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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130호]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학과 초청강연 '상상계의 사회학'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학과 공동 주최, <해회학자 초청 특강>

 

상상계의 사회학

 

이상지_ 사회학과 석사과정

 

지난 615일 사회과학연구소와 사회학과가 공동주최한 해외학자 초청강연에서는 프랑스 폴 발레리몽펠리에대학(Université Paul-Valéry - Montpellier III)의 파트릭 타퀴셀(Patrick Tacussel) 교수님을 초청하여 <‘상상계의 사회학: 지적전통과 현대적 쟁점(La sociologie de l'immaginaire: tradition intellectuelle et enjeux contemporains.)’>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다음은 타퀴셀 교수의 강연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사회학의 창시자들이라 불리는 고전사회학자들은 어떤 관점에서 상상계를 이야기 했을까. 먼저 사회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콩트(Auguste Comte)는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에는 단순히 개인의 이익, 효용, 물질, 상호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것이 사회공동체를 이룬다고 보았다. 이는 개인 존재가 어떻게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구성원리를 찾고자 한 것이며, 이것이 바로 콩트가 상상계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이다. 19세기 후반의 사회사상사에서 사회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콩트는 역능(puissance)’을 이야기한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의 종교를 뜻하며, 일종의 유토피아를 말한다. 그는 사회생성의 본질은 정신적인 차원이고 이는 물질적이고 효용적인 차원에 앞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19세기 후반 신학과 군대의 시기를 넘어 과학기술의 시기로 넘어가는 때에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발전 뿐 아니라 다른 것들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넓은 의미의) 종교에 대해 강조하면서 각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그가 전달받은 것을 전달해 줄 수 있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문화와 관습이 중요시된다고 말한다. 이는 곧 사회에서의 정신적 힘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상상계의 문제의식은 정신과 물질 두 가지 차원 모두에 참여하는 것이며, 이는 곧 정신적 물질주의 개념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한편 아담 스미스, , 리카르도 등에 의해 경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던 19세기의 사회학은 경제적·일반적 차원을 넘어서 경제학에서는 다룰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다루고자 하였다. 당시 대표적 학자인 마르크스는 사회관계에서 경제관계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관계를 넘어서는 차원들, 종교’, ‘경제에 있어서의 상상계의 지위’, ‘정치행동에 있어서의 신화의 지위에 대해서 강조한다. 그는 비록 무신론자로서 종교구조를 비판하지만 경제철학수고(1844)에서 정치는 종교의 세속화된 형태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헤겔법철학비판에서는 이중화상상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이중화는 종교가 현 사회에서 소외나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점을 주기도 한다는 것으로, 이런 맥락에서 마르크스는 종교에 대한 오마쥬를 제공한다. 마르크스에게 있어 실재 그 자체는 실재와 상상계로 구성되며 자본론을 위한 연습작품에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논함에 있어 상상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서 물신주의는 종교에서 빌려온 표현으로서 개인이 상품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상품에 영혼이나 정신을 부여하는 것이며 물질이 비 물질화되고 인간이 비인간화 되는 것을 마르크스는 물화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중화이고 상상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상징적인 차원이며 그가 상부구조라고 말하는 것 역시 사회에서 운용되는 상징들이라 볼 수 있다.

토크빌 역시 사회형성에 있어 의례등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서 콩트 및 마르크스와 공통점을 갖는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종교가 미국사회에 미치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그는 공간적인 의미보다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확장과, 수평적인 차원에서의 확장을 이야기하면서 수평적인 차원은 종교를 통해 보장되는 수직적인 확장에 의해 간섭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어떻게 미국에서 종교가 정치, 경제, 법 제도에 까지 영향을 미치며 근간이 되었는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윤리적 차원과 종교적 차원, 정치적 차원은 상징으로 종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베버의 가치합리성 역시 욕망, 상상계와 연결되며 구원의 독트린도 결국에는 상상계와 연결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베버는 카리스마의 3가지 유형으로서 전통적’, ‘법적·합리적’, ‘카리스마적권위를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카리스마적 권위가 바로 상상계와 관련지어진다. 운명에 의해 은총을 받아 부여되는 카리스마적 권위는 현실의 부정이라는 측면이 중요시 되고 정치는 마치 큰 교회와 같아지면서 카리스마적 권위를 가진 자는 예외적인 개인이 되며 운명의 노동자라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뒤르켐은 정치적 종교로서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집단 안의 신화를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사회 생활의 중심에는 상징관계가 있으며 효용을 넘어서는 상징, 즉 효용이나 사용가치를 넘어서면 상상계의 차원으로 넘어간다. 따라서 사회관계의 본질과 핵심에 상징의 생산이라는 차원이 존재하게 된다. 그는 개인표상과 집단표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종교에 있어 개인적 차원의 정신력을 언급하는 반면, 사회에 있어서는 더 높은 정신력에 대해 논한다. 그는 물질적인 것을 넘어서는 사회의 심층적인 측면을 강조하고자 했다.

고전 사회학자들에게서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졌던 사회학적 상상계는 현대세계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는 신화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조르주 소렐(George Sorel)신화주제에 있어 중요한 학자로 꼽힌다. 그는 현대정치가 고대의 신화적 차원에 기대고 있으며, 신화의 기능으로 정당화의 기능, 설명의 기능, 동원의 기능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적인 것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합리적인 관점을 넘어서는 설명할 수 없는 공격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회의 기능을 신화 없이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결론적으로 상상계는 3가지 차원으로 설명된다. 첫 번째는 존재의 신화적 차원에 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 돈주앙 등의 문학적 신화가 그러하고, 유명한 소설이자 영화인 해리포터 역시 신화적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다른 사회에 대한 상상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카에다는 정치적, 폭력과 관련된 상상계와 연결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마지막으로, 일상적 상상계는 개인 및 집단적 차원의 일상에 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유럽에서 13이라는 숫자가 금기시되고, 점성술이나 이름이 가지고 있는 상징을 믿는 등의 행위를 통해 드러난다.

이상에서 살펴본 고전사회학자들의 논의에서부터 현대사회의 쟁점에 이르기까지 상상계는 사회학의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고 논의되어 왔다는 점에서 필자는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강연을 통해 그 동안 막연하게 느껴졌던 사회학에서의 상상계의 지위와 상상계가 가지는 함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 및 고찰해 볼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