “학교교직원 정말 배째라인듯”, “학교직원들 왜이리 불친절하나요?”, “학생 역시 교직원을 평가할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등등. 부서명이 명시된 글은 제외했음을 감안한다면 적은 수의 글이 아니다. 게시된 글의 내용을 살펴보니, 학생들을 학교의 주체이자 소비자로 이해하기 보다는 단지 행정적 처리 대상으로 보는 교직원의 태도를 문제 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연령주의 구도가 학생-교직원 사이에도 어김없이 개입되어, 마치 어른께 부탁을 드리듯이 그리고 어른이 학생을 지도하듯 업무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띄게 빈번하다. 그 밖에도 신경질적인 반응, 성의 없는 태도 등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불만 글에 달린 책임자의 사과 글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종류의 글이 계속 올라오는 걸 보면, 문제의 원인이 개선되지 않았거나 혹은 다른 부서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학생들이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낯간지러우면서도 기계적인 대응을 바라는 건 아닐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학생을 대하는 과정에서의 피곤함을 억누른 채 육체노동에 더해 감정노동까지 요구하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바람은 생각보다 소박한데, 아마도 조금만 더 친절하거나 조금만 더 배려해주길 원하는 게 아닐까. 여기저기서 서비스 정신을 외치고 있는 마당에,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학생을 하대하는 지금보다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학생들의 무례함과 비례한 정도의 불친절함이 아니라 무례함이 머쓱해지는 친절함은 기대할 수 없을까. 우리 학교라는 공동체감이, 학교가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이, 서비스만족도 1위라는 자랑이, 순간 실망과 불쾌함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염려어린 비판이야말로 학교를 지탱하는 힘임은 명백한 진실이다.

   교직원도 사람이기에 학생들의 무례함에 화가 날 수 있고 반복되는 질문에 짜증이 날 수도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게다가 업무가 많은 건 물론이고 학생들이 모르는 위로부터의 압박감 또한 무시 못 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교직원들이 철밥통이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이 받는 대우가 부당하다고만 여긴다. 괴리다. 문제는 대학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파업에는 누구보다 함께 연대했던 학생들이 교직원들에게도 과연 그만큼의 지지와 협력을 약속할 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대학에도 예외가 없어, 교직원 자리마저도 점차 비정규직과 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교직원들이 학생들과 어떤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략의 답이 나온다. 그것은 지금의 불친절한 태도도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고객 관리도 아닌 학생들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호 인정의 모습이어야 함이 분명하다. 교직원들이여, 학생들을 적으로 돌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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