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4.08.06 14:56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2014년 5월 월례 세미나

 

 동서양의 만남

 

박병준_철학과 교수, 철학연구소 소장

 

철학연구소는 진리와 가치의 추구를 통한 전인격의 도야라는 본교의 설립이념에 부응하여, 동서고금의 철학사상을 연구하기 위해 19883월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왕성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다양한 주제들을 기획하여 매월 연구발표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철학연구소는 가톨릭의 유구한 철학사상을 깊이 연구하고, 이를 배경으로 형이상학, 인식론, 가치론 등의 모든 분야에서 변천, 발전하고 있는 철학사조들의 연구를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철학의 학문적 지평확대를 꾀하고 있다. 철학연구소의 이러한 노력은 동서양 철학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상호간의 학술교류를 도모하고, 동서양의 비교연구를 통해 서양과 동양이라는 경직된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동서양 철학의 이해증진에 공헌하며, 나아가 동양과 서양, 양자의 철학을 결합하여 새로운 정신적 토대인 철학의 토착화로 이어진다.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동서양이 상호 간에 활발한 교류를 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과정에서 충돌은 피하고 상호공존을 형성하기 위한 지적인 노력 또한 여러 측면에서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철학 역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상호대화를 통해 대립을 지양하면서 서로가 공유하는 보편성을 찾아내고, 이러한 보편성과 조화를 이루는 특수성을 발전시켜야 할 역할이 적극적으로 요청된다. 실제로 순수한 자문화나 타문화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철학 역시 본질적으로 내적이며 외적인 힘에 의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변화되어 왔다. 이런 점에서 철학의 순수한 고유성에 대한 물음은 다분히 학문적이며 허구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에서 지향하는 철학에 대한 개념은 18세기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전통적 방식에 따라 창문 없는 단자로 기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경향성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철학은 내적으로는 정체성의 지역화, 외적으로는 경계를 초월하는 특성이 부각되면서 대립과 변화를 수용하는 끊임없는 생성과정의 역동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는 철학이 응고된 형태로서 고정된 것이 아니라 파괴와 창조를 적극적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인정한다는 점에서 세계철학을 지향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극단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상황에서 사람들은 상이한 문화들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통일성과 보편성을 추구하는 철학함 그 자체를 위한 새로운 세계의식을 절실하게 갈망한다. 이제 철학자들은 이러한 세계의식을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자 역할로 인식하면서 새로운 미래철학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세계철학이란 지역에 국한된 개별국가의 철학을 넘어서서 인류라는 커다란 공동체에 담겨 있는 보편적 사상으로 간주되며, 하나로서의 인류를 위해 보편적 상호소통의 영역을 확보하는 사상이 되며, 세계전체의 철학이 아니라 지역중심주의에서 벗어난 민주적 철학함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편철학으로서의 세계철학은 사유의 상호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세계이성의 논리학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러한 세계철학의 이념은 모든 문화들에 내재된 사유의 공통된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오늘날의 사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유방식의 근거는 세계를 해석하는 진리가 다원적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다원적 진리들은 인간들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기초로 형성된다. 이때 대화는 나와 너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삶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이므로 대중적 자유와 사고방식의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철학에서 다루어지는 사유방식은 사유가능성의 전체지평을 포괄하여 세계의식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문화의 철학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세계철학의 이념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모든 사람에게 어떤 것을 말하게 함으로써 철학으로 명명된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여 지금까지 수행해 온 철학연구소의 구체적인 연구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외의 관련 연구 기관 및 학회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통해 학술 정보를 교환하고 인적 교류를 도모하고 있으며, 둘째, 철학사상에 관한 서적, 연구 논문, 자료들을 널리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 보존하고 있다. 셋째, 장기 및 단기 연구 과제를 설정하여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원들의 협동 연구 성과를 출판사 글항아리학술총서발간 계약을 맺어 학술총서 1권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넷째, 1988년 이후 지금까지 53차례 월례발표회를 개최하여 수준 높은 동서양 연구 논문들을 발표했으며, 그 결과를 본 연구소가 출간하는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인 철학논집에 게재, 4회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다섯째, 외국학자 초청강연회를 비롯하여 국내의 유수한 학자들의 기획 강연을 통해 대학원생들을 비롯한 교수들에게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철학의 학문적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섯째, 철학연구소에 축적된 내적인 학문성과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으며, 그 일환으로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철학실천의 장인 서강인문향연을 기획하였다. 그 첫출발로 마포아트센터에서 마포구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인문학 사업을 추진한 바 있는데, 2012. 9. 4. ~ 11. 27. 1, 12강으로 이루어진 서강인문향연’, 일반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서고전읽기한문고전강독은 서강 고유의 인문 정신을 사회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수강대상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철학연구소는 6월에 ‘2014 한국연구재단 시민인문강좌지원사업에 지원하여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민인문강좌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철학연구소는 정례 월례발표회 외에도 올해 학술대회를 두 차례 기획하고 있다. 상반기에 진행될 학술대회에서는 현대인의 참된 인간상을 주제로 동서양의 인간상을 탐구할 예정이다. 철학연구소는 이 학술대회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다각적 진단과 통찰을 통해 보편적 인간상이 해체되고 있는 오늘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한 전반기 학술대회에서는 현재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BK21플러스사업에 참여하는 철학과 대학원생들의 논문발표도 함께 기획되어 있어 학생과 교수간의 학술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예정이다. 나아가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학술대회에서는 생명과 평화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생명 경시와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을 계획이다. 이런 논의를 통해 철학연구소는 반생명적이며 비평화적 요소에 맞서 인간 존엄성과 생명 가치에로의 인식 전환을 꾀할 것이다. 이는 특히 인간의 존엄성 및 생명을 소중히 하는 서강대학교의 건학 이념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일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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